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에스코바의 문장은 처음부터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바꾸기로 했다.”
이 문장은 삶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혼란에 빠지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기억들.
그 마음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진짜 싸움은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구별하는 일’이라는 점을 말한다.
이 문장은 현실적이어서 아프고, 그래서 더 진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절망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중간에 단단히 붙잡아 주는 한 가지 믿음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믿음.
상처가 있고, 후회가 있고, 무너진 순간들이 있어도
그 사실 하나만은 포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취약함을 약점이 아니라 연결의 열쇠로 바라보는 시선. 취약해질 용기를 잃는 순간,
우리는 의미 있는 경험과 관계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지막 문장은 특히 인상 깊다.
“그 누군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우리의 역할이다.”
상처를 겪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내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연결해야 하고,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이 글은 위로라기보다 태도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상처를 안고도 제대로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당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상처를 없애거나 지나간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로 통합해서 건강하게 관계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말한다
👉 “상처를 묻어두면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 이는 치료의 핵심이며, 우리가 피하려 해도 결국 마주쳐야 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심리 도서가 아니다.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생존자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회복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상처를 없애려 하기보다 이해하고 수용하며 안전함을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성장과 연결, 그리고 삶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