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영아. 손에 검을 쥐었을 때는 사람을 죽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너 또한 언젠가 칼에 맞아 죽는다는 것을 단단히 마음에 새겨야 한단다.”

난영은 어머니가 보여주던 검무를 떠올리며 움직였다.
아름다웠었다.
나비가 꽃을 향해 날아들듯, 부드럽고도 깜빡이는 날갯짓처럼 어머니의 검은 예상 못 한 곳을 찌르고 베어 나갔다. 때로는 섬뜩할 만큼 날카로웠고, 갑자기 산을 옮겨 온 듯 육중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버지의 검도 떠올랐다.
아버지의 검은 느린데도 피하기 어려운 살초들이었다.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으로 느리지만 무겁게 다가오는 검은 어머니의 검과 정반대였지만, 더 위험했다.
난영이 아버지의 검무를 보고 감탄할 때 아버지는 말했었다.

“네 외조모는 한 손으로는 이 검을 한 손으로는 네 어머니의 검을 썼단다. 대단하지 않니? 네 외조모께서는 한 손으로 양 검 모두의 정수를 담고 싶어 하셨지만 그건 끝내 이루지 못하셨다. 난영이 네가 해볼 테냐?”

난영은 아버지의 유쾌한 음성을 떠올리며 어느새 웃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첩첩연정 1> (류도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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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서른 명 중에 단 두 명 참가했던 여인이 둘 다 남았으니 심사관들은 떨떠름했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감점 처리를 할 작정이었는데, 잘해도 너무 잘해서 다른 사내들이 모자라 보일 지경이었다.
소난영은 행색은 그렇지 않은데 대단한 무가의 자제로 태어난 것처럼 뛰어난 재능과 그 못지않은 남다른 배움이 보였다.
실로 군계일학이라 그녀의 실력은 논할 가치가 없었다.
노유영 또한 여인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강단과 실력을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기개가 높이 살 만했다.
긴장하지도 않고 시험을 즐기듯 임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주변을 독려하는 자세에 훌륭한 인성이 엿보였다.
‘둘 다 사내였으면 좋았을 것인데. 쯧.’

-알라딘 eBook <첩첩연정 1> (류도하) 중에서

살아남은 두 여인 기백이 장난아냐~~
사내들보다 더 멋짐 뿜뿜이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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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방문 보셨습니까? 아까 읽고 계시던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여인도 무과를 보고 관직에 오를 수 있다니 사람들이 말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소저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난영은 자리를 떠나려는 제 앞을 가로막고 혼자 떠들어대는 공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왜… 그리 보십니까?”
“저는 공자님의 벗이 아닙니다.”
“예?”
“공자님은 오라버니의 벗이지 제 벗이 아닌데, 살갑게 구시니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아…. 벗의 누이동생 아닙니까? 게다가 부쩍 자주 마주치니 반가운 마음이 드는군요.”
“벗이라…. 공자께선 제 오라비가 어디가 마음에 드십니까?”
“그게… 무슨…?”
“제 오라비는 공자를 그저 술을 사 주는 호구로 여기는 것 같은데, 공자께서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오라버니와 왜 어울리시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유조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한 나라의 황제를 술이나 사주는 호구로 보는 오라비나, 그 오라비와 어울리는 황제를 한심하게 보는 누이동생이나, 사람을 아주 환장하게 만드는 남매 아닌가.

-알라딘 eBook <첩첩연정 1> (류도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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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래 왔듯이. 울었던 지난 시간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듯이 도연은 도도한 얼굴을 들어 강우를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보다 더 짙어진 유대감 같은 것이 얽혔다 금세 녹아 사라졌다.

도연의 걸음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와중에도 그녀의 스텝들은 분주하게 화장을 고치고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익숙하다는 듯, 도연은 고고하고 매혹적인 시선을 강우에게로 찔러 넣었다.

‘어디도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마치 명을 받들듯 강우는 도연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평행선 같은 관계는 다시금 끝이 보이지 않는 선상을 달리는 중이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미완이 전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구원함으로 서로에게 구원받았다. 더 이상의 아픔은 없을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부당한 관계 (개정판) 2 (완결)> (달로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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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의지 차이라 했으니 그 의지 하나만 가지고 버티면 된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든 걸 초월한 뒤 다시금 깨닫게 된 건, 마냥 인내하고 기다려서만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사랑하는 만큼 다가서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 사랑을 잡을 수 없고 표현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한, 할 수 있는 한, 그 사랑을 최대한 드러내야 했다. 그게 첫 번째로 은오가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은오는 어깨 너머로 비치는 달빛을 보며 새로이 마음을 먹었다.
‘이제 포기하지 않아. 마음껏 사랑할 거예요.’
기다리는 건 진저리나도록 해봤으니 이제는 있는 그대로 모든 걸 꺼내 보여줄 것이고, 증명해 보일 것이다.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라딘 eBook <부당한 관계 (개정판) 2 (완결)> (달로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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