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소방관이 되었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서툰 것도 많아 좌절하기 일쑤였던 오케이의 성장 드라마.생각해보면 오케이가 소방관이 되어 활동한 기간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할까? 남들에게 처음인데 잘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기 모습을 생각하면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나 서툰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그렇다고 오케이가 서툰 것을 당연시하며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 그런 모습은 또 예쁘지가 않았을텐데 우직하게 자기 몫을 해내면서 높은 사다리 아래로 펼쳐진 구름시를 바라볼 때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곳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차근차근 단단하게 성장한 오케이였기에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들을 전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케이가 예솔이에게 전했던 것처럼, 오케이의 엄마가 어린 절의 우비 아저씨에게 전했던 것처럼 그렇게 단단하고 멋진 마음은 계속해서 전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정의와 희망을 전하는 동화를 많이 쓰신 강효미 선생님과 괜찮아 아저씨를 시작으로 긍정의 힘을 전해준 김경희 선생님이 만나 오케이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그 마음들을 널리 전해주길 바란다.
사고뭉치 소방관이라고 했지만 구름시에 꼭 필요한 소방관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오케이.그런 오케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루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뾰로통 까칠한 말만 하는 것 같지만 오케이의 사직서를 몰래 없앨 만큼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오케이의 진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이다.사고 소식에 구름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오케이를 통해 사건사고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도시로 보였던 구름시의 썪어빠진 실상이 점차 드러난다.이미 똥볶이 할멈 시리즈로 나쁜 사람들을 응징하는 통쾌함을 선사했던 강효미 작가가 이번에는 또 다른 시리즈를 들고 온 것이다.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함에도 정의구현과 인간미에 대한 추구는 여전히 결을 같이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웃음 코드를 잘 알고 있는 작가인지라 읽는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그토록 바라던 소방관이 되었지만 자기가 소방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 같아 포기하려 했던 오케이.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다고 그대로 멈추지 않고 잘하고 싶다는 그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구름시에 꼭 필요한 소방관이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그 모습 그대로를 칭찬하고 응원하고 싶었다.아이들과 간절히 바라는 것을 향한 마음과 그로부터 시작되는 기적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 힘내라 오케이! ^^
누구나 보면 반하고 말 아름다운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은 그 안에 담고 있는 귀하고 귀한 이야기를 보고 더욱 매료된 낯선 이들의 손에 타국으로 끌려가고 말았다.아이와 함께 책을 보려고 꺼내들었는데 표지부터 이야기거리가 많아 한참을 들여다보며 조잘조잘 얘기꽃을 피우느라 본격적인 이야기로 책을 펼치기까지 꽤 오래걸렸다.그동안 아이와 함께 읽었던 책들 덕분에 의궤는 물론 이야기를 들려주는 캐릭터들부터 병인양요, 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 등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낯선 이들의 거친 손길. 친구들의 비명. 끔찍한 불길.의궤가 들려준 그날의 기억들은 너무나 무서웠다.무섭고 두려웠다고 적힌 활자를 보아서 짐작하는 것이 아니었다.우리가 마치 그 참혹한 순간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서로에게 떨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며 힘을 주었지만 그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할 수 없는 그곳에서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고향으로 꼭 돌아가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100년도 더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의궤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를 만나던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의궤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타국의 사람들을 보고 아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황당해했다.그러나 어린이도 어이 없어하는 일이 현실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의궤가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기뻐한 것도 잠시 돌려준 것이 아닌 빌려준 것이라는 점에 아이는 또 다시 답답해했다.그야말로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의궤가 돌아오던 날을 날개책으로 표현한 장면을 보며 우리의 감동이 배가되었듯이 실물의 의궤를 본 그들이 그 자태를 마주하고는 욕심에 휩싸여 눈이 멀어버린 나머지 그러한 만행을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는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만행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그렇기에 우리가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가슴 깊이 느끼고 새길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긴 머리가 지겨워질 무렵 기분전환도 할 겸 미용실에 다녀온 뒤 마주한 사람에게서 "뭐야? 무슨 일 있어? 머리는 갑자기 왜 자른 거야?"와 같은 반응이 돌아오면 기분전환은 커녕 오히려 기분이 상해서 마음이 어지러워졌던 때가 꽤 있었다.'난 전혀 아닌데 왜 그렇게 보지?'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를 둘러 싼 고정관념에 맞춰 세상을 바라보는 때가 있다. MBTI, 혈액형, 성별, 피부색... 그에 따른 차별까지... 너무 많이 나갔나... ^^;;아이와 책을 보려는데 표지를 보자마자 던지는 아이의 한 마디."색이랑 글자가 반대네~"'이럴수가! 내가 먼저 보았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지?' '이것도 고정관념에 눈이 멀어 놓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사람마다 생각과 느낌이 다른 거라고 그렇게 강조하고 가르치면서 아직도 특정한 생각에 시선을 가두고 색과 감정을 연결하며 그에 맞춰 분석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다채로운 색만큼이나 감정과 느낌은 다양하고 그것들의 주체인 우리 또한 저마다 다르지 않은가!게다가 색을 표현하는 단어마저 세계적으로 놀랄만큼 무수히 많은 섬세함을 지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그야말로 다양하지 않겠는가!색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때도 이러한데 하물며 대상에 대해 사회와 문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는 의미들을 어찌 하나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눈.각자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음.최근 들어 더 많이 접했던 감정과 색을 다루는 여러 책들 가운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생각과 감정의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었다.짧고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 여운은 길고 깊이 있는...이런 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라 생각한다.#빨강은빨강파랑은파랑 #바람의아이들 #알맹이그림책 #알리시아아코스타 #루이스아마비스카 #아누스카아예푸스 #안의진 #색 #감정 #심리 #마음 #기분 #생각 #느낌 #자유 #고정관념 #의미 #상징 #초그평 #초그평서평단
1학년 도도의 발표 울렁증 극복기.형님이 되었으니 더 의젓하고 씩씩하게 발표도 잘하고 싶은데 친구들과 얘기할 때랑 손들고 일어나서 발표할 때랑 기분이 다른 건 왜일까?갑자기 온몸이 얼어붙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고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간절히 비는 도도의 모습이 남 얘기 같지 않다.선생님의 질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있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는 나지만 누군가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건 나 역시 아직도 발표 울렁증에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부분이다.발표하게 될까봐 걱정되서 잔뜩 떨고, 발표하게 되자 숨이 턱 막히고, 자기만 쳐다보는 친구들의 눈에 둘러싸여 그 적막함에 당황하고, 속상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도도의 모습이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어 더 공감하며 읽게 된다.자기를 도와주겠다는 모리가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엉뚱한 조언들에 자기를 놀리는 건가 싶어 얄미움까지 느끼게 되는 도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이런저런 방법으로 계속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한 도도가 어느새 친구들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축하해주고 응원해준 친구들과 선생님도 멋졌다.이번 읽기독립 시리즈 역시 아이들의 마음과 일상을 다룬 이야기를 재미난 의성어, 의태어는 물론 다양한 표현들과 함께 전하고 있어 앞으로의 시리즈가 계속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