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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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는 ‘아이오와 일기‘라고 되어 있다. 일기라는 것은 그 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로 쓰는 글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같은 속도로 기록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과거가 된다. 지금도 눈을 통해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음악, 손에 닿는 세계의 감촉은 수많은 감각 기관과 뇌를 거쳐 재가공된 과거다. 그런 과거를 기록하기란 절대로 순정의 기록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여기에 인용된 것처럼 ‘네 삶을 순서에 맞게 묘사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일 것(p.265, 에두아르 르베, <자살>)‘ 이고 문보영 작가는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중에도 퇴고를 하는 사람이다. 애써 사실에 맞추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항복해버린 글이 얼마나 좋은지. 조리되어 배달된 과거를 예쁜 그릇에 2차로 담는 일처럼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일기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싶은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나는 글에 묻어나오는 글쓴이의 모습을 상상하며(그는 키가 유독 작고 딱히 바지런한 성향은 아닌 모양이다)공원 벤치에서 주운 일기를 정신없이 읽다가 집까지 가져온 사람이 되고 만다.

리뷰 전문-자기만의 낯선 방
https://tobe.aladin.co.kr/n/235759

그의 책을 읽으면 온통 글쓰기 부스러기로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이건 책이 아니라 소보루 빵이다 - P249

아이오와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동료 작가들은 말한다. "너의 현실은 한국에 있잖아." 그런데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건 뭐지? - P227

어떻게 해서 일기 속에서 시간은 팽창할 수 있으며 죽지 않을 수 있는지를(.....)시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리.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뻔뻔해지리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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