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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 1 : 금융 활용의 기술 - 첫 월급부터 자산으로 만드는 돈 관리법
이혜경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하지만 톤의 언어 앞에서는 문맹이 된다. 한국인의 67%가 기초적인 금융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통 계는 충격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인플레이션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한다. 이혜경 저자의 <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는 바로 이 침묵의 순간에서 출발한다. 25년간 금융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가 발견한 것은, 돈에 대한 무지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고 세계사를 외우지만, 정작 첫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돈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감'으로 소비하고,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투자를 시작한다. 체계도 없고 전략도 없다. 그저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만 간절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냉정하게 경고한다. 빨리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종종 재앙을 낳는다••
금융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룰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돈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같은 회사에 입사해 같은 월급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5년 후, 한 사람은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고 또 한 사람은 여전히 월급날만 기다리며 산다. 10년 후, 그 격차는 통장 잔고의 차이를 넘어 삶의 선택지 자체가 달라진다. 이 책이 제시하는 8단계 시스템(번다, 아낀다, 모은다, 쓴다, 투자한다, 빌린다, 갚는다, 대비한다)은 바로 이 게임의 룰북이다. 그 안에는 금융 생활의 모든 국면이 담겨 있다. 급여명세서를 제대로 읽는 법부터 시작해, 가계부를 쓰고 반성하는 습관, 통장을 쪼개어 목적별로 관리하는 기술, 연말정산을 최적화하는 전략, 그리고 먼 미래의 노후까지 대비하는 지혜까지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소비'를 다루는 방식이다. 많은 재테크 서적들 이 절약을 강조하며 소비를 악으로 규정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소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가 자꾸만 하고 싶을 때" 조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소비의 유혹에 빠지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우리는 '고객님'이라 불리는 순간 뿌듯함을 느낀다. 돈을 쓰는 행 위 자체가 즐겁다. 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 있고,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숨어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돈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르는 첫 번째 분기점이다.
투자 시장에는 '빨리 부자 되기'를 약속하는 유혹이 넘쳐난다. 단기간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는 성공담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투자 비법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금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종잣돈을 만들고, 수익률을 관리하고, 오랜 기간 투자하며, 분산투자한다는 다섯 가지 원칙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지루하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금융의 기본이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수익을 좇다가는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가계부를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가계부를 적기만 하고 되새겨 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반성과 개선의 과정이다. 자신의 씀씀이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며, 투자를 늘려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 이런 지루한 반복이 쌓여야 비로소 재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습관의 문제다. 첫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순간부터 형성되는 소비:저축·투자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복리의 마법은 투자 수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모두 복리로 작동한다.
2030 세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집을 살 수 없다"는 말이 한탄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 시대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성장의 공식 즉,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노후도 준비할 수 있다. 이 것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잡으면 누구나 자신의 경제를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이 메시지가 가진 힘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금융 지식은 마법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이 '나침반'으로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침반은 목적지까지 데려 다주지 않는다. 단지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고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금융 문맹 상태로 사회에 나온 2030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불안을 안정으로, 막연 함을 구체성으로, 무력감을 주체성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내가 번 돈이 어디로 새어나가는지 알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 돈을 지키고 불 릴 수 있는지 배우며, 궁극적으로는 돈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돈을 도구로 쓰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은 어렵다. 하지만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시작점이다. 화려한 재테크 비법이 아니라 기초를, 빠른 성공이 아니라 올바른 습관을, 요행이 아니라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한다. 경제적 자립이란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