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미술관 -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박민경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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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실린 그림은 아주 오래된 것들인데 그들이 그려낸 인권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어째서 인권의 발전은 이리도 더딜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지겹다며, 역차별이라며 툭하면 길을 막아서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가 선택지 없는 삶 속에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살해된다는 사실을, 내 조상이 그러했고 나 또한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때문에 예술을 통해서라도 목격하는 일은 백 년을 더 해도 모자란다. 책이 생각의 바다를 깨는 도끼이듯이, 그림은 새로운 눈을 띄워내는 날카로운 충격이 될 수 있다. 종이로 손을 베어내듯 아픈 충격으로.

https://blog.naver.com/blue_bluhen/223556839676

그림으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은 그리스 독립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시대의 부조리를 포착한 어떤 그림은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상황을 변화하게 만듭니다(....)그림은 다양한 인권 개념을 부드럽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매개체인 셈이지요.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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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6
남유하 지음 / 구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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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 후반부는 다양한 호러 작품을 이야기한다. 전체 분량의 1/3에 달하는 부록에는(이쯤되면 부록이 아니라 그냥 한 장이지만)마니아들이 침흘리며 좋아할만한 호러작품 리스트가 가득하다.나는 쫄보라 겨우겨우 크리쳐물이나 보는 정도인데, 나름 호러에 속한답시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마지막에 실린 작가님의 미공개 단편은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엽기까지 하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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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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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소설이 재미있다고 하면 사실상 충분한 감상이기는 하다.울리츠카야는 세헤라자데처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책을 좋아하는 소네치카라는 소녀가 살았는데.......
소네치카도 스페이드의 여왕도 가정 내에서 한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비단 한 사람의 생에 머물지 않고 그 딸과 손자손녀, 부모님,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까지 세계가 확장된다. 그야 한 사람의 세계는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게 당연한 것이겠다. 특히나 불청객의 존재는 주인공들의 삶이 인형의 집처럼 뻔해지려는 순간 세계를 뒤흔드는 방아쇠가 된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우화의 분위기까지 갖는다. 집안에 군림하는 최고 어르신과 그런 어르신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불청객‘.이를 계기로 여왕에 맞서보려는 주인공이 있다.느긋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작가는 갑자기 탁자를 쾅 내려치며 ‘그런데 그때!‘를 외친다. 한꺼번에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짧은 장면들이 이야기를 우화처럼 만들어준다. 블랙코미디 같기도 한 결말까지 마무리되면 청중은 ‘이번 이야기 정말 재미있었다‘며 만족스럽게 극장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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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혼자다 - 결혼한 독신녀 보부아르의 장편 에세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박정자 옮김 / 꾸리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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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아스는 왕의 정복전쟁을 막고자 그의 원정에 질문을 던진다. 맨 먼저 그리스를 정복하자는 말에 ˝그 다음에는?˝ 하고 묻는다. 왕은 아프리카를 손에 넣자 한다. ˝그 다음에는?˝ 인도까지 가자. ˝그 다음에는?˝ 휴식하기로 하자. ˝왜, 지금 당장이 아니고?˝ 결국 돌아올 것이라면 왜 시작하겠느냐는 논리다. 궤변인 것 같으나 왕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기에는 충분했으리라. 우리는 지금도 이런 굴레에 빠지곤 한다. 이는 실패할 거라면 왜 시작해야 하는가 싶은 허무의 굴레가 되기도 하고 대입, 취직, 은퇴 뒤의 허망함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끝없이 자신의 의식을 어딘가로 보내어 그곳에 닿아야만 세계 안에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보부아르는 인간이 목적의식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말로 시작해 그 의식으로 인해 세계가 구성되는 과정, 나아가 개인의 자유가 부딪히는 필연까지 기술한다.

https://tobe.aladin.co.kr/n/231539

문학은 흔히 자기가 열망하던 목적에 도달한 인간이 느끼는 권태를 묘사한다. 그다음에는? 인간은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모든 주어진 것을 지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다. 도달하자마자 인간의 충만성은 과거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발레리가 말하는 "영원히 미래인 구멍"을 쩍 벌려놓은 채. - P38

"너는 나로부터 생명을 받았다"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며 말한다(….)그러나 아이는 알고 있다.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이 현존해 있음에 의해서만 그에게 세계가 있다는 것을. - P103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운명을 부러워하지만, 어느 누구도 타인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몽테스키외는 결론지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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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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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요하네스가 처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상황은 분명하나 요하네스의 발소리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는 안개 낀 부두를 따라 그의 모호한 시간을 함께 걷는다. 반복되는 대화는 노랫소리와 같은 운율을 갖는다. 실제로 어떤 페이지는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어딘가의 민속적인 노래 같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노랫소리에 주인공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얹히는 노래 말이다. 죽음이라는 분명한 사건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장면이다. 그 장면을 어떻게 노래하고 있는가. 페이지마다 짙은 멜랑콜리의 안개를 드리우는 글쓰기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반점이 지나치게 많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는 와중에도 단정하기만 한, 이 불가해한 작가는 대체 누구인가.

https://tobe.aladin.co.kr/n/228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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