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요하네스가 처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상황은 분명하나 요하네스의 발소리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는 안개 낀 부두를 따라 그의 모호한 시간을 함께 걷는다. 반복되는 대화는 노랫소리와 같은 운율을 갖는다. 실제로 어떤 페이지는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어딘가의 민속적인 노래 같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노랫소리에 주인공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얹히는 노래 말이다. 죽음이라는 분명한 사건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장면이다. 그 장면을 어떻게 노래하고 있는가. 페이지마다 짙은 멜랑콜리의 안개를 드리우는 글쓰기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반점이 지나치게 많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는 와중에도 단정하기만 한, 이 불가해한 작가는 대체 누구인가.https://tobe.aladin.co.kr/n/228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