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보는 기술 - 역술가 박성준이 알려주는 사주, 관상, 풍수의 모든 것
박성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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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주, 관상, 풍수. 이 세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한쪽은 “그런 게 어디 있어"라며 코웃음 치는 회의론자들이고, 다른 한쪽은 "한번 봐볼까?"라며 은근슬쩍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회의론자 중 상당수도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이나 신년운세를 슬쩍 검색해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운명학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를 주저한다. 이번에 읽은 박성준 저자의 <운명을 보는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미신도 아니고 맹신도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된 통계이자 인간 심리에 대한 관찰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수천 년간 동양에서는 사람의 얼굴, 태어난 시간, 사는 공간을 통해 그 사람의 성향과 미래 가능성을 예측해왔다. 단순하게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읽어내는 학문이었던 셈이다. 현대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려는 시도라면, 동양의 운명학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비슷한 작업을 해왔다. 다만 접근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서양이 실험과 데이터로 접근했다면, 동양은 관찰과 경험의 축적으로 접근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렌즈로 인간을 바라본 것이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명리학이나 사주에서 나오는 목, 화, 토, 금, 수라는 오행은 인간 성격의 다섯 가지 기본 유형을 상징한다. 불이 많은 사람은 열정적이지만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진다. 물이 많은 사람은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지만 때로는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나무가 강한 사람은 성장 지향적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할 수 있다. 금이 강한 사람은 결단력이 있지만 때로는 냉정해 보인다. 흙이 많은 사람은 안정적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런 분석이 과학적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하나의 틀, 하나의 언어인 셈이다. MBTI가 현대적 성격 분류 도구라면, 사주는 동양적 성격 분류 도구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사주를 통해 내가 어떤 시기에 있는지 아는 것은 실용적 가치가 있다. 대운과 세운 이라는 개념은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씨를 뿌릴 때와 거둘 때가 있고, 움츠릴 때와 뻗어나갈 때가 있다. 모든 시기에 전력질주하려다 지치는 것이 아니라, 때를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상학은 때로 천박한 미신으로 치부되곤 한다. "얼굴만 보고 어떻게 사람을 판단하나"라는 비판은 정당해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관상은 생김새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표정과 습관,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얼굴에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늘 찡그린 사람의 얼굴에는 미간 주름이 깊게 패인다. 자주 웃는 사람의 눈가에는 웃음 주름이 생긴다. 탐욕스러운 사람의 눈빛은 날카롭고, 자비로운 사람의 눈빛은 부드럽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다. 우리의 내면이 외면에 드러나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부자의 관상, 사기꾼의 관상, 복 많은 사람의 관상은 흥미롭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심상이 관상보다 중요하다'는 대목이다. 타고난 얼굴이 별로라도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얼굴은 변한다. 유재석이 좋은 예다. 타고난 관상은 그리 길하 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성실함과 선한 의도가 얼굴을 바꿨다. 희망적인 메시지다. 우리는 타고난 얼굴의 죄수가 아니다. 성형수술로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는 것이 진짜 관상을 바꾸는 길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웃어보라. 6개월 후 얼굴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풍수지리는 아마도 세 가지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일 것이다. "집 방향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너무 과장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햇빛이 잘 드는 집과 하루종일 어두운 집에서 사는 사람의 기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과 습하고 답답한 곳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음이 심한 곳과 조용한 곳은 집중력과 수면의 질을 좌우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하고, 삶의 질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영향을 준다. 강남의 북향 집이 명당이라는 설명은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남향이 최고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형과 물의 흐름을 고려하면 북향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보다 맥락과 상황이 중요하다. 오션뷰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생각해 볼 만하다. 물이 바로 보이면 기가 빠져나간다는 풍수적 해석은 심리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무한함과 공허 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온함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우울함이 될 수 있다. 도심 속에서 명당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고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침대 방향, 책상 위치, 창문과의 거리, 조명의 밝기. 이 모든 것이 풍수의 원리와 연결되어 있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편안하고 활력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실용적 지혜인 것이다.

운명학의 가장 큰 오해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운명학은 오히려 그 반대를 말한다. 흐름은 있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지 않다. 강물의 방향은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헤엄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사주를 안다는 것은 내가 어떤 강물에 있는지 아는 것이다. 지금이 급류인지 완만한 구간인지, 곧 폭포가 나올지 잔잔한 호수가 나올지를 미리 아는 것이다. 이 정보는 준비하는 데 쓰여야지, 포기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관상을 안다는 것은 내 얼굴이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듣는 것이다. 피곤함이 쌓여 있다면 쉬어야 한다는 신호고, 탐욕이 드러난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경고다. 거울은 현재를 보여주고, 관상은 그 현재가 축적된 결과를 보여준다. 풍수를 안다는 것은 내 주변 환경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불편하고 답답한 공간에 있다면 바꿔야 한다. 당장 이사가 어렵다면 배치라도 바꿔야 한다. 환경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꿀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영감과 직감을 기르는 능력이다. 불길한 예감, 미묘한 위화감, 설명할 수 없는 끌림. 이런 것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의식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있고, 때로는 그것이 직관으로 떠오른다. 사기꾼을 만나기 전에 느껴지는 이상함, 좋은 기회가 오기 전에 느껴지는 설렘, 관계가 깨지기 전에 감지되는 냉기. 이런 신호들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운명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사람으로부터 온다. 누구를 만나느냐, 누구와 관계를 유지하느냐, 누구로부터 멀어지느냐. 이 모든 선택이 쌓여서 운명이 된다. 사주와 관상, 풍수는 이런 선택을 좀 더 현명하게 하도록 돕는 도구다.

책의 제한된 분량에 사주, 관상, 풍수를 모두 담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각이 평생 공부해도 다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학문이 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문서적이라기보다는 입문서이자 안내서의 성격이 강하다. 사주와 관상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궁금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사주는 어떤가", "내 얼굴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본 질문이다. 풍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쉬울 수 있지만, 현대인이 적용할 수 있는 핵심만 추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명당 묘자리를 찾는 전통 풍수보다는, 아파트와 사무실 환경을 개선하는 실용 풍수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책을 읽으며 자기 사주를 들여다보고, 거울을 보며 관상을 체크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전문가에게 돈을 내고 상담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스스로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해석해보는 것도 가치 있는 경험이다. 물론 정확도는 떨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수만 명을 봐온 경험이 있고,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눈이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는 스스로가 가장 좋은 전문가다. 외부 해석을 참고하되, 최종 판단은 본인이 내려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사주", "나쁜 관상" 같은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저자도 강조하듯,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맥락 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것. 이것이 운명학의 실용적 적용이다.

우리는 왜 운명을 알고 싶어 할까? 불안해서다. 미래가 두려워서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 신이 없어서다. 이 모든 것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이다. 운명학은 이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방향을 제시 해줄 수는 있다. 지도가 있다고 여행이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길을 잃을 확률은 줄어든다. 사주, 관상, 풍수는 인생이라는 여행의 지도다.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고, 패턴과 의미를 찾으려 한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영역에서, 운명학은 여전히 위안과 통찰을 줄 수 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지도가 있다면, 그것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사주, 관상, 풍수는 수천 년간 검증된 지도다. 완벽하지 않지만, 쓸모는 충분하다. 현명하게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어느정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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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 1 : 금융 활용의 기술 - 첫 월급부터 자산으로 만드는 돈 관리법
이혜경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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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하지만 톤의 언어 앞에서는 문맹이 된다. 한국인의 67%가 기초적인 금융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통 계는 충격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인플레이션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한다. 이혜경 저자의 <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는 바로 이 침묵의 순간에서 출발한다. 25년간 금융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가 발견한 것은, 돈에 대한 무지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고 세계사를 외우지만, 정작 첫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돈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감'으로 소비하고,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투자를 시작한다. 체계도 없고 전략도 없다. 그저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만 간절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냉정하게 경고한다. 빨리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종종 재앙을 낳는다••

금융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룰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돈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같은 회사에 입사해 같은 월급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5년 후, 한 사람은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고 또 한 사람은 여전히 월급날만 기다리며 산다. 10년 후, 그 격차는 통장 잔고의 차이를 넘어 삶의 선택지 자체가 달라진다. 이 책이 제시하는 8단계 시스템(번다, 아낀다, 모은다, 쓴다, 투자한다, 빌린다, 갚는다, 대비한다)은 바로 이 게임의 룰북이다. 그 안에는 금융 생활의 모든 국면이 담겨 있다. 급여명세서를 제대로 읽는 법부터 시작해, 가계부를 쓰고 반성하는 습관, 통장을 쪼개어 목적별로 관리하는 기술, 연말정산을 최적화하는 전략, 그리고 먼 미래의 노후까지 대비하는 지혜까지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소비'를 다루는 방식이다. 많은 재테크 서적들 이 절약을 강조하며 소비를 악으로 규정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소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가 자꾸만 하고 싶을 때" 조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소비의 유혹에 빠지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우리는 '고객님'이라 불리는 순간 뿌듯함을 느낀다. 돈을 쓰는 행 위 자체가 즐겁다. 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 있고,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숨어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돈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르는 첫 번째 분기점이다.

투자 시장에는 '빨리 부자 되기'를 약속하는 유혹이 넘쳐난다. 단기간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는 성공담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투자 비법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금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종잣돈을 만들고, 수익률을 관리하고, 오랜 기간 투자하며, 분산투자한다는 다섯 가지 원칙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지루하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금융의 기본이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수익을 좇다가는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가계부를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가계부를 적기만 하고 되새겨 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반성과 개선의 과정이다. 자신의 씀씀이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며, 투자를 늘려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 이런 지루한 반복이 쌓여야 비로소 재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습관의 문제다. 첫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순간부터 형성되는 소비:저축·투자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복리의 마법은 투자 수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모두 복리로 작동한다.

2030 세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집을 살 수 없다"는 말이 한탄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 시대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성장의 공식 즉,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노후도 준비할 수 있다. 이 것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잡으면 누구나 자신의 경제를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이 메시지가 가진 힘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금융 지식은 마법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이 '나침반'으로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침반은 목적지까지 데려 다주지 않는다. 단지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고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금융 문맹 상태로 사회에 나온 2030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불안을 안정으로, 막연 함을 구체성으로, 무력감을 주체성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내가 번 돈이 어디로 새어나가는지 알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 돈을 지키고 불 릴 수 있는지 배우며, 궁극적으로는 돈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돈을 도구로 쓰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은 어렵다. 하지만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시작점이다. 화려한 재테크 비법이 아니라 기초를, 빠른 성공이 아니라 올바른 습관을, 요행이 아니라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한다. 경제적 자립이란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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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FOR STARTERS - 챗GPT&AI 활용, 모든 버전 사용 가능, 전면 개정판
전미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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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형광등 불빛만이 남은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의 남편이, 누군가의 아내가, 또 누군가의 동료가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때로 아주 단순하다. 복잡해 보이는 업무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종종 '도구를 다루는 능력'의 문제다. 엑셀. 이 네 글자 앞 에서 우리는 두 부류로 나뉜다. 능숙하게 다루며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과, 매번 같은 작업에 몇 배의 시간을 쏟으며 불을 밝히는 사람. 책은 후자를 전자로 변화시키기 위한, 지극히 실용적인 지침서다. 책의 부제에 당당히 박힌 '왕초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많은 교재 들이 '쉬운, '기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왕초보'라고 명시한 것은 일종의 약속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출 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배울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미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모른다는 사실이, 주변 사람들은 다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위축시킨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에게도 처음이 있었다. '왕초보'를 인정하는 것은 성장의 시작점을 명확히 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엑셀은 방대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기능을 다 배우려 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기능은 그중 일부다. 문제는 '어떤 일부'인가를 아는 것이다. 현장에서 강의를 해온 저자는 실무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 라, 매일 반복되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표를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보기 좋게 시각화 하는 것. 책이 선별한 기능들은 바로 그런 일상의 필요를 반영한다. '우선순위'라는 개념은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하는지 모르면 방황하게 된다. 책은 그 길을 명확히 제시한다.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직접 따라 하는 방식, 이것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읽기만 해서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 손이 기억해야 한다. 클릭의 순서가, 단축키의 조합이, 함수의 구조가 몸에 배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예제의 현실성이다.

'통계표 작성하기, 부서별 등급 구하기' 같은 예제들은 실제 회사에서 마주치는 업무와 닮아 있다. 이론적인 연습 문제가 아니라, 내일 당장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과 유사한 과제들. 이런 예제로 연습하면 학습과 실무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 책을 덮고 회사에 가서 같은 작업을 만났을 때, '아, 이거 어제 연습했던 거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학습은 성공한 것이다. 엑셀 2010부터 2021까지 모든 버전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 버전이 다르다. 새 직장에 갔더니 구버전을 쓰고 있거나, 반대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어 있을 수도 있다. 책이 다루는 것은 버전에 따라 크게 달라지 지 않는 핵심 기능들이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변해도, 엑셀의 본질적인 기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런 접근은 책의 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학습자에게 진정한 실력을 선사한다. 특정 버전에만 의존하는 기능이 아니라, 엑셀이라는 도구 자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칼퇴'. 이 단어는 현대 직장인들의 꿈이자 농담이다. 정시 퇴근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 하지만 이것은 업무량의 문제만은 아니 다. 같은 일을 누군가는 두 시간 만에 끝내고, 누군가는 네 시간 동안 붙잡고 있다. 효율성의 차이는 때로 기술의 차이다. 엑셀을 능숙하 게 다루는 사람은 데이터 정리를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낸다. 함수를 적절히 활용하면 복잡한 계산도 자동화된다. 피벗 테이블을 알면 방 대한 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엑셀 실력이 근무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책을 통해서 칼퇴는 꿈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엑셀 앞에서 위축된다. 복잡해 보이는 화면, 무수히 많은 메뉴, 들어본 적 없는 용어들. 이 모든 것이 심리적 장벽을 만든 다. 한번 실수하면 데이터가 망가질 것 같은 불안감, 동료들에게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자존심들.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우면 이 두 려움은 사라진다.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하나씩 기능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감은 작은 성공의 축 적에서 온다. 처음으로 조건부 서식을 적용해봤을 때, 복잡한 수식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차트가 예쁘게 완성되었을 때.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엑셀 고수'라는 정체성을 만든다.

신입사원에게 엑셀은 필수 생존 도구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자료를 시각화하는 것은 기본 업무다. 이것을 못하면 선배들에게 매번 물어봐야 하고, 간단한 일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경력직이라고 해서 엑셀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영 역이 바뀌면서 이전에 안 쓰던 기능이 필요해질 수 있다. 또는 오랫동안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해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 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책 자체가 바꾸는 것은 아니다. 책은 도구일 뿐이고, 변화는 실천에서 온다. 하지만 좋은 책은 실천을 촉진한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고, 계속 나아갈 동기를 부여한다. 엑셀을 못한다는 것은 업무 효율 성, 자신감, 경력 개발과 연결되어 있다. 반대로 엑셀을 잘한다는 것은 더 빨리 일을 끝내고,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더 설득력 있게 제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FOR STARTERS'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왕초보가 실무자가 되는 여정, 야근에서 칼퇴로 가는 길,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의 전환. 이 모든 것이 책이 소개하는 핵심 기능을 익히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중 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고,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첫 번째 실습을 따라 해보는 것. 그 작은 행동이 몇 달 후의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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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 - 초보자도 하루만에 전문가로 만드는 실전 안내서
김규림 외 지음 / 행복한북창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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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챗GPT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호기심 반, 회의 반으로 질문창에 "맛있는 저녁 메뉴 추천해줘"라고 입력했고, 돌아온 답 변은 예상 가능한 목록들이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파스타, 샐러드....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게 그렇게 난리를 치던 인공지능이라 고? 실망과 함께 창을 닫았고, 한동안 챗GPT는 내 업무 도구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챗GPT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도구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고급 카메라를 사서 오토 모드로만 찍다가 "별로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AI와 대화하는 법, 질문하는 법, 그리고 함께 일 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었다. 처음에는 거창해 보이는 용어에 주눅이 들었지 만, 곧 이것이 결국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사람에게 질문할 때도 상황과 맥락을 설명하고, 원하는 답의 형태를 구체화한다. AI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들은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역할 부여, 구체적 조건 명시, 출력 형식 지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 방법 알려줘"라는 막연한 질문 대신, "당신은 10년 경력의 영어 강사입니다. 직장 인인 나를 위해, 하루 30분 투자로 6개월 안에 비즈니스 영어 회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계획을 주차별로 표 형식으로 작성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는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고, 후자는 전문가 와 일대일 상담을 받는 것에 가깝다. 질문의 품격이 높아지자, 돌아오는 답변의 퀀텀 점프를 경험했다. 챗GPT는 내가 던진 질문의 수준 만큼만 답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검색엔진처럼 사용한다. 한 번 질문하고, 답을 받고, 끝. 그러나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화의 연 속성'이다. 첫 번째 답변은 초안일 뿐이고, 진짜 가치는 그 이후의 수정과 보완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에서 마케팅 보고 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20대 여성 타겟 인스타그램 광고 성과 보고서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나온 결과물은 그럴 듯했지만, 우리 회사의 톤앤매너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데이터 중심적으로, 그래프를 삽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줘"라고 추 가 요청했다. 그리고 또다시 결론 부분은 3가지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으로 요약해줘"라고 다듬었다. 세 번째 수정본을 받았을 때, 나 는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내가 혼자 3시간 걸려 만들었을 보고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고, 소요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AI는 완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아니라, 함께 작업물을 다듬어가는 동료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책에서는 이 를'신입 직원을 가르치듯 대하라'는 비유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지 말고, 피드백을 주고, 방향을 조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 이것이 챗GPT와의 올바른 협업 방식이었다.

책의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법도 다룬다. 나는 사실 이 부분을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다. ' 어차피 업무에 쓸 거지, 일상에서야 얼마나 쓰 겠어? '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장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영어 학습 활용 사례였다. "이 문장 번 역해줘"를 넘어, 챗GPT를 나만의 영어 튜터로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당신은 영어 발음 교정 전문가입니다. 내가 입력한 영 어 문장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해주고, 특히 주의해야 할 발음은 별도로 설명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는 즉시 내 영어 학습 루틴에 편입 되었다. 또 하나는 식단 관리였다. 책에 나온 예시처럼 "당뇨 환자가 있는 4인 가족을 위한, 칼로리와 영양소가 표시된 일주일 식단표"를 요청해봤다. 돌아온 답변은 메뉴 추천만이 아니라, 각 끼니별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까지 표시된 상세한 식단표였 다. 영양사 상담료를 아낀 기분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AI는 거대한 업무 혁신 도구이기 이전에, 일상 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친절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는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업무 활용편도 좋았다. 사업 계획서, 계약서, 회의록, 마케팅 카피 등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는 문서 작업들을 챗GPT로 처리하 는 방법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것은 회의록 작성 자동화였다. 평소 회의 후 회의록 정리에 30분 이상을 쏟아부었는데, 챗GPT를 활용하면서 이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었다.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고, "이 내용을 회의록 형식으로 정리해줘. 1) 논의 사항, 2) 결정 사항, 3) 향후 액션 아이템으로 구분하고, 각 액션 아이템에는 담당자와 마감일을 표시해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또한 마 케팅 카피 작성도 놀라웠다. 신제품 출시 카피를 작성해야 할 때, "당신은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입니다. 30대 직장인 여성을 타겟으 로 한 프리미엄 핸드크림 출시 카피를 작성해 주세요. 감성적이면서도 제품의 기능(보습, 빠른 흡수, 천연 성분)을 강조하고, 3가지 버전으로 제시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세 가지 버전 중 하나는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100%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사실 확인, 브랜드 톤 조정, 법적 검토 등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AI가 만들어준 80%의 초안 위에 나의 20%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면,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책은 바로 이 '질문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과서다. 네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한 권에 집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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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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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벽 서재에서 라틴어 격언들을 읽다 보면, 묘하게도 고대 로마의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2000년이라는 시간의 강 을 거슬러 올라가, 토가를 두른 철학자들 사이를 거니는 기분. 그런데 정작 놀라운 건 그들이 고민하던 문제가 지금 내가 마주한 삶의 질 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문장 하나쯤은 갖고 산다. 어떤 이에게는 부모님이 반복해서 들려주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힘들 때 우연히 읽은 책의 한 구절이 평생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되뇌던 문장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때로는 부적처럼, 때로는 나침반처럼 내 삶을 지탱해주었다.

라틴어를 '죽은 언어'라고 부르는 건 참 역설적이다. 일상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와 삶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생생하게 숨 쉬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걷혀 나가 고, 본질만 남아 더욱 선명해진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라틴어 문장들이 격언이나 경구로만 소비되지 않고 살아있는 맥락 속에서 호흡한다는 점이었다. 라티나와 야마자키 마리의 대화는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카페에 앉아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의 실제 경험담들, 현대 사회의 구체적인 상황들과 맞물리면서 고대의 지혜는 박제된 과거가 아닌, 지금 의 이야기가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무 살에 읽은 문장과 마흔 살에 다시 읽는 같은 문장은 완전히 다른 울림을 준다."이 또한 언젠가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는 말도 그렇다. 한창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이 문장을 만났다면, 어쩌면 공허 한 위로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정말로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던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문장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이 문장은 시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통찰이다. 지금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며, 모든 경험은 결국 우리를 구성하는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된다는 것. 삶은 현재진행형이 지만, 동시에 과거로 축적되면서 의미를 획득한다는 역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건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의 진짜 뿌리를 발견하는 순간들이었다. '카르페 디엠'이나 '아모 르 파티' 같은 표현들은 현대 문화 속에서 이미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문장들이 태어난 원래의 맥락, 그것을 처음 입 밖으로 꺼낸 사람의 상황과 의도를 알고 나면,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카르페 디엠'을 현재를 즐기라는 향락주의적 메시지로 이해하는 것과, 유한한 삶 속에서 매 순간의 가치를 온전히 인식하며 살라는 실존적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천지 차이다. 호라티우스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젊은이들에게 그저 재미있게 놀라고 말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의식하며, 그렇기에 더욱 의 미 있게 현재를 살아가라는 무게 있는 조언이었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반복해서 읽으며 그 안에서 길을 발견하는 경험.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는 시간. 그런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이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시킨다. 백 권의 책을 훑어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 드는 것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이 책 자체가 그런 깊이 읽기인 것 같다. 65개의 라틴어 격언을 빠르게 훑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각 문 장 앞에서 멈춰 서서 그것이 태어난 배경, 그것이 품은 의미, 그것이 나의 삶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책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에게 진짜 중요한 문장은 무엇일까. 내 삶을 지탱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그런 문장은 어떤 것일까? 책에 소개된 65개의 문장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과 공명하는 문장들이었다. 어쩌면 몇 년 후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른 문장들이 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좋은 문장들이 가진 힘이다. 읽는 이의 상태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중요한 건 누군가가 정해준 '명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진정으로 만나는 문장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이 라틴어든, 한글이든, 영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일 것이다.

라틴어를 배우지 않아도, 고대 로마사를 깊이 알지 못해도,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책이 정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라틴어가 아 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언어는 사 유의 틀이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다. 라틴어 격언들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 인간 경험의 본질 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이 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이다. 이제 나는 일상 속에서 이 문장들을 다시 만날 것이고,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발견할 것 이다. 어떤 문장은 내 인생의 특정 시기를 대표하는 문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무 살의 문장, 서른 살의 문장, 마흔 살의 문장. 그렇 게 문장들을 모아가다 보면, 그것이 곧 내 삶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기대를 가지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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