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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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과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네 단어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킬지 모른다.

세상은 온통 과학적인 현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학을 설명하는 책들은 너무나도 딱딱하다. 덕분에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를 빼 놓고는 과학책을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린 듯하다. 손에 잘 잡지 않던 과학 관련 책인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읽게 된 것은 스릴과 절망 그리고 희망과 반역이 빚어내는 흥미진진한 책 라는 오시모토 바나나의 추천사가 큰 몫을 차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학과 과학 왠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소설가가 흥미읽게 읽는 과학책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무절제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어 가는 지금 과학에의 발견과 발전은 큰 의미를 가지기에 어려운 생명과학 분야이지만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학술적 설명이 아닌 아닌 과학 에세이로서의 표현이 더 돋보이는 책이라 여전히 생소한 용어와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않게 읽어 나갈 수 있었던 듯 하다.

 

DNA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1962년 노벨의학 생리학상을 수상한다. 결합되어 있는 염기에 의해 구분되어 네 종류의 뉴클레오티드의 중합으로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저자는 이들로부터 출발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명과학에 의문을 가지고 연구하여 생명본질에의 접근을 시도한 여러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몇몇 과학자들의 은폐와 조작등의 부정한 방법과 어부지리식 화려한 등장에 가리워져 있었던, 이름도 생소하고 업적조차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름없는 영웅들이 묵묵하게 연구하며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신비로움을 밝혀 내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이다. 록펠러 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마치 한 권의 과학의 역사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들도록 전개하며 생물 교과서에서는 알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음으로서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황우석박사의 인간 줄기세포연구의 진실공방과 근래 유전자 조작 콩이나 미국 소고기의 광우병 사태로 인해 낯설지 않은 과학분야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질만 하다.

멈춰있는 듯 하나 끊임없이 파괴되고 생성되는 과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적평형상태에 놓여 있는 생명에 대한 연구는 생명을 단순히 자기 복제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신이치 교수의 주장을 뒷 받침할 증거를 찾아낸다. 우리의 몸이 단순히 기계처럼 부속의 교체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필요에 따라 변신이 가능한 유기체라는 사실을 녹아웃마우스 실험(특정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제거하거나 활성화를 억제한 후 문제점 관찰을 통한 역할 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에의 지적 호기심과 공존을 위한 연구로 인간 삶에 도움을 주고자 하지만 신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생명이 인간의 필요에 따른 이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로 때론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는 과학에의 지식을 감성적 에세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자연의 선택은 천천히 결정되지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생명의 고귀함을 존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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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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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인도에 다녀오려 해.

친구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여행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나인데 내 상황을 알면서 여행이야기를 꺼내다니 참 무심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인도라고? 나 못가봤단 말야. 조금씩 마음이 다쳐간다. 그런데 뒤이은 그녀의 말은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를 하고 오겠다는 것이다. 뜸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여행간다며? 봉사를 하러 가는 여행이라고?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곳이 마더데레사 하우스였고 인도였다.

 

다녀온 사람마다 너무나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곳인 인도에 다녀온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라!” 외치는 신혼 7개월의 두사람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용기는 다시금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궁금증을 빼곡 내밀게 한다. 어느 순간 일상생활에 묻혀 여행이란 두 글자를 가슴속 어딘가에 묻어두고 살아야 했던 긴 시간들이 한순간 사라지며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게 한다는 인도로의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도착하기 전의 두근거림이란 저자의 독백에 설레는 마음이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시작된 것이다.

 

럭셔리한 여행을 한 것이 아니다. 알바를 하고 몇달간을 아끼고 아껴 모은 여행비로 호사를 누릴 수는 없다. 멋진 경치를 보고  휴양지에서의 휴식 하는 것은 필요없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더 데레사 하우스에서의 봉사는 그들의 삶에 대한 시선을 바꾸어 버린다. 사진속에 담긴 아이들의 희망적인 모습과 비오는 날엔 손님이 많아 맨발로 달려도 날아갈거 같은 인력거 아저씨의 뜀박질 소리는 욕심의 무게로 힘겨워하던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내 얼굴을 부끄럽게 만든다. 여행은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힘겹고 지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을 쉬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불안한 책상자리 보존을 위해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를 위해 매일을 뛰고 또 뛰어야 하는 나를 보며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가 반문해 보지만 모든 것을 움켜쥐고 놓고 싶지 않은 욕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때론 결단이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을 떠난다고 답답한 일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장속의 새처럼 지내던 갑갑했던 일상을 벗어나 보지 못했던 세상구경을 하며 자신의 우산을 펼쳐볼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생에 열심히 살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들 부부가 그랬던 것처럼.

 

단순한 여행기라 보기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  언젠가 부터 사진기로 사람들을 찍고 그들에게 사진을 나누어 주기 시작한 Sam 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두 사람이 여행을 통해 사랑과 봉사 그리고 어울림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단순한 인도 여행기를 원했다면 이 책은 아니다. 마음 속 우산을 펼치다 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여행을 참 맛을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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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변호사 - 사랑과 돈의 맞대결
서린 지음, 서숙향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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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설이 인기인거 같다. 아니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소설이 인기인걸까?

내가 너무 재미있게 본 드라마 <미스터굿바이>의 서숙향작가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드라마랑 어떻게 다를까 싶어 손에 잡고 후딱 읽어 버린다. 어쨌든 책을 읽기 전 한 회정도를 본 <대~한민국 변호사>, 역시 가벼운 소설이어서 그랬을까 술술 넘어간다.

 

대한민국의 젊은 부자 한민국과 톱스타 이애리의 이혼소송으로 시작된 젊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코믹하고 유쾌하고 통쾌하게 전개되어 간다. 100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의 위자료 소송에 투입된 우이경과 그의 옛연인 변 혁의 발랄하고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역시 드라마에 인기있을 모양새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꾸만 드라마와 매치가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드라마를 보지 말고 책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약간 하이톤의 망가져 가는 우이경 역활을 하는 이수경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ㅠㅠ

 

최고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그들에게도 일상적인 사람의 모습이 있다.

우이독경 우이경은 여상을 졸업하고 법률사무소 경리에서 출발 한번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이다. 고교동창생인 이애리의 남편쪽 변호인으로 위자료소송을 맡게 되지만 상대편 변호사가 영 마음에 걸린다. 게다 엥~~그렇게 멋진 톱스타가 아내였던 사람인데 설마천방지축 실수투성이인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소송의뢰인이 자꾸만 마음을 점령해 들어온다.

근데 이 남자는 또 왜 이래? 6년만에 나타난 옛 연인의 공세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네 사람의 대사가 싱싱하다. 톡톡튀는 말투와 알콩달콩한 사랑싸움은 전문직 종사자의 딱딱함과 부를 이룬 사람들의 쓸데없는 자만심이나 자신감을 살짝 누르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멋있고 똑똑하지만 내 여자에게 잘하는 변 혁과 까칠남 한민국의 모습에 또 한번 여자들은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깊게 빠져들진 말자. 그냥 소설은 소설일 뿐 ..

 

여름 짜증나고 힘겨운 일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킥킥거리면 웃을 수 있는 소설로 권하고 싶다. 다가오는 사랑에 설레기도 하고 천일억이라는 거금에 숨이 막히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쾌하게 읽고 하루저녁을 보낼 수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로 돌아간다면 더욱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배우들이 그려내는 캐릭터들에 즐거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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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이한 지음, 조진옥 그림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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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열풍이다. 얼마전 <이산>이 끝났고 <대왕세종>을 하고 있으며  소설 <바람의 화원>을 원작으로 하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을 그린 드라마도 제작 중이다. 매체에 녹아있는 그저 재미있는 역사에 익숙하고 정통 한국사 보다는 야사에 더 흥미를 느끼는 우리가 솔직히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거 같다. 내게만 해도 역사는 연대와 사건들을 외워야 하는 하나의 암기과목으로만 존재했었으니까. 이 땅에 사는 단군의 후손으로 우리의 것에 대한 애착을 더욱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아온 우리 역사가 이제 다시 독도 문제로 붉어진 세계속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분통만 터뜨리고 시위만 할 것이 아니라  제 입맛대로 해석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어깃장에 왜곡되고 버림받아온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아 놓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재의 의무임을 생각하게 된다.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속에 담긴 질문들이 정말? 오호라.. 하는 관심을 끌어낸다.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 역사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거를 통해 현재까지 흘러온 역사들 속에 궁금했던 것들이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다. 한민족 백의 민족이라는 정통성과 순박함을 지닌 한국인에게 심한 가뭄이 들면 왕의 목을 잘랐다는 부여의 살벌함은 너무나 뜻밖이었고 교과서에게 읽을 수 있었던 유리왕의 황조가가 얼마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노래였는데 실제 동정을 담아 보기에는 충신을 핍박하고 정사를 그르친 결점많은 임금이었다는 것 또한 금시초문이었다. 가끔 지나가던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후손들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웅장한 건물더미에 깔려 발굴이 안돼 숨도 쉬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백제의 유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긴다. 아직도 그 기상과 얼이 한민족의 가슴에 남아있는 고구려 역사가 분분한 한·중·일 삼국의 해석으로 인해 논란거리를 불식시키고 못하고 있음도 우리의 역사고증에 대한 좀더 많은 투자와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 권의 역사서이긴 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이미 <나는 조선이다>를 통해 만나본 이한 자가의 필력을 알기에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 우리 역사에서 정말 궁금했던 59가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란 표지의 글을 뒷받침해준다.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닌 우리가 모르고 넘어 갈 수 있었던 역사 속의 숨은 그림을 찾아 주고 흥미진진한 과거로의 타임머신에 동승하게 만든다. 거기에는 책 안의 일러스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역사가상극장을 통해 웃음을 주고 안무식, 나파레용, 부르터스, 마니엉뚱해네트의 패러디이름과 짤막짤막한 그들의 독백은 때론 내 의견이 되고 시원한 속풀이가 된다. 역사의 주인공이 던지는 한마디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고 긴 여행의 잠깐의 휴식이 된다.

 

인간의 이야기라 할 역사이기에 어깨를 으쓱할 만큼 자랑스러운 일도 창피해서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일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우리의 역사다. 역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면 이 책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를 먼저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것을 아는데 첫걸음을 떼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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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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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길게 산 것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참 힘든 순간들이 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걱정없는 듯 보이는데 나만 이리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공평하지 못한 세상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정으로 인해 스스로를 들들 볶아 대기도 한다. 이겨내야 하는데 상황은 점점 꼬여 악화일로를 걷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럼 마음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최악(最惡)속에서 만나는 세 사람도 그랬다. 평범한 47세의 가장으로 철공소 사장인 가와타니 신지로는 공장소음으로 딴지를 거는 이웃주민들 덕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은행에서 겪어야 하는 대출에 대한 비애는 너무나도 쉽게 주변에서 볼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슬픔이다. 23세의 은행 창구직원인 후지사키 미도리도 사는 낙은 없다. 가족,직장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둘 수도 없고 기댈 언덕도 없다. 20세의 날라리 양아치 노무라 가즈야는 도박으로 한탕을 노리는 아니 매일의 소일거리로 삼아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한탕거리로 시작한 톨루엔 탈취가 야쿠자와 엮여 인생 이상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망가져 가기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가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의 사회 상황과 맞물며 힘겹게 사는 우리와 그리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쩜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이웃이었는데 그들에게서 악다구니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씁쓸해 지는 것이다.

 

진짜로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실제 상황인 거 맞아........?

세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되며 이어지는 이 한 권의 책은 영화였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접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한장 한장은 영화의 컷이 되어 지나가고 세 사람의 독백은 메아리가 되어 퍼져간다. 이크 없는 극한 상황으로 자신들을 몰고 가는 지금 이 상황은 그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다. 세상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기대는 상처가 되어 돌아오고 정답이 없는 인생속에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얽히고 섥힌 인간 군상들의 삶속에서 나 하나 없어지는 것은 일도 아닐텐데 막연한 상상 속의 불안감은 흐르는 대로 맡기려다 보니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져 간다. 왜 이토록 사는 것이 힘든 것일까?

 

" 안좋은 일이 있다는 건 인생의 중심에 서 있다는 증거야. "

 " 네? "

 " 내 나이쯤 되면 안 좋은 일 조차 없어. 워낙 갈 곳이라야 병원하고 도서관하고 은행밖에 없거든. 그런 곳을 빙빙 돌아봤자 무슨 일

   이 생기겠나? 이번 연휴 때는 정말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더라니까. 뱡원도 도서관도 은행도 죄다 문을 닫아버렸으니. 겨우 연휴가

   끝나서 아휴, 잘 됐다 했네. 그래서 냉큼 은행으로 갔더니만 자네가 안좋은 얼굴을 하는 거야."

 " 저, 정말 죄송......"

 " 아니, 그래도 내가 오해 했다는 거 알고 나니 참 마음이 놓이는 구먼."

 " 네."

 " 아무튼 안 좋은 일이라도 아무것도 없는 거 보다는 나아.""  p218

 

오쿠다 히데오 이번엔 너무나도 잔잔함 속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덩어리를 생산해 내었다.기존의 그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개성넘치는 이라부도 엉뚱한 미유라 간호사도 없다. 평범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꼬리를 무는 사건들은 책을 놓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인생이 돈만으로 여유로울 수 없고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시바타 노인의 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거 보다는 어떤 일이라도 터져주는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일까. 100년도 되지 않는 우리의 일생안에 신지로 미도리 가즈야의 모습처럼 편안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 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울해진 마음을 커피로 달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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