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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 자기 한계를 넘어선 열정과 호기심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학교 미술 시간, 교과서에서 처음 마주한 그 신비로운 미소. 모나리자를 바라보며 나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때는 '유명한 그림'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했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거대한 우주가 보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끝없이 질문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한 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서려 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던 그의 고백은, 역설적으로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다빈치를 움직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식을 줄 모르는 호기심이었다. 새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물은 왜 그런 방식으 로 흐르는지, 인체는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였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ADHD적 특성을 가진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집중하지 못하고, 한 가지 일에 매달리지 못하는 특성. 하지만 그는 이 '결핍'을 오히려 '방향'으로 전환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끊임없는 관찰과 실험을 통한 학습,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조적 접근, 이 모든 것이 그의 '산만함'에서 비롯된 선물이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수학 시간에는 창밖의 구름 모양에 빠져있고, 국어 시간에는 책의 삽화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때는 그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빈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호기심 많은 마음, 여러 영역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재능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빈치의 삶을 들여다보면 완성작보다 미완성작이 더 많다. 스포르차 기마상, 앙기아리 전투, 수많은 발명품들.... 그는 평생에 걸쳐 무수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것들이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위대한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완성과 성공을 강요한다.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내야 하고, 실패는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빈치 는 미완성 그 자체가 또 다른 완전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스케치북에 남겨진 수많은 아이디어들, 반쯤 그려진 그림들, 중단된 실험들... 이 모든 것이 모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거대한 작품을 완성했다. 나도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중도에 포기했다. 배우기 시작한 악기, 읽다가 덮은 책들, 쓰다가 멈춘 글들... 그때마다 자책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빈치처럼 완벽한 완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과 성장에 더 의미를 두게 되었다.
다빈치가 가장 혁신적이었던 점은 분야 간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예술과 과학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었다. 인체를 해부하며 얻은 지식이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빛과 그림자에 대한 예술적 탐구가 광학 연구로 이어졌다. 물의 흐름을 관찰하며 얻은 통찰이 머리카락을 그리는 기법이 되었고, 새의 비행을 연구하며 비행기의 원리를 구상했다. 오늘날 우리는 전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다른 영역에 대한 관심을 접어둔다. 하지만 진정한 창조는 서로 다른 영역의 만남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다 빈치는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융합적 사고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혁신적이고 앞서 있다.
"왜?"라는 질문. 다빈치의 모든 탐구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왜 하늘은 파란가? 왜 새는 날 수 있는가? 왜 사람은 웃는가? 그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점점 질문하기를 멈 춘다. 세상이 그런 것이라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다빈치는 죽는 순간까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호기심은 나이 들지 않았고, 그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모나리자의 그 신비로운 미소도 어쩌면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얼굴에 드러나는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들이 쌓여 오늘날 우리가 보는 걸작이 탄생했을 것이다. 다빈치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깨달은 것은, 그의 천재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끊임없는 관찰, 끝없는 실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멈추지 않는 호기심에서 나온 결과였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도 작은 다빈치가 살고 있다.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는 마음,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하는 욕망,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싶어 하는 갈망.... 그것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것을 완성하지 못해도 괜찮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계속 질문하는 것,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다.
다빈치는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의 미완성들이 모여 완전한 하나의 삶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하나의 작품을 남기려 하기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탐구하고 창조하는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학창시절 처음 만났던 그 신비로운 미소가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오늘도 나는 답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