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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
강남호 지음 / 정독(마인드탭(MindTap))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 환경, 경제,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대전환의 물결이 인류 문명을 재편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대전환은 단일한 현상이 아닌 서로 연결된 여러 차원의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복합적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AI와 딥테크로 대표되는 기술적 대전환, 기후위기로 상징되는 환경적 대전환, 감염병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대전환,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대전환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다. 현대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의성, 사고, 예술, 의사결정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5년 다보스 포럼에서 '지능화 시대를 위한 협업'이라는 주제가 다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AI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현재의 현실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전 세계는 이러한 AI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은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세계 질서의 재편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은 이러한 기술 패권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공지능과 딥테크 혁명은 양면성을 지닌다. 한편으로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UN 개발 프로그램의 휴먼 로봇 혁신 대사 '소피아'가 언급했듯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리더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주장은 인간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질문이다. 로봇이 편견이나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제 우리는 "신을 닮아가는 인간,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라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초월적 존재에 가깝게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고유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환경적 대전환의 한가운데 있다. 2024년 다보스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꼽은 인류 최대의 리스크 1위는 '극한의 날씨'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는 이제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재의 위기다."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이제 석유가 있어도 석유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명제는 생존을 위한 인류의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탄소중립과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경제로의 전환은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여정이다. 에너지 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구조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자원 독점과 불평등 구조를 해체하고 보다 분산적이고 민주적인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체계를 구축할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사회 변화의 강력한 촉매제였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가 봉건 사회를 무너뜨리고 근대 시민사회의 태동을 이끌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은 21세기 사회구조의 대전환을 촉발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대면 접촉의 제한은 온라인 플랫폼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어져, 교육, 근로, 상거래, 의료 등 삶의 전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었다. 더불어 팬데믹은 성장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안전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은 이윤제일주의와 성장제일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기준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기술, 환경, 사회 구조의 대전환은 필연적으로 국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위치한다. 이는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기존의 다자주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며, 국가 간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에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더불어 디지털 경제의 부상은 통화 패권과 기축통화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국제 경제 질서의 새로운 판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다중적 대전환은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이제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환경 영향,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비재무적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받는다. 이는 기업 활동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는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자본주의의 대전환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표면적인 수사에 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진정한 대전환을 위해서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근본적인 가치 전환이 필요하다.
대전환 시대는 교육과 인재 양성에도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AI와 자동화가 루틴한 업무를 대체함에 따라,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감성 지능 등에서 찾아야 한다. 교육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평생 학습 능력,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라는 인식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더불어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포용적 교육이 중요하다. 디지털 접근성, 기술 리터러시, 재교육 기회 등이 모든 계층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이해할 때, 우리는 과거가 아닌 '뉴노멀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