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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시대 :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 - 출간 150주년 기념 국내 최초 간행본 ㅣ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마크 트웨인.찰스 더들리 워너 지음, 김현정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하면 대부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톰 소여의 모험』을 떠올리지만, 그의 유일한 공동 작품인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다. 찰스 더들리 워너(Charles Dudley Warner)와 함께 쓴 이 소설은 미국 역사의 한 시대를 정의하는 이름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재건 시대(Reconstruction) 이후부터 1900년대까지의 시기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도금 시대(Gilded Age)'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두 작가의 아내들이 "평소에 읽던 소설보다 더 나은 소설을 써보라"고 도전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물은 도전의 산물을 넘어서, 급속한 산업화와 물질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의 모순과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사회 풍자 소설이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금 시대는 "미국 경제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시기였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산업화를 가속화했고, 갑작스럽게 부를 축적한 초부유층을 탄생시켰다. 동시에 이 시기는 "사회 개혁 운동, 기계 정치의 창조, 그리고 지속적인 대규모 이민"으로도 특징지어졌다. 트웨인과 워너는 이러한 시대의 특징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특히 정치적 부패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신랄했다. 소설 속에서 "진실하고 부패하지 않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은 없다"고 묘사하며, "사람이 지금 국회에 들어가려면 그곳에 가기에 부적합하게 만드는 기술과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이는 당시 정치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호킨스(Hawkins) 가족이 있다. 테네시 주 오베즈타운에 사는 가난하지만 품위 있는 이 가족의 가장 사이는 7만 5천 에이커의 테네시 땅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별 가치가 없지만, 철도 확장과 석탄 발견이라는 미래의 변화를 기대하며 언젠가는 이 땅을 팔아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겨주려 한다. 사이의 오랜 친구 에스콜 셀러스(Eschol Sellers)는 이들에게 미주리로 와서 기회를 잡으라고 권한다. 셀러스는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항상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인물로, 그의 계획들은 기대했던 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투기 열풍과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을 상징한다. 한편, 해리(Harry)와 필립(Phillip)이라는 두 친구는 철도 토목 기사가 되어 성공하려 한다. 해리는 셀러스의 세련된 버전 같은 인물이지만, 필립은 진지하고 성실하게 일을 배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대조는 당시 젊은이들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양녀 로라 호킨스(Laura Hawkins)이다. 매혹적인 미녀로 성장한 로라는 처음에는 순수했지만, 이미 결혼한 남자에게 속아 가짜 결혼을 하고 버림받는 아픈 경험을 겪는다. 이후 그녀는 계산적이고 무자비한 인물로 변하게 된다. 로라의 변화는 순수함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인간적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상당한 자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트웨인의 전기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테네시 땅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의 형은 로라를 고아로 만든 것과 유사한 증기선 사고로 사망했다. 또한 필립을 묘사한 한 부분에는 그의 삶이 워너의 삶과 일치한다는 각주가 달려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에스콜 셀러스라는 인물이 트웨인의 사촌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책이 처음 출간된 후 실존 인물인 에스콜 셀러스가 항의하여, 일부 판본에서는 이 캐릭터의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이는 작품의 현실성과 풍자의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트웨인과 워너는 풍자라는 기법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을 폭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준다. 특히 "다음 번의 위대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것"을 추구하는 대신 "정착하여 목표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작품에서 여성 인물들의 묘사는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하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대적 한계도 보여준다. 흑인에 대한 묘사는 "당시로서는 정확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거만하고 무감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진보적 사상가였던 트웨인조차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시대적 편견을 보여준다.
<도금시대 :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특정 시대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 주제 의식은 현재에도 새겨볼 만하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물질주의, 정치적 부패, 투기 열풍,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심리는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특히 "진짜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도금 시대의 특성은 현대 사회의 여러 측면과 맞닿아 있다. SNS 시대의 과시 문화, 스타트업 열풍,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기 등은 모두 소설 속 인물들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작품이 제시하는 교훈도 여전히 의미 있다. 허황된 꿈을 좇기보다는 "정착하여 목표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의 가치, 그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가진다. 이 소설은 트웨인의 다른 유명작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단순히 한 시대의 이름을 남겼다는 것을 넘어서,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통찰력 있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재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풍자와 인간애, 비판과 동정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감미롭고 가슴 아픈 순간들"이 풍자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복합적 정서는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