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이한 지음, 조진옥 그림 / 뜨인돌 / 2008년 6월
평점 :
사극 열풍이다. 얼마전 <이산>이 끝났고 <대왕세종>을 하고 있으며 소설 <바람의 화원>을 원작으로 하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을 그린 드라마도 제작 중이다. 매체에 녹아있는 그저 재미있는 역사에 익숙하고 정통 한국사 보다는 야사에 더 흥미를 느끼는 우리가 솔직히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거 같다. 내게만 해도 역사는 연대와 사건들을 외워야 하는 하나의 암기과목으로만 존재했었으니까. 이 땅에 사는 단군의 후손으로 우리의 것에 대한 애착을 더욱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아온 우리 역사가 이제 다시 독도 문제로 붉어진 세계속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분통만 터뜨리고 시위만 할 것이 아니라 제 입맛대로 해석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어깃장에 왜곡되고 버림받아온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아 놓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재의 의무임을 생각하게 된다.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속에 담긴 질문들이 정말? 오호라.. 하는 관심을 끌어낸다.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 역사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거를 통해 현재까지 흘러온 역사들 속에 궁금했던 것들이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다. 한민족 백의 민족이라는 정통성과 순박함을 지닌 한국인에게 심한 가뭄이 들면 왕의 목을 잘랐다는 부여의 살벌함은 너무나 뜻밖이었고 교과서에게 읽을 수 있었던 유리왕의 황조가가 얼마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노래였는데 실제 동정을 담아 보기에는 충신을 핍박하고 정사를 그르친 결점많은 임금이었다는 것 또한 금시초문이었다. 가끔 지나가던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후손들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웅장한 건물더미에 깔려 발굴이 안돼 숨도 쉬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백제의 유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긴다. 아직도 그 기상과 얼이 한민족의 가슴에 남아있는 고구려 역사가 분분한 한·중·일 삼국의 해석으로 인해 논란거리를 불식시키고 못하고 있음도 우리의 역사고증에 대한 좀더 많은 투자와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 권의 역사서이긴 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이미 <나는 조선이다>를 통해 만나본 이한 자가의 필력을 알기에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 우리 역사에서 정말 궁금했던 59가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란 표지의 글을 뒷받침해준다.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닌 우리가 모르고 넘어 갈 수 있었던 역사 속의 숨은 그림을 찾아 주고 흥미진진한 과거로의 타임머신에 동승하게 만든다. 거기에는 책 안의 일러스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역사가상극장을 통해 웃음을 주고 안무식, 나파레용, 부르터스, 마니엉뚱해네트의 패러디이름과 짤막짤막한 그들의 독백은 때론 내 의견이 되고 시원한 속풀이가 된다. 역사의 주인공이 던지는 한마디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고 긴 여행의 잠깐의 휴식이 된다.
인간의 이야기라 할 역사이기에 어깨를 으쓱할 만큼 자랑스러운 일도 창피해서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일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우리의 역사다. 역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면 이 책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를 먼저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것을 아는데 첫걸음을 떼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