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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장르 - 인스타툰 작가들의 일·삶
김그래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평점 :
인스타그램이 보편화되면서 자신만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작가로서 자리매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스타툰 작가들은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일상 속 이야기와 감정을 공유하며 수많은 팔로워를 얻고, 그들만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그들의 작품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짧은 댓글로 감상을 표현하는 것이 전부일 때가 많지만, 그들에게 인스타툰은 단지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직업이며, 치열한 노력이 녹아든 창작의 산물인 것이다. 최근에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스타툰 작가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김그래, 쑥, 작가1, 펀자이씨 네 명의 인스타툰 작가는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담아내고, 각자의 독특한 스타일과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삶의 이야기를 엿보며, 인스타툰이라는 공간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이 장르>였다. 인스타툰을 좋아하는 일인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책은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자신의 일상과 내면을 작품에 담아내는 인스타툰 작가들, 김그래, 쑥, 작가1, 펀자이씨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성찰해 보고자 한다. 각기 다른 삶의 궤적과 고유의 그림체로 독자들에게 웃음과 감동, 공감과 위로를 선물하는 이들의 여정을 살펴보며, 인스타툰이라는 독특한 형식이 그들의 창작에 어떻게 스며들고, 일상 속 장면들이 어떻게 공감의 언어로 변하는지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하는 기획의도가 보인다.
쑥님은 퇴사 후 막막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중, 그림 에세이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소망에서 출발해 인스타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쑥님의 작품에서는 현실 속 갈등과 고민, 그리고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무거움과 고독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의 그림체는 부드럽고 잔잔하여 보는 이들에게 편안한 감정을 선사하며, 짧지만 깊은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쑥님에게 인스타툰은 자신을 표현하고 치유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독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연결고리인 것 같다.
김그래님는 일상의 탈출구처럼 도망치듯 떠난 일본에서 우연히 그리기 시작한 짧은 만화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만화 일기가 점차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어느새 김그래는 인스타툰 작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유머와 따뜻한 감성으로 녹아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김그래가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공유하게 된다. 김그래님에게 인스타툰은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로, 그의 인생의 한 페이지 페이지를 기록하고, 독자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선사하는 수단이 되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펀자이씨는 인스타그램에 연필로 그린 그림을 올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가족과 아이들과의 일상, 부모로서 겪는 소소한 기쁨과 어려움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펀자이씨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자아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며, 부모와 자녀 간의 소중한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만든다. 펀자이씨에게 인스타툰은 그의 일상을 기록하고 소통하는 창구이며,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공간인 것 같다.
작가1님은 아르바이트 중 겪은 부당한 경험을 만화로 풀어내며, 이를 계기로 인스타툰 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여성의 삶, 사회의 편견, 일상의 부조리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만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제시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작가1님에게 인스타툰은 단지 이야기를 그리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독자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되었다.
인스타툰 작가라는 직업은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유한 고민과 고충을 안고 있는 분야이다. 김그래, 쑥, 작가1, 펀자이씨 등 여러 작가들은 그림이라는 창작의 수단을 통해 일상을 담아내며 대중과 소통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 나름의 어려움과 모순을 겪는다. 이들이 그려내는 인스타툰은 단지 그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일부이며, 때로는 치유의 공간이자 도피처가 되기도 한 것이다. 이들은 인스타툰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자신과 캐릭터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을 줄여나간다. 작품 속 캐릭터는 대중에게 웃음과 위로를 선사하지만, 그 캐릭터가 반드시 작가 자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품을 그려내는 손길 이면에는 작가들이 각자의 감정과 상황을 조율하며 세운 일종의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을 허물고 독자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괴리를 수용하고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들의 큰 과제일 것이다.
또한, 인스타툰이라는 직업을 통해 얻는 수익화의 현실적인 문제도 이들의 고민 중 하나임을 이야기 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인스타툰은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변화해야 할 때가 많다. 어떤 날은 한편의 만화를 올린 후 쏟아지는 반응에 기뻐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비판과 피드백에 당황하기도 한다. 창작물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심리적 방어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으며, 이는 인스타툰 작가로서 살아가며 겪는 끊임없는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인스타툰은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어려운 마음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삼거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수단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펀자이씨는 오히려 삶의 난관 속에서 그림을 더 열심히 그렸다고 회고하며, 김그래는 만화가 그에게 어려운 감정을 해소할 방법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에게 그림 그리기는 창작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로 기능한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