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행동경제학 - 숫자로 움직이는 부동산, 심리로 해석하다
최황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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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흥미롭다. <부동산 행동경제학>. 기존의 부동산 시장과 투자에 대한 접근 방법이 신선하다. ^.^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동일한 정보와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다는 점이다. 같은 시점에 같은 지역을 보고도 한 사람은 매수하여 수익을 올리고, 다른 사람은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잘못된 타이밍에 투자하여 손실을 본다. 이러한 차이는 운이나 정보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편향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의 투자자들은 감정, 경험, 습관에 따라 움직이며,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을 반복한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실제 모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부동산 투자의 실패와 성공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함정은 정보편향이다. 이는 크게 확증편향, 가용성편향, 근접성편향, 불확실성회피로 구분할 수 있다. 확증편향은 투자자가 자신의 기존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하는 경향이다. 특정 지역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는 그 지역의 긍정적인 뉴스에만 주목하고, 부정적인 신호들은 무시하거나 축소해서 받아들인다. 이는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근거만을 찾는 역순 추론의 오류로 이어진다. 가용성편향은 개인의 제한된 경험에 과도한 가중치를 두는 현상이다. 과거에 특정 지역에서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지역 전체를 극단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된다. 반대로 성공 경험이 있는 지역은 객관적 조건과 무관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의 경험이 전체 시장을 대변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근접성편향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까운 경험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예전에 거주했던 지역이나 직장이 있었던 곳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객관적인 시장 분석을 방해한다. 이러한 편향들은 모두 투자자가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인지적 필터 역할을 한다.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자칭 전문가들도 행동경제학적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수치 관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진정한 데이터 분석은 오차와 오류를 검증하는 통계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은 데이터의 흐름과 추세선만 보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고정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리한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채택한다는 점이다. 이는 확증편향의 전문가 버전으로, 사변적 사유가 아닌 근거 있는 주장이라는 방패막이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또한 감정적 영향, 시장편향, 리스크 회피 등의 편향에 노출되어 있다. 특정 부동산에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뜨는 지역'이라는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틀렸다는 평가를 받을까 봐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유도하거나 조작하려는 다양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넛지는 상대적으로 선의의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부동산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넛지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모델하우스는 넛지 전략이 집약된 공간이다. 실제 평면과 동일하지만 최상급 인테리어와 조명, 가구로 꾸며져 방문객에게 최고의 인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내부 치장이 아니라 입지와 인프라다. 화려한 포장지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치게 만드는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다크패턴이다. 이는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속이는 마케팅 기법으로, 분양광고의 과장된 표현이나 분양사무소의 심리적 압박 전술 등이 대표적이다. "70%의 방문객이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분양업계의 통계는 이러한 다크패턴의 효과를 보여준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중요한 문제다. 판매자는 소비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악용해 불리한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자동차 수리비나 주택 인테리어 비용처럼, 일반인이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간에게는 기존 상황을 유지하려는 강한 경향이 있다. 현상유지편향은 다른 대안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기존의 상황이나 성향을 고수하려는 심리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이것이 양면으로 나타난다. 너무 익숙한 지역을 고평가하거나, 반대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는 처음 접한 정보가 이후 판단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특정 부동산의 첫 제시 가격이 기준점이 되어, 그보다 높으면 거품이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식이다. 이는 시장의 실제 흐름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기준점에 매몰되게 만든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인의 편향이 집단적 현상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풍선효과는 한 지역의 규제가 강화되면 투자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는 개별 투자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중심리와 모방행동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뜨는 지역'이라는 소문이 돌면 전문가들조차 그 지역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쏟아낸다. 개인적 분석보다는 주류 의견에 편승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사고는 자산 거품을 키우고, 결국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부동산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정책이 바뀌고, 금리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시장을 흔든다.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투자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다. 행동경제학의 통찰은 이러한 원칙을 세우는 데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감정이 아닌 이성에 기반한 투자 판단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투자의 성공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편향된 사고를 걸러내고,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다. 시장의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고 싶다면, 먼저 자신 내부의 편향과 감정이라는 파도를 다스려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합리적인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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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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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구의 산티아고 길이 십자가를 향한 구원의 여정이라면, 부처의 길은 스스로를 향한 깨달음의 순례다. 한 사람이 2,500년 전 왕궁을 버리고 맨발로 나선 그 길을, 오늘 우리는 왜 다시 걸으려 하는 걸까. 박인식의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를 읽으며 느낀 건, 이 길이 종교적 순례의 의미를 넘어선 존재론적 탐색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갱이 타히티 섬에서 던진 이 물음을 저자는 네팔과 인도의 먼지길에서 되묻는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고갱의 명화를 생각하면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산티아고 길이 이미 잘 정비된 문명의 길이라면, 부처의 길은 여전히 원시의 숨결이 살아있는 미완의 길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서 별을 보며 잠들고, 소똥으로 만든 연료를 쌓아올리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이 길에서는 현대화라는 이름의 문명이 아직 침투하지 못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묘사하는 안개 속 풍경은 인상적이다. 안개는 모든 사람을 세상의 중심에 서게 만든다고 했다. 내가 걸으면 세상의 중심이 한 걸음씩 옮아간다는 그 표현에서, 순례의 본질을 본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은 대부분 목적지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걸어간다. 반면 부처의 길에서는 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걸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동서양 순례문화의 근본적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개 속에서는 모든 것이 평평해진다. 입체감을 잃고 몽타주처럼 겹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순례자는 외부 세계에 의존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내면의 나침반에만 의존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정한 순례가 시작된다.

부처가 입멸 후 관 밖으로 내민 맨발, 그 맨발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맨발이 되어 맨발의 땅을 따라 걷겠다고 선언한다. 신발을 신고 걷는 것과 맨발로 걷는 것 사이에는 단순한 물리적 차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땅과 직접 맞닿는다는 뜻이다. 중간에 어떤 매개체도 없이, 발바닥의 신경이 직접 대지의 온도와 질감을 느낀다. 이는 곧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보호막 속에서 살아간다. 에어컨이 있는 건물에서 자동차로 이동하고, 다시 에어컨이 있는 또 다른 건물로 들어간다. 자연의 변화를 직접 체감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맨발의 순례는 이런 보호막을 벗어던지고 날것의 삶과 마주하겠다는 결의다.

부처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네팔의 오지 마을 사람들, 인도의 불가촉천민들. 하지만 저자는 이들에게서 도시의 부유한 사람들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발견한다. 미누카라는 열여섯 살 소녀, 꽃필라라는 여인, 백 살 어머니를 모시는 우펜드라. 이들의 삶에는 현대 문명이 추구하는 효율성이나 생산성 같은 것들은 없다. 대신 삶의 리듬이 자연과 일치하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적 유대가 살아있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이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처의 길에서 만나는 이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이게도 물질적으로는 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로운 이들에게서 순례자는 진정한 가르침을 받는다.

부처의 길에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이곳은 별을 일찍 깨우기 위해 일찌감치 어두워지는 땅"이라는 저자의 표현처럼, 이곳의 시간은 자연의 리듬을 따른다. 저녁 여덟 시면 사람들이 가축들과 뒤섞여 잠든다는 묘사에서, 산업문명의 인위적 시간표에 길들여진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서 우리는 언제부터 별을 잊고 살았을까. 순례는 이런 인위적 시간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든다. 배가 고프면 먹고, 목이 마르면 마신다. 이런 단순하고 원초적인 리듬 속에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찾는다.

​부처의 길은 탄생지 룸비니에서 시작해 열반지 쿠시나가라에서 끝난다. 생과 사가 하나의 순환고리를 이루는 구조다. 이는 산티아고 길이 대성당이라는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는 것과는 다른 철학을 담고 있다. 저자는 쿠시나가라가 부처의 고향 카필라바스투에서 불과 100km 떨어진 곳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마음, 이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도 결국은 인간이었다는 증거다. 갠지스 강에서 화장되는 시신들을 보며, 저자는 "죽음은 저 말없는 강물처럼 경건한데 삶은 이토록 우스꽝스럽다"고 적었다. 죽음 앞에서 삶의 모든 허상이 벗겨진다. 순례는 이런 죽음의 가르침을 미리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걸음은 목적이 없어야만 해. 산 정상이나 여행 명소 따위를 목적지 삼아 걸어서는 등산이나 관광놀이로 끝나지." 저자가 인용한 어느 스님의 말처럼, 부처의 길에서는 걷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온전히 걷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현대인들이 늘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삶의 방식과는 정반대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현재 이 순간, 지금 이 걸음이 전부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하면서 굳은살이 박이는 과정, 그 자체가 변화와 성장의 은유다. 몸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체득한다. 이것이 머리로 하는 공부와 몸으로 하는 수행의 차이점이다.


산티아고 길이 서구 기독교 문명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부처의 길은 동양 불교 문화의 원형을 체험하는 순례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영원한 질문에 대한 각각의 응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걸은 1,500km의 여정을 읽으며, 순례란 결국 외부의 신성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신성함을 깨우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부처도 예수도 결국 우리 안에 있다. 다만 그것을 깨우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제자리로 되돌아온 것을 두고 부처는 깨친다고 했다"는 문장이 인상깊다. 결국 모든 순례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하지만 돌아온 제자리는 떠나기 전의 그곳과는 다르다. 같은 풍경이지만 보는 눈이 달라졌고, 같은 일상이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이 변했다. 언젠가 나도 그 길을 걸을 날이 올까. 네팔의 안개 속을 헤치고, 인도의 먼지 길을 걸으며, 2,500년 전 한 청년이 던진 질문을 내 안에서 다시 울려 퍼뜨리는 날이 올까. 그 날까지는, 일상이라는 나만의 순례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맨발은 아니더라도, 맨마음으로 진장한 나를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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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시대 :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 - 출간 150주년 기념 국내 최초 간행본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마크 트웨인.찰스 더들리 워너 지음, 김현정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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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하면 대부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톰 소여의 모험』을 떠올리지만, 그의 유일한 공동 작품인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다. 찰스 더들리 워너(Charles Dudley Warner)와 함께 쓴 이 소설은 미국 역사의 한 시대를 정의하는 이름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재건 시대(Reconstruction) 이후부터 1900년대까지의 시기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도금 시대(Gilded Age)'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두 작가의 아내들이 "평소에 읽던 소설보다 더 나은 소설을 써보라"고 도전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물은 도전의 산물을 넘어서, 급속한 산업화와 물질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의 모순과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사회 풍자 소설이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금 시대는 "미국 경제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시기였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산업화를 가속화했고, 갑작스럽게 부를 축적한 초부유층을 탄생시켰다. 동시에 이 시기는 "사회 개혁 운동, 기계 정치의 창조, 그리고 지속적인 대규모 이민"으로도 특징지어졌다. 트웨인과 워너는 이러한 시대의 특징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특히 정치적 부패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신랄했다. 소설 속에서 "진실하고 부패하지 않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은 없다"고 묘사하며, "사람이 지금 국회에 들어가려면 그곳에 가기에 부적합하게 만드는 기술과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이는 당시 정치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호킨스(Hawkins) 가족이 있다. 테네시 주 오베즈타운에 사는 가난하지만 품위 있는 이 가족의 가장 사이는 7만 5천 에이커의 테네시 땅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별 가치가 없지만, 철도 확장과 석탄 발견이라는 미래의 변화를 기대하며 언젠가는 이 땅을 팔아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겨주려 한다. 사이의 오랜 친구 에스콜 셀러스(Eschol Sellers)는 이들에게 미주리로 와서 기회를 잡으라고 권한다. 셀러스는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항상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인물로, 그의 계획들은 기대했던 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투기 열풍과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을 상징한다. 한편, 해리(Harry)와 필립(Phillip)이라는 두 친구는 철도 토목 기사가 되어 성공하려 한다. 해리는 셀러스의 세련된 버전 같은 인물이지만, 필립은 진지하고 성실하게 일을 배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대조는 당시 젊은이들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양녀 로라 호킨스(Laura Hawkins)이다. 매혹적인 미녀로 성장한 로라는 처음에는 순수했지만, 이미 결혼한 남자에게 속아 가짜 결혼을 하고 버림받는 아픈 경험을 겪는다. 이후 그녀는 계산적이고 무자비한 인물로 변하게 된다. 로라의 변화는 순수함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인간적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상당한 자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트웨인의 전기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테네시 땅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의 형은 로라를 고아로 만든 것과 유사한 증기선 사고로 사망했다. 또한 필립을 묘사한 한 부분에는 그의 삶이 워너의 삶과 일치한다는 각주가 달려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에스콜 셀러스라는 인물이 트웨인의 사촌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책이 처음 출간된 후 실존 인물인 에스콜 셀러스가 항의하여, 일부 판본에서는 이 캐릭터의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이는 작품의 현실성과 풍자의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트웨인과 워너는 풍자라는 기법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을 폭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준다. 특히 "다음 번의 위대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것"을 추구하는 대신 "정착하여 목표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작품에서 여성 인물들의 묘사는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하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대적 한계도 보여준다. 흑인에 대한 묘사는 "당시로서는 정확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거만하고 무감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진보적 사상가였던 트웨인조차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시대적 편견을 보여준다.

<도금시대 :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특정 시대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 주제 의식은 현재에도 새겨볼 만하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물질주의, 정치적 부패, 투기 열풍,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심리는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특히 "진짜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도금 시대의 특성은 현대 사회의 여러 측면과 맞닿아 있다. SNS 시대의 과시 문화, 스타트업 열풍,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기 등은 모두 소설 속 인물들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작품이 제시하는 교훈도 여전히 의미 있다. 허황된 꿈을 좇기보다는 "정착하여 목표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의 가치, 그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가진다. 이 소설은 트웨인의 다른 유명작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단순히 한 시대의 이름을 남겼다는 것을 넘어서,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통찰력 있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재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풍자와 인간애, 비판과 동정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감미롭고 가슴 아픈 순간들"이 풍자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복합적 정서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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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전쟁 - 새로운 세계 질서를 결정할 미중 패권 전쟁의 본질과 미래
이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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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정치적 변화의 의미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 30여 년간 글로벌화의 혜택을 누리던 미국 내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반발이 정치적 힘으로 결집된 결과가 바로 트럼프 2.0 시대의 시작점이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메인 스트리트의 반란은 미국 경제의 이중구조를 반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지역 공동체에는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했다. 동네 상점들이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라지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남은 일자리마저 저임금으로 채워지는 현실에서 평범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 시점에 트럼프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트럼프 2.0 정부의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다시 시작된 전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책을 읽었다. 이철님의 <다시 시작된 전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2.0 정부가 시작된 후, 100일 만에 50회가 넘는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관세 정책이 동맹국과 적성국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혈맹국부터 EU, 일본, 한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가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은 25%, 일본은 24%, EU는 2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심지어 가장 높은 관세를 받은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캄보디아였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지정학적 고려보다는 순전히 미국 시장 접근권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네 가지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향해 설계되었다. 첫째, 상품 무역적자 축소를 통한 미국 경제의 균형 회복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무역적자는 미국 내 제조업 공동화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었다. 둘째, 리쇼어링을 통한 생산 기지의 미국 회귀이다. 해외로 이전된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기반을 복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셋째,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에서의 중국 의존도 탈피이다. 식량, 에너지, 항만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넷째,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구조적 디커플링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경쟁을 넘어 장기적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네 가지 축은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상호주의, 품목별 맞대응, 비관세 장벽 상계라는 원리에 따라 집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17%까지 상승했고, 수입 규모는 11% 감소했으며, 실질 GDP는 0.8% 하락하는 직접적 비용이 발생했다.


중국의 대응은 단순한 맞대응을 넘어서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트럼프의 관세 발효와 정확히 동시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의 계산된 대응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보복 관세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신들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영역을 오히려 무기화한 것으로, 해상 봉쇄나 전쟁까지도 준비되었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의 진정한 전략은 시간을 벌어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을 2017년 21.6%에서 2024년 13.4%로 줄이며 경제구조의 다변화를 추진했다. 식량과 사료 같은 전략 물자를 1-3년치 비축하고, 비상시 배급 계획까지 마련하는 등 내순환 체계를 강화했다. 자본시장에서는 보험사 주식투자 한도 확대,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등 안정화 조치를 동원했다. 대외적으로는 WTO 제소를 통해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며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 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화웨이 칩 수출 제한에 맞서 자체 기술 역량과 소재·장비 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을 병행했다. 중국이 지향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이는 디커플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순환 경제 체제 구축, 신질생산력과 희토류라는 강력한 카드 준비,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들이다.


미중 관세 전쟁은 양국 간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재편을 촉발했다. 세계는 이제 글로벌 단일 시장에서 미국이 이탈한 시장 체계로, 또는 복수의 지역 블록화된 시장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원가 우위의 영향이 감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집중화 전략 또는 차별화 우위가 중요해지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EU, RCEP, CPTPP, 한중일 FTA 등 다자간 협력 체제를 추진하며 동시에 러시아, BRICS, SCO, 북한, 일대일로 연안 국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강경한 관세 집행은 한중일 간 공급망 대화와 수출 통제 협의의 동력을 키웠다. 미중 분리가 심화될수록 동북아 내부에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재결합 시도가 나타나는 이중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 분리와 결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도기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서 매우 복잡한 전략적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적 현실은 단순한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다층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우선 산업과 기술 측면에서 자원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다변화하며, 유럽, 일본, 대만, 독일, 네덜란드 등 경쟁력 있는 산업 국가들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 질서가 힘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에서도 외교적·경제적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CPTPP 가입과 같은 다자 경제 협력 참여는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중 양국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CPTPP와 EU, 그리고 한국이 힘을 합친다면 전 세계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 단일 시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은 매우 흥미롭다.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전략은 제3의 진영 구축이다. 이는 미중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 기술력과 외교적 균형을 바탕으로 자국의 생존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기술 기업 차원에서 한국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핵심 기술과 주변 기술을 적절히 개발해 미중 양국 모두에 필요한 기술 제공자가 될 수 있다. 생산형 서비스, AI 지능 제조 서비스 등 글로벌 서비스 시장 진출은 이러한 전략의 구체적 사례가 된다. 상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시대에 가장 유리한 기업은 하이테크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국은 IT 강국의 이미지가 있고, 서비스와 유연적인 생산형 서비스는 성격상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생산형 서비스를 선점한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은 미국을 대신할 파트너가 필요하며, 이 지점에서 한국의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활용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북한을 우회하는 운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략적 자원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안보를 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손해 불계산을 일삼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북한 지지를 받아 동해로 진출하는 움직임을 미연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자연스럽게 무산물에 관심을 집중하려 하는데, 이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상당하지만, 이 산업 경쟁력의 절대 부분이 타국의 자원과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 특히 전략 물자를 의존해야 하는 타국과의 협력 유지 발전이 절대적이다. 동시에 이들 국가에 필요한 전략 자원을 공급해줄 능력이 있어야 이들과의 교환이 가능하거나 유리해질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을 보면서 양안 전쟁까지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당사자인 대만과 인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이 모두 군사적 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의 전략적 연합을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왔지만, 미중 대립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트럼프의 정치 일정상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되면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기 쉽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2026년 11월까지 현재의 태세를 유지할 수 있으면 트럼프의 세력을 무산시키고 그 이후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우리의 일상과 산업,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국제 관계는 눈에 보이는 힘의 대결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이 존재한다. 핵심은 한국이 자국의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장기적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한국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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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이코노미 - 중국 AI가 만드는 새로운 질서
유한나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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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이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중국 항저우의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있다. 2025년 초 딥시크의 혁신적인 AI 모델 공개는 미국 주도의 AI 패권 구조에 균열을 가하며 새로운 경제 생태계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848조 원 증발한 사건은 기술 패권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딥시크 현상은 하나의 기업이 성공한 사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이 추진해온 '과학기술 자립자강' 전략의 결실이자, 미래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구조에서 중국이 내놓은 전략적 답안이다. 더 나아가 딥시크 이코노미는 기존의 서구 중심적 기술 발전 모델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며, 개발도상국들에게 새로운 발전 경로를 제시하는 대안적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딥스크에 대해 깊게 알아본다. 유한나님의 <딥시크 이코노미>였다.

딥시크가 가져온 혁신의 핵심은 '초저비용 고성능' 모델의 실현에 있다. 기존 AI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수백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했던 상식을 깨뜨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OpenAI의 GPT와 경쟁할 만한 성능을 구현해낸 것이다. 이러한 성취의 배경에는 량원펑(梁文峰) CEO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량원펑이 추구한 '극단적 카오스 전략'은 전통적 기업 경영 방식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고정된 팀 구조 없음, 상하 보고 관계 없음, 연간 계획 없음이라는 '3불(三不) 정책'과 KPI 없는 조직 운영은 표면적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의성과 혁신성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와도 차별화되는 중국만의 독특한 혁신 생태계를 보여준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자사의 핵심 기술을 공개하여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술 독점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러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 전략은 중국이 글로벌 AI 표준을 주도하려는 장기적 비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AI 중심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국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 차원에서는 스마트시티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광저우, 선전, 상하이 등 주요 도시들이 딥시크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도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교통, 치안, 환경 관리 등 제반 영역에서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의 '시티 브레인' 프로젝트와 딥시크 기술의 융합은 도시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Z세대는 이미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미래 인재 양성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창의적 학습 모델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 생태계에서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딥시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사 서비스에 AI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AI 네이티브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헬스케어, 자동차, 금융 등 전통 산업 영역에서 AI 기반 혁신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딥시크 현상을 단순한 민간 기업의 성공으로 보지 않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다. 디지털 정부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각 지방정부들이 딥시크 기술을 활용한 민원 처리, 정책 수립, 행정 효율성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관료제 시스템의 AI 기반 혁신을 의미한다. 특히 12345 정부 핫라인과 같은 민원 서비스에 AI 어시스턴트를 도입하여 24시간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유기업들의 AI 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국유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통신, 에너지, 금융 등 핵심 인프라 산업에서 AI 기반 혁신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은 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 센터 등 AI 생태계의 하드웨어적 기반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한 기술 자립 전략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AI 공급망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다.

딥시크 이코노미의 파급 효과는 중국 내부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과 2026-2030년 중국 GDP 0.3%포인트 상승은 이러한 변화의 정량적 지표에 불과하다. 미국 중심의 기술 패권 구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독점해온 AI 기술 시장에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함으로써, 기존의 기술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기술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AI 윤리 등 글로벌 AI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출해(出海)' 전략을 통한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테무, 쉬인, 샤오홍슈 등 C-커머스 플랫폼들이 AI 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중국식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생태계의 글로벌 확산을 의미한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과 저비용 AI 모델은 기술 접근 장벽을 낮춤으로써, 기존에 미국 기업들의 고가 솔루션에 의존해야 했던 국가들에게 대안적 선택지를 제공한다.


딥시크 이코노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상징한다.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서 미중 양극 체제로의 전환, 폐쇄적 기술 독점에서 개방적 생태계로의 이동,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 현상은 '따라잡기'에서 '추월하기'로의 전략적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는 후발 주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선도국들에게는 안주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술 패권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국은 자국의 장점을 최대화하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통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능동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고, 중국의 AI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도 한국만의 독창적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딥시크 이코노미가 제시한 새로운 가능성을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국 딥시크 이코노미는 기술이 경제를 넘어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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