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신아현 지음 / 데이원 / 2024년 8월
평점 :
작년 12월 크뢸러뮐러 뮤지엄과의 공동 기획으로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고흐전에 다녀왔다. 많은 작품들이 감동과 위안을 주었지만, 그 중에서 전시된 <착한 사마리안인>은 고흐의 독특한 화풍과 감정이 담긴 작품으로,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연민과 도움의 손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고흐의 예술적 비전과 사회적 메 시지를 동시에 전달해 주었다. <착한 사마리안인>은 성경의 착한 사마리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타인을 돕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애와 연민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고흐의 독특한 색채 사용과 강렬한 붓질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고흐 특유의 따뜻한 색조는 보는 이에게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는 그들의 감정을 잘 전달해 주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사회적 연대와 도움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흐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촉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에 사회복지사의 삶과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에세이 집을 읽었다. 신아현님의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였다. 가슴을 울이는 에세이 집이었다.
세상은 저마다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 환히 웃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그 뒤편에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존재한다. 때로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그늘진 자리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듯한 절망 속에 갇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들이다. 그들은 거창한 명예나 큰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건네는 일을 삶의 소명으로 삼는다. 길 위에서 쓰러진 이를 일으켜 세우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사회복지사들은 스스로 걸을 힘이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짐을 나누어 지고 함께 걸어간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는 꼭 그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곤과 병마, 학대와 소외, 편견과 차별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사는 등불과 같은 존재다. 그들은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작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직업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삶을 바꾸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 제목을 보고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연아'라는 이름은 마치 새로운 결심을 다짐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책 표지의 노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모습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었죠. 마치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다룬 에세이일 것처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나서야, 그 제목의 배경과 저자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연아'라는 이름이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만난 민원인들에게 자조적으로 붙여진 별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 마음은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간 별다른 경험 없이 상상할 수 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피곤한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은 알지만, 하루하루 민원인들의 고통과 불만을 직면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상상 그 이상으로 고단할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알지 못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저자는 처음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 순간부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그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후 수많은 시련 속에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쓰러짐이라는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길을 결심하게 되었고, 어머니를 돌보며 자신의 꿈을 다시 찾게 되었고, 드디어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삶은 모두 다 달랐지만, 그 속에서 마주한 것은 고통과 슬픔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지만, 그들의 삶이 너무나도 힘겨워서 매일 그들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밀려가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민원인들로부터 비난과 폭언을 듣고, 이유 없이 찾아와 억지를 부리며 항의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자는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도 매일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민원인들로부터의 폭언과 폭행이었다. "이년아, 저년아"라는 말에서 유래된 그 이름은 저자에게 그만큼 참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원인들 중 일부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기 위한 정당한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마음이 있었기에, 저자는 그들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이 저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저 감사함을 느끼며 지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진정성과 그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일 것이다. 물론, 책 속에는 저자가 경험한 따뜻한 이야기도 있다. '행복한 생신상 사업'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생신을 축하하며 케이크와 선물을 전달하는 일이었고, 그들은 평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저자는 그들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받으며, 그들의 삶에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일에 의미를 두었다.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