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전쟁 - 새로운 세계 질서를 결정할 미중 패권 전쟁의 본질과 미래
이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정치적 변화의 의미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 30여 년간 글로벌화의 혜택을 누리던 미국 내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반발이 정치적 힘으로 결집된 결과가 바로 트럼프 2.0 시대의 시작점이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메인 스트리트의 반란은 미국 경제의 이중구조를 반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지역 공동체에는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했다. 동네 상점들이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라지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남은 일자리마저 저임금으로 채워지는 현실에서 평범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 시점에 트럼프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트럼프 2.0 정부의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다시 시작된 전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책을 읽었다. 이철님의 <다시 시작된 전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2.0 정부가 시작된 후, 100일 만에 50회가 넘는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관세 정책이 동맹국과 적성국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혈맹국부터 EU, 일본, 한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가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은 25%, 일본은 24%, EU는 2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심지어 가장 높은 관세를 받은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캄보디아였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지정학적 고려보다는 순전히 미국 시장 접근권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네 가지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향해 설계되었다. 첫째, 상품 무역적자 축소를 통한 미국 경제의 균형 회복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무역적자는 미국 내 제조업 공동화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었다. 둘째, 리쇼어링을 통한 생산 기지의 미국 회귀이다. 해외로 이전된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기반을 복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셋째,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에서의 중국 의존도 탈피이다. 식량, 에너지, 항만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넷째,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구조적 디커플링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경쟁을 넘어 장기적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네 가지 축은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상호주의, 품목별 맞대응, 비관세 장벽 상계라는 원리에 따라 집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17%까지 상승했고, 수입 규모는 11% 감소했으며, 실질 GDP는 0.8% 하락하는 직접적 비용이 발생했다.


중국의 대응은 단순한 맞대응을 넘어서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트럼프의 관세 발효와 정확히 동시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의 계산된 대응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보복 관세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신들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영역을 오히려 무기화한 것으로, 해상 봉쇄나 전쟁까지도 준비되었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의 진정한 전략은 시간을 벌어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을 2017년 21.6%에서 2024년 13.4%로 줄이며 경제구조의 다변화를 추진했다. 식량과 사료 같은 전략 물자를 1-3년치 비축하고, 비상시 배급 계획까지 마련하는 등 내순환 체계를 강화했다. 자본시장에서는 보험사 주식투자 한도 확대,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등 안정화 조치를 동원했다. 대외적으로는 WTO 제소를 통해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며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 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화웨이 칩 수출 제한에 맞서 자체 기술 역량과 소재·장비 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을 병행했다. 중국이 지향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이는 디커플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순환 경제 체제 구축, 신질생산력과 희토류라는 강력한 카드 준비,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들이다.


미중 관세 전쟁은 양국 간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재편을 촉발했다. 세계는 이제 글로벌 단일 시장에서 미국이 이탈한 시장 체계로, 또는 복수의 지역 블록화된 시장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원가 우위의 영향이 감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집중화 전략 또는 차별화 우위가 중요해지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EU, RCEP, CPTPP, 한중일 FTA 등 다자간 협력 체제를 추진하며 동시에 러시아, BRICS, SCO, 북한, 일대일로 연안 국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강경한 관세 집행은 한중일 간 공급망 대화와 수출 통제 협의의 동력을 키웠다. 미중 분리가 심화될수록 동북아 내부에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재결합 시도가 나타나는 이중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 분리와 결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도기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서 매우 복잡한 전략적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적 현실은 단순한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다층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우선 산업과 기술 측면에서 자원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다변화하며, 유럽, 일본, 대만, 독일, 네덜란드 등 경쟁력 있는 산업 국가들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 질서가 힘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에서도 외교적·경제적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CPTPP 가입과 같은 다자 경제 협력 참여는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중 양국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CPTPP와 EU, 그리고 한국이 힘을 합친다면 전 세계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 단일 시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은 매우 흥미롭다.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전략은 제3의 진영 구축이다. 이는 미중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 기술력과 외교적 균형을 바탕으로 자국의 생존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기술 기업 차원에서 한국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핵심 기술과 주변 기술을 적절히 개발해 미중 양국 모두에 필요한 기술 제공자가 될 수 있다. 생산형 서비스, AI 지능 제조 서비스 등 글로벌 서비스 시장 진출은 이러한 전략의 구체적 사례가 된다. 상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시대에 가장 유리한 기업은 하이테크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국은 IT 강국의 이미지가 있고, 서비스와 유연적인 생산형 서비스는 성격상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생산형 서비스를 선점한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은 미국을 대신할 파트너가 필요하며, 이 지점에서 한국의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활용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북한을 우회하는 운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략적 자원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안보를 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손해 불계산을 일삼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북한 지지를 받아 동해로 진출하는 움직임을 미연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자연스럽게 무산물에 관심을 집중하려 하는데, 이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상당하지만, 이 산업 경쟁력의 절대 부분이 타국의 자원과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 특히 전략 물자를 의존해야 하는 타국과의 협력 유지 발전이 절대적이다. 동시에 이들 국가에 필요한 전략 자원을 공급해줄 능력이 있어야 이들과의 교환이 가능하거나 유리해질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을 보면서 양안 전쟁까지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당사자인 대만과 인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이 모두 군사적 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의 전략적 연합을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왔지만, 미중 대립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트럼프의 정치 일정상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되면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기 쉽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2026년 11월까지 현재의 태세를 유지할 수 있으면 트럼프의 세력을 무산시키고 그 이후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우리의 일상과 산업,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국제 관계는 눈에 보이는 힘의 대결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이 존재한다. 핵심은 한국이 자국의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장기적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한국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