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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 - 나라는 사람의 데이터를 읽고 삶에 최적화하는 기술
최재훈 지음 / 청림Life / 2026년 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다짐을 하고,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치곤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최재훈 작가의 <잘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읽으며, 성격이라는 렌즈로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책은 성격 모델을 기반으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인간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성격 요인들을 선과 악, 좋음과 나쁨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각자에게 다른 비율로 존재하며, 그 조합이 우리 삶의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이 신선했다.
작가는 "성격이 곧 운명"이라는 심리학의 오래된 명제를 인용하면서도, 더 정확하게는 "성격이 인간관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정리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갈등과 좌절, 반대로 기쁨과 성취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그렇기에 타인을 읽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는 통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다. MBTI 나 여러 성격 검사에서 가장 익숙한 개념이 바로 외향성과 내향성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외향성의 본질은 긍정 자극에 대한 수용 용량이라는 것이다. 외향인은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고, 내향인은 제한적인 자극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다. 이를 음식에 비유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외향인은 대식가처럼 자극을 많이 받아도 괜찮지만, 내향인은 소식가처럼 적당히 먹어야 소화가 된다. 그래서 내향인에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다. 여기서 과거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며 “왜 나는 사람들과 오래 있으면 힘들까"라고 자책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성격의 특성이었던 것이다. 신경성은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곤 한다. 불안하고,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 하지만 책은 이를 달리 바라본다. 신경과민인에게 중요한 것은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는 조언이 특히 인상 깊었다. 모두가 똑같은 행복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을 줄이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작은 변화에도 쉽게 동요한다. 하지만 그 민감함은 섬세함으로, 불안은 통찰로 전환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환경과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억지로 강한 척, 괜찮은 척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부분은 에너지 관리에 대한 통찰이었다. 아무리 자고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은 두 가지 문제 중 하나를 겪고 있다. 에너지 충전율이 낮거나, 에너지 소모율이 높거나. 이는 성격과 직결된다. 외향인은 빠르게 충전되지만 빠르게 소모되기도 한다. 반대로 내향인은 천천히 충전되지만 소모도 천천히 된다.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덜 쓰지만, 우호성이 높은 사람은 관계 속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조건 열심 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흥미롭게도 성실성은 고정된 특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한다.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열심인데 집에서는 게으른 사람들이 많다. 이는 상황적 성실성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성실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우호성이 높은 사람, 즉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이 상황적 성실성이 강해진다. 이들은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진하곤 한다. 이 지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모든 상황에서 성실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관계는 양면적이다. 성장의 비료가 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기생체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독립적 자아 시스템과 상호의존적 자아시스템을 구분하며, 사람마다 관계 맺는 방식이 다름을 설명한다. 외향적이고 우호적인 사람은 관계 그 자체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이고 저우호성인 사람은 관계가 부담스럽고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인지 아는 것이고, 그에 맞 는 인간관계의 범위와 깊이를 설정하는 것이다. 책은 만족감을 두 가지로 나눈다. 좋은 일이 생겨서 느끼는 양의 만족감과,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 느끼는 음의 만족감. 현대사회는 양의 만족, 즉 행복 추구만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음의 만족이다. 불행을 줄이는 것. 고통을 제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안정감과 평온을 가져다준다. 특히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쫓기보다, 불행을 피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 통찰은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기 성격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삶의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오해한 채 무리한다. 외향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더 성실해야 한다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라 이해다. 나는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고, 무엇이 나를 채우는가. 어떤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환경에서 최선을 발휘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은 내 손에 쥐어진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잘될 수밖에 없는 삶'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