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 -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2025년 문학나눔 선정도서 한울림 작은별 그림책
박혜선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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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보면 반하고 말 아름다운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은 그 안에 담고 있는 귀하고 귀한 이야기를 보고 더욱 매료된 낯선 이들의 손에 타국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려고 꺼내들었는데 표지부터 이야기거리가 많아 한참을 들여다보며 조잘조잘 얘기꽃을 피우느라 본격적인 이야기로 책을 펼치기까지 꽤 오래걸렸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 읽었던 책들 덕분에 의궤는 물론 이야기를 들려주는 캐릭터들부터 병인양요, 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 등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낯선 이들의 거친 손길. 친구들의 비명. 끔찍한 불길.
의궤가 들려준 그날의 기억들은 너무나 무서웠다.
무섭고 두려웠다고 적힌 활자를 보아서 짐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마치 그 참혹한 순간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서로에게 떨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며 힘을 주었지만 그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할 수 없는 그곳에서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고향으로 꼭 돌아가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100년도 더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의궤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를 만나던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의궤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타국의 사람들을 보고 아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그러나 어린이도 어이 없어하는 일이 현실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궤가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기뻐한 것도 잠시 돌려준 것이 아닌 빌려준 것이라는 점에 아이는 또 다시 답답해했다.
그야말로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의궤가 돌아오던 날을 날개책으로 표현한 장면을 보며 우리의 감동이 배가되었듯이 실물의 의궤를 본 그들이 그 자태를 마주하고는 욕심에 휩싸여 눈이 멀어버린 나머지 그러한 만행을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행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가슴 깊이 느끼고 새길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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