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면, 그것은 권위에서 관찰로, 관찰에서 측정으로, 측정에서 다시 겸손으로 이어지는 순환이다. 파레가 "나는 단지 붕대를 감았을 뿐, 신이 그를 낫게 하셨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크게 전진한 순간들은 언제나 인간이 자연 앞에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과 맞닿아 있었다. 갈레노스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은 더 큰 권위가 아니라, 그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그 태도는 지금도 유효하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활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 역시, 결국은 "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산토리오와 보렐리의 질문이 형태를 바꾸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의과학사는 '누가 먼저 의심했는가'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의심은 언제나 대가를 치렀다. 몬디노는 금기를 깨야 했고, 베살리우스는 평생 비난에 시달렸으며, 제멜바이스는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손 씻기, 혈액형 검사, 마취와 소독은 모두 누군가 자신의 시대와 불화한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중에도, 언젠가 새로운 몬디노와 제멜바이스가 다시 열어야 할 금기가 남아 있지 않을까. 책이 내게 남긴 질문은 결국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