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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
박상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6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삶을 바꾼다는 말을, 한동안 믿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믿어버리면 읽지 않는 나 자신을 변명할 수 없게 되니까. 그런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사람이 경험한 것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고, 흘러가는 대로 살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감각은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 막막함. 그건 꽤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안고 살아가는 감각이다.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변화의 속도였다. 독서를 시작했다고 해서 갑자기 삶이 뒤집히지는 않는다. 그 사람도 그랬다. 하루 5분, 때로는 한 페이지,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쌓여가는 동안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 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사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감정에 휘둘리던 사람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불평하던 사람이 방법을 찾기 시작했으며, 두려움 앞에 멈춰 서 있던 사람이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변화를 너무 극적인 것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고, 결심이 서고, 모든 것이 달라지는 그런 순간. 그러나 실제 변화는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 변화는 어느 날 돌아보았을 때, 내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반드시 긴 시간의 축적 뒤에 찾아온다. 독서가 바로 그 축적의 방식이라는 것. 그게 이 책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느꼈다.책에서 내가 오래 생각한 부분은 결핍에 관한 시선이었다. 우리는 보통 결핍을 빨리 채워야 할 무언가로 본다. 부족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채우려 하고, 채우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결핍의 자리를 달리 바라본다. 부족한 곳이야말로 더 나은 내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라고. 빈 곳이 있어야 무언가가 채워질 수 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위로의 수사처럼 들렸다. 그러나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결핍을 결함으로 보느냐, 가능성의 여백으로 보느냐, 그 시선의 차이는 실제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결핍을 결함으로 보는 사람은 끊임없이 방어적이 된다. 숨기고, 채우는 척하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반면 결핍을 여백으로 보는 사람은 부족함 앞에서 조금 더 열려 있을 수 있다. 배울 수 있고, 질문할 수 있고,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다. 독서가 그 시선을 바꿔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책 속의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고, 때로는 그 결핍이 그들을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가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다 보면, 나의 부족함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한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감정에도 통로가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자꾸 담아두고 억제하면 긍정적인 감정까지 나오지 못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배운다. 화내 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힘들어도 티내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쌓이고 굳어져서, 나중에는 긍정적인 감정조차 흘러나오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독서는 그 통로를 열어주는 방식 중 하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 속의 누군가가 나 대신 아파하고, 화내고, 두려워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 면, 억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이기도 하고, 일종의 연습이기도 하다. 감정이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연습이다. 그 연습이 쌓이면, 외로움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함께라도 괜찮아졌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극복이 아닌 공존. 그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마음의 방식이라는 것을 독서는 가르쳐준다.책은 완벽하게 쓸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말한다. 완성도보다 완주가 중요하다고. 그 말은 글쓰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삶의 많은 순간에 우리는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느라 시작을 미룬다. 충분히 알게 되면, 충분히 강해지면, 충분히 준비되면 그러나 그 충분함은 대개 영원히 오지 않는다. 불완전하게라도 시작한 것들이 결국 사람을 만든다. 그 사람이 책을 통해 배운 것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내가 다시 떠올리게 된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더 잘 읽는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습관이 바뀌거나, 삶이 드라마틱하 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달라진 것 같다. 책이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책이 나를 나 자신과 연결해주는 시간이라는 생각이다.책의 저자가 말했듯 독서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생각하는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근육이 생기면, 삶이 흔들릴 때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서도 걸을 수 있게 된다. 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방향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 조용히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그것이 이미 방향을 향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이 책은, 그리고 이 사람의 이야기는 말해주고 있었다.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책은 방향을 제시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 때 책은 속도를 늦추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