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데이터 패러독스 - 데이터 홍수 속에서 가치를 끌어 올리는 13가지 원칙
니틴 세스 지음, 옥경석 옮김 / 에이콘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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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삶을 반영하며, 그 아름다움과 도전, 그리고 역설을 모두 담고 있다. 이를 이해하고 마스터하는 것이 AI 시대를 선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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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데이터 패러독스 - 데이터 홍수 속에서 가치를 끌어 올리는 13가지 원칙
니틴 세스 지음, 옥경석 옮김 / 에이콘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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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니틴 세스의 <AI 시대의 데이터 패러독스>는 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조직과 개인, 그리고 국가 차원의 생존 전략을 제시하는 통찰력 있는 저작이다. 맥킨지, 피델리티, 플립카트를 거쳐 자신의 벤처 인시도를 설립한 저자의 30년 실무 경험이 녹아든 이 책은, 특히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에게 데이터 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촉발된 기술 혁명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데이터라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 계산 능력과 알고리즘의 잠재력은 이미 충분히 이해되고 활용되어 왔지만, 데이터의 본질과 활용 방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열쇠를 제공한다.


저자는 책의 데이터 폭발 현상을 설명하며,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한 빅데이터 시대를 볼륨, 다양성, 속도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러한 데이터 폭발은 특히 두드러진다. 유전체 데이터, 임상시험 결과, 환자 기록, 의료 영상 정보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데이터의 양적 증가를 넘어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지적한 '데이터 역설'이다.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들이 관련성 있는 통찰력을 얻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과학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많은 임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연구팀이 발견한 근본 원因은 매우 통찰력 있다. 조직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기술과 인프라로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최신 AI 도구나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하지만, 정작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저자가 제시한 13개 구성요소의 '통합 솔루션 프레임워크'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방법론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다섯 개의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즈니스 목표, 데이터 생태계, 기술 인프라, 핵심 프로세스, 조직과 문화. 이 계층들을 연결하는 두 가지 통합 요소는 데이터 품질과 데이터 제품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 프레임워크의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수익 누수(Revenue Leakage)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먼저 비즈니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 누수를 줄인다"는 모호한 목표가 아니라, "특정 제품 라인에서 6개월 내에 수익 누수를 15%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가 필요하다. 그 다음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여 판매 데이터, 청구 데이터, 재고 데이터 등을 통합하고, 적절한 기술 인프라를 갖추며, 이를 실행할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마지막으로 조직 문화를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의약품 반품(Drug Returns) 문제 역시 이 프레임워크를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제약 산업에서 반품은 상당한 재무적 손실을 초래하는데, 이는 유통기한 관리, 재고 예측, 공급망 최적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통합 솔루션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단순히 반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반품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예측 모델을 구축하며, 공급망 전체를 최적화하는 포괄적인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 민주화 개념은 생명과학 분야에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데이터를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재료이자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방식 자체로 본다. 데이터 민주화의 세 단계 - 계획 단계, 활성화 단계, 확장 단계 - 는 생명과학 조직이 데이터 문화를 구축하는 로드맵이 될 수 있다. 계획 단계에서는 데이터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명과학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임상시험, 제조, 마케팅, 판매, 규제 준수 등 다양한 부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흐름과 상호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활성화 단계에서는 페르소나 기반 접근을 통해 각 사용자 그룹에 적절한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레거시 시스템에 갇혀 있는 데이터를 해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제약 기업들이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가 구식 형식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장 단계에서는 시각화 도구를 활용한 셀프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여, 데이터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연구원이나 마케터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윤리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거나 연구를 수행할 때 윤리적 고려사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메디케이드/메디케어 청구 사기 탐지, WAC 대비 차지백 매칭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데이터의 정확성과 투명성,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책에서 제시된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생명과학 프로젝트에 강력한 기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질병 결과 예측 모델을 개발할 때, 알고리즘의 편향성, 데이터의 대표성, 예측 결과의 투명성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향이 있는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은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와 AI는 재귀적 관계를 갖는다"는 통찰은 생명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좋은 데이터가 더 나은 AI를 만들고, 더 나은 AI가 다시 더 좋은 데이터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이는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 AI 모델이 분자 구조와 약물 효능 데이터를 학습하면, 새로운 후보 물질을 제안할 수 있고, 이렇게 발견된 물질에 대한 실험 결과가 다시 AI 모델을 개선시킨다. 생명과학에서 AI와 머신러닝의 응용 가능성은 거의 무한하다. 약물 발견 과정의 가속화, 질병 결과 예측, 치료 계획 최적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AI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수백만 개의 화합물 중에서 특정 질병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다.

저자는 개인 차원으로 줌인하고 사회와 국가 차원으로 줌아웃하면서, 고대 인도 문헌인 야주르베다의 지혜를 끌어온다. "미시세계가 그러하듯 거시세계도 그러하고, 거시세계가 그러하듯 미시세계도 그러하다"는 원리는 데이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생명과학에서 특히 의미심장하다. 개인의 DNA는 생물학적 데이터 저장 시스템이며, 우리의 특성과 기능을 정의하는 암호화된 유전적 청사진이다. 동시에, 우리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는 삶을 이해하고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빅데이터 시대의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로 구현되고 있다. 각 개인의 유전적 특성, 생활습관, 환경 요인을 고려하여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 개인 차원에서도 충분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관에 의존하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생명과학 연구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데이터 분석 결과보다 경험과 직관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의 프레임워크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에 관한 10가지 역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10가지 원칙은 생명과학 전문가들에게 실천적 지혜를 제공한다. 특히 다섯 가지 생활 교훈은 데이터 전략 수립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때가 온 기술의 물결을 피하지 말고 친구로 만들어라"는 첫 번째 원칙은 생성형 AI의 등장에 직면한 생명과학 기업들에게 시의적절한 조언이다. 일부는 AI 도입을 두려워하거나 미루지만,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설을 마스터하려면 올바른 균형을 찾아라"는 두 번째 원칙은 데이터 보안과 접근성, 표준화와 유연성, 중앙집중화와 분산화 사이의 균형을 찾는 지혜를 담고 있다. "목표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되 변화에 열려 있어라"와 "적을수록 좋다"는 원칙은 프로젝트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되,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니틴 세스의 책은 400페이지에 달하지만, 그 내용의 관련성과 명료한 표현 덕분에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데이터가 AI 혁명의 핵심에 있으며 모든 이에게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이 명확해진다. 저자가 제공하는 프레임워크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승리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라 할 것 같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로서, 이 책의 통찰력을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인류 건강 증진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기여하는 길이다. 데이터 민주화를 통해 연구자들이 더 쉽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협업할 수 있게 하고,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환자의 신뢰를 유지하며,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데이터는 삶을 반영하며, 그 아름다움과 도전, 그리고 역설을 모두 담고 있다. 이를 이해하고 마스터하는 것이 AI 시대를 선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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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불사조 1 꿈꾸는 불사조 1
전세훈 그림, 최신규 원작 / 해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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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청소년들에게 꿈꿀 용기를, 어른들에게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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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불사조 1 꿈꾸는 불사조 1
전세훈 그림, 최신규 원작 / 해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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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꿈꾸는 불사조를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손오공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 그보다는 '초등학교 3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향했다'는 그 한 문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는 '성공 스토리'를 너무 쉽게 소비한다. 화려한 결과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몇 줄로 압축된 성공담, 그 속에서 진짜 과정은 생략되곤 한다. 하지만 이 만화는 다르다. 주인공 신규가 겪은 결핍과 상처, 그가 무너졌던 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한 번 쪼개진 팽이는 다시 돌지 못한다"는 독백은 한 인간이 느꼈을 절망의 깊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신규가 또래 아이들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대신 공장으로 향할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교복이 부럽진 않아! 난 애송이들보다 먼저 출발한 것뿐이야!"라는 그의 외침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큰 결핍을 감추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대사를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 곳곳에 신규 같은 아이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만화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는 자신의 상황을 원망하거나 세상을 탓하는 대신, 작은 장난감 끈끈이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게 바로 진짜 '불사조'의 모습이 아닐까. 재가 되어도 다시 날아오르는 존재. 환경이 아니라 태도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최신규 대표의 철학이 특히 인상 깊었다. "100원짜리든 10원짜리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게 중요하지"라는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크리에이터의 자세가 아닐까.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자본주의 시대에 이런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냈다는 게 놀랍고, 또 감동적이다. 라젠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이 이름들을 들으면 지금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한 사람의 40년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만화는 그 시간을 보여준다. 무독성 끈끈이 개발부터 일본 업체와의 기술 경쟁, 변신 로봇 제작, 그리고 탑블레이드로 세계 시장을 흔들기까지. 이건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국형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산업사이자, 한 사람이 어떻게 시대를 개척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요즘 웹툰 시장은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로 가득하다. 회귀물, 빙의물, 먼치킨… 재미있지만 금방 잊혀진다. 반면 <꿈꾸는 불사조>는 느리지만 묵직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주는 무게감, 좌절과 재도전의 반복, 그리고 결국 이뤄낸 꿈. 이런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신규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피닉스 팽이'가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한다. 입시에서, 취업에서, 사업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어설 것인가. 신규는 일어섰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 만화는 청소년들에게 꿈꿀 용기를, 어른들에게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청소년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환경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배울 수 있다. 학교를 못 갔어도, 가난했어도, 신규는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신규가 수십 번 넘어졌지만 결국 일어선 것처럼,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팽이를 돌리며 살아간다. 때로는 깨지고, 멈추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한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꿈도 포기하는 순간, 끝이야!"라는 신규의 말처럼. <꿈꾸는 불사조>는 손오공이라는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팽이를 돌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다시 돌려라. 한 번 더 일어서라. 네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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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면 잘 살 줄 알았지
김빛나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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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서른 살은 완성된 어른의 나이였다.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고, 방향이 명확하며,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런 나이. 하지만 막상 그 나이에 이르러보니, 서른은 완성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지점이었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이게 맞나' 싶은 질문을 반복하는 나이였다. 이번에 읽은 김빛나 작가의 <서른이면 잘 살 줄 알았지>는 겉으로는 안정적인 회사,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들을 갖췄지만, 정작 그 안에서 자신이 점점 흐릿해지는 걸 느끼는 순간. 그 흐릿함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한 사람의 기록이다.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남들이 정해놓은 코스를 따라 달려왔다. 우열반에 들어가야 뭔가 이긴 것 같았고, SKY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 자격지심으로 남았으며, 그래서라도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스펙을 쌓았다. 그렇게 얻은 직장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남의 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세 대 대부분이 그랬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배웠고, 남보다 앞서는 것이 곧 행복으로 이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올린 성과 위에 서 보니, 정작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명함 속 직함은 화려해졌지만, 그게 정말 ' 나'를 설명하는 언어인지는 의문이었다. 작가는 몇 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청년 주택에 당첨되었지만, 그마저도 허무했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나서야, 오랫동안 망설이던 퇴사를 결심한다. 월급 없이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는 그 고백이, 얼마나 진솔하게 다가오는지를.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이다. 퇴사 이후의 삶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 호주로 떠나고,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여전히 불안했고, 여전히 두려웠으며, 여전히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잘 사는 법보다 나를 잃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이 주제는 책 전체를 관통한다. 작가는 더 이상 남들에게 설명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비록 작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짜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장소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사람이 아 니라, 삶을 설계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정의가 인상적이다.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살 고 싶으냐를 먼저 묻는 삶. 그것이 바로 작가가 선택한 방향이었다.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던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배우고 있고, 여전히 실수하며,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늦게 배웠다고 해서 덜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돌아온 길이라고 해서 헛된 것도 아니었다. 나 역시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서른을 지나고,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서툴다. 여전히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전히 남들과 비교하며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라,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것. 그 시선이 참 따 뜻했다. 작가는 'No worries'라는 말에서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라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때로는 긴 설명보다 더 큰 힘이 된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순간 순간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내 서른을 돌아보았다. 인정받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애썼던 그 시절. 마음이 병들 때까지 놓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지금, 그때보다 조금은 나아졌을까 하는 질문이다. 서른이 힘든 이유는 아직 덜 자라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임은 늘었고, 비교는 더 치열해졌으며, 선택은 더 무거워졌는데,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니까. 하지만 이 책은 그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가 살 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마흔이 되어도, 오십이 되어도, 우리는 계속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내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걷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서른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예고편처럼, 서른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동행처럼, 그리고 이미 훌쩍 지난 사람에게는 작은 점검표처럼 읽힐 것이다. 남들 속도에 맞추느라 숨이 찼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펼쳐봐도 좋겠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비교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자주 작아진다고 말한다. 조용히, 깊게 무너진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픈 시간을 견디고 이겨냈을까. "퇴사하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했을까. 하지만 그 한마디는 인생을 포기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이었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정답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남들이 말하는 정답에만 의존해 살아왔다면, 어쩌면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은 채 껍데기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타인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작고 사소해 보여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있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매일 한 가지씩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을 발견 하고, 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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