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
아리안 샤비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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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양산은 쉽고 편하다. 반면에 논리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왜냐하면 상대가 무논리니까. 답이 없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겠는가? 그보다야 그것이 무논리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게 나을 것이다. 애초에 무논리를 상대로 증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기는 하다.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에서는 그러한 무논리 바이러스를 하나하나 해부대에 올린 다음 ‘자, 이것 봐.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했던 바이러스는 이렇게 분해하는 거고, 사실은 전부 빈껍데기에 불과해.‘라고 말해준다.

https://tobe.aladin.co.kr/n/2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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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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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는 ‘아이오와 일기‘라고 되어 있다. 일기라는 것은 그 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로 쓰는 글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같은 속도로 기록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과거가 된다. 지금도 눈을 통해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음악, 손에 닿는 세계의 감촉은 수많은 감각 기관과 뇌를 거쳐 재가공된 과거다. 그런 과거를 기록하기란 절대로 순정의 기록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여기에 인용된 것처럼 ‘네 삶을 순서에 맞게 묘사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일 것(p.265, 에두아르 르베, <자살>)‘ 이고 문보영 작가는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중에도 퇴고를 하는 사람이다. 애써 사실에 맞추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항복해버린 글이 얼마나 좋은지. 조리되어 배달된 과거를 예쁜 그릇에 2차로 담는 일처럼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일기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싶은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나는 글에 묻어나오는 글쓴이의 모습을 상상하며(그는 키가 유독 작고 딱히 바지런한 성향은 아닌 모양이다)공원 벤치에서 주운 일기를 정신없이 읽다가 집까지 가져온 사람이 되고 만다.

리뷰 전문-자기만의 낯선 방
https://tobe.aladin.co.kr/n/235759

그의 책을 읽으면 온통 글쓰기 부스러기로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이건 책이 아니라 소보루 빵이다 - P249

아이오와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동료 작가들은 말한다. "너의 현실은 한국에 있잖아." 그런데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건 뭐지? - P227

어떻게 해서 일기 속에서 시간은 팽창할 수 있으며 죽지 않을 수 있는지를(.....)시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리.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뻔뻔해지리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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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미술관 -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박민경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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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실린 그림은 아주 오래된 것들인데 그들이 그려낸 인권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어째서 인권의 발전은 이리도 더딜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지겹다며, 역차별이라며 툭하면 길을 막아서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가 선택지 없는 삶 속에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살해된다는 사실을, 내 조상이 그러했고 나 또한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때문에 예술을 통해서라도 목격하는 일은 백 년을 더 해도 모자란다. 책이 생각의 바다를 깨는 도끼이듯이, 그림은 새로운 눈을 띄워내는 날카로운 충격이 될 수 있다. 종이로 손을 베어내듯 아픈 충격으로.

https://blog.naver.com/blue_bluhen/223556839676

그림으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은 그리스 독립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시대의 부조리를 포착한 어떤 그림은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상황을 변화하게 만듭니다(....)그림은 다양한 인권 개념을 부드럽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매개체인 셈이지요.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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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6
남유하 지음 / 구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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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 후반부는 다양한 호러 작품을 이야기한다. 전체 분량의 1/3에 달하는 부록에는(이쯤되면 부록이 아니라 그냥 한 장이지만)마니아들이 침흘리며 좋아할만한 호러작품 리스트가 가득하다.나는 쫄보라 겨우겨우 크리쳐물이나 보는 정도인데, 나름 호러에 속한답시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마지막에 실린 작가님의 미공개 단편은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엽기까지 하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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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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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소설이 재미있다고 하면 사실상 충분한 감상이기는 하다.울리츠카야는 세헤라자데처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책을 좋아하는 소네치카라는 소녀가 살았는데.......
소네치카도 스페이드의 여왕도 가정 내에서 한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비단 한 사람의 생에 머물지 않고 그 딸과 손자손녀, 부모님,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까지 세계가 확장된다. 그야 한 사람의 세계는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게 당연한 것이겠다. 특히나 불청객의 존재는 주인공들의 삶이 인형의 집처럼 뻔해지려는 순간 세계를 뒤흔드는 방아쇠가 된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우화의 분위기까지 갖는다. 집안에 군림하는 최고 어르신과 그런 어르신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불청객‘.이를 계기로 여왕에 맞서보려는 주인공이 있다.느긋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작가는 갑자기 탁자를 쾅 내려치며 ‘그런데 그때!‘를 외친다. 한꺼번에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짧은 장면들이 이야기를 우화처럼 만들어준다. 블랙코미디 같기도 한 결말까지 마무리되면 청중은 ‘이번 이야기 정말 재미있었다‘며 만족스럽게 극장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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