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학 노트 - 읽고 쓸수록 내일이 달라지는 101가지 철학자의 말
정지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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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성형 AI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혼란 속에 서 있다. 기계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나'라는 존재의 고유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떠오르고, 스마트폰 알림에 반응하며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점차 디지털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이런 시대에 철학은 생존의 도구가 되는 것 같다. 철학자들의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여 그들이 고민했던 본질적 질문들 -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 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더욱 절실해진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철학자들의 지혜를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형태로 내재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이번에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정지영님의 <나의 철학 노트>였다. 저자는 101가지 철학자의 정수와 같은 철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학 노트를 활용한 실천적 철학하기는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인 철학자의 문장 필사하기는 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손으로 쓰는 순간, 그 문장은 내 몸을 통과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되므로, 매일 아침 10분간 인상 깊은 철학자의 문장 하나를 선택해 천천히 써보면서 "이 말이 지금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그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 현재의 차이점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단계인 필로소피 TO DO LIST 작성은 철학은 실천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원칙에 따라, 필사한 문장을 바탕으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하나씩을 정하되, 거창한 목표보다는 "오늘은 SNS를 30분 줄이고 그 시간에 나 자신과 대화하기"와 같은 작고 구체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필로소피 다이어리 쓰기는 일상 속에서 철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록하는 공간으로, 하루 중 철학적 순간들(갈등, 선택의 순간, 깨달음 등)을 포착하여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철학자의 관점에서 내 상황을 해석해보는 연습이다. 네 번째 단계인 필로소피 만다라트 활용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중심에 고민하는 주제를 배치하고 8개 칸에 관련된 생각, 감정, 실천 방향을 자유롭게 적으며 주기적으로 다시 보면서 변화 양상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AI 시대에서의 철학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철학적 성찰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노예에서 디지털 주인으로의 전환인 것 같다. 진정한 자유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며,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했듯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AI의 발전은 막을 수 없지만,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창조성은 무의미해지지 않으며, 오히려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해졌는데, 그것은 바로 살아있는 '경험'이다. 실패의 쓰라림, 성공의 달콤함,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기쁨과 같은 체험들이 우리의 사고와 창작에 깊이를 부여하며, AI는 데이터를 조합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는 없다. 속도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도적인 느림이며, AI가 0.1초 만에 답을 제시할 때 우리는 오히려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하고, 매일 아침 10분간 철학 노트를 쓰는 시간은 이런 느림의 실천으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AI 시대의 지혜다.

관계의 재정의 또한 중요한 과제다. AI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더욱 소중해지지만, 우리는 SNS를 통해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며, AI는 완벽한 답변을 줄 수 있지만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틀린 답을 하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의 소중함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일상 속 철학 실천을 위해서는 아침에 스마트폰을 확인하기 전 5분간 조용히 앉아 "오늘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점심시간에는 식사 중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며, 저녁에는 하루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과 그 이유를 기록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철학이 주는 위로와 힘은 불확실성을 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AI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인 불확실성 속에서 내 직업이 10년 후에도 존재할지, 지금 배우는 기술이 여전히 유용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불확실성은 새로운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며 철학은 이런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용하는 지혜를 줄 것이다.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중심을 만드는 것이 철학의 힘이며, 거대한 변화는 작은 선택들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매일 철학 노트를 쓰는 10분,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드는 선택,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와 같은 작은 실천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바꾸며,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선택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이 내 가치관과 일치하는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으로 이끄는지는 오직 나만이 판단할 수 있다.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시대에 철학은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며,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건설될 수 없듯 진정한 성장은 함께할 때 가능하고,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인간다운 가치를 잃지 않는 것,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나만의 철학 노트를 통해 하루 10분의 철학적 성찰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부터 철학 여정을 시작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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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 2027년 반도체 골든 타임, 무엇을 준비하고 실현할 것인가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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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다시 인간과 사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게 매우 중요한 골든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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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 자유기업원 2026 추천도서 50권 | 법경제와 규제개혁 부문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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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그의 질문을 계속 던지고,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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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이충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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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탈레스부터 현대 철학자들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계보를 따라가며, 내가 평소 품고 있던 막연한 의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고민해온 근본적 질문들과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명제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변화와 영원성에 대한 철학적 통찰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의 지도'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지도는 완벽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한 도구라는 것. 마찬가지로 철학도 절대적 진리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미로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는 통찰이 마음에 와닿았다.

책을 읽어가며 가장 놀라운 순간은 내가 평소 하던 생각들이 이미 위대한 철학자들의 고민과 닮아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였다. "인간은 정말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선과 악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나는 왜 나인가?" 같은 의문들이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이 아니라 철학사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소피스트들의 "인간이 만물의 척도다"라는 주장을 접했을 때,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상대주의적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SNS를 통해 수많은 관점이 충돌하는 현실에서, 프로타고라스의 통찰은 단순한 고대 철학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갖는 살아있는 사상으로 다가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행복한 삶)부터 현대 실존주의까지,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방식의 다양함에 매혹되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스토아 철학의 아파테이아,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학까지, 각각의 철학이 제시하는 삶의 기준들을 따라가다 보니 내 자신의 가치관이 어떤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조금씩 명확해졌다. 현대인으로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명제였다. 관계의 복잡성, 타인의 시선 속에서 형성되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이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생성형 AI가 일상이 된 지금, 철학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고, 때로는 능가하는 시대에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사고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ChatGPT가 인간과 유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정보 처리에 불과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근본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AI가 효율성과 최적화를 추구한다면, 인간은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기계가 정답을 제공한다면, 인간은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철학은 우리에게 더 깊이 묻고, 더 넓게 생각하며, 더 본질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선택을 예측하고 추천하는 시대에, 자유의지와 자율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 현실적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코드의 지배를 받고 있는 걸까? 스피노자의 필연성과 자유에 대한 사유, 칸트의 자율적 이성에 대한 통찰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제공한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 속에서도 인간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는 더욱 철학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가 연결된 시대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고립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레비나스의 타자에 대한 철학, 아렌트의 공적 영역에 대한 사유는 디지털 시대의 관계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윤리적 책임,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 디지털 정체성과 실제 자아의 관계 등 새로운 철학적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철학의 지혜와 현대적 통찰이 결합된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다.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철학은 우리에게 불확실성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부터 포스트모던 철학의 다원주의까지, 철학사는 확실성에 대한 욕망과 불확실성의 수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역사이기도 하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더욱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 조건, 사랑과 우정의 의미, 죽음과 삶의 관계, 아름다움과 진리의 본질 같은 철학적 주제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철학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살아있는 대화라는 점이다. 플라톤의 대화편처럼, 철학은 혼자 하는 독백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발전하는 공동의 탐구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철학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기성의 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다운 가치를 추구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창조해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적 삶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제 막 철학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해안가에 발을 디딘 탐험가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저자가 제공한 '철학의 지도'는 완벽한 안내서가 아니라 탐험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 나만의 길을 찾아 더 깊은 사유의 숲으로 들어갈 차례인 것 같다. 철학의 지도를 손에 든 채, AI와 함께 살아갈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서, 불확실하지만 흥미진진한 여행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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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 창의성은 어떻게 현대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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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불린다. 교육에서 비즈니스까지, 개인의 성장에서 국가 경쟁력까지, 모든 영역에서 창의성이 만능 열쇠처럼 여겨지고 있다. 창의성이라는 용어가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언어적 진화 이상의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성에 대한 집착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일까? 사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일상 언어로 등장한 것은 20세기 중반, 그것도 1950년대에 들어서부터의 일이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극히 최근의 현상이다. 이번에 창의성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분석 설명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새뮤얼 프랭클린의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였다.

창의성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50년대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전후 경제 호황으로 중산층이 확대되었고, 대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크게 늘어났다.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1956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화이트칼라 노동자 수가 블루칼라 노동자 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안정 뒤에는 깊은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대기업 시스템이 개인을 영혼 없는 톱니바퀴로 만들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획일화된 교외 주택가, 표준화된 소비 패턴,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의 순응 압력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추구해온 개인주의 전통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과 사회 비평가들은 한목소리로 '획일성'을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윌리엄 화이트는 미국 전통의 개인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고, 데이비드 리스먼은 내면 지향적 개인이 타자 지향적 사회적 존재로 대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획일성에 대한 비판은 좌우를 막론하고 나타났다. 우파는 뉴딜 정책과 집단주의를 비난했고, 좌파는 기업 자본주의와 소비주의를 비판했다. 중도층 역시 획일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위기감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어떤 용어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재성은 너무 배타적이고 거창했으며, 독창성은 영혼이 부족해 보였다. 상상력은 현실성이 떨어졌고, 영리함은 너무 평범했다. 반면 창의성은 정신적이면서 동시에 물질적이고, 예술적이면서 기술적이며,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특히 창의성은 예술가의 이미지와 과학자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냉전 시대에 과학 기술의 발전은 국가적 과제였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도덕적 문제들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이때 예술가의 자율성과 도덕적 감수성을 과학 기술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고, 창의성은 이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개념으로 기능했다. 1958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과학 혁신을 다루는 특집호 표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종교화를 실은 것은 상징적이다. 첨단 과학 기술을 다루는 잡지가 500년 된 예술 작품을 표지로 선택한 이유는 다빈치야말로 과학과 예술의 자연스러운 통합을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다빈치는 창의성이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형의 원형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당시 과학 기술이 직면한 이미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과학 기술을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산물로 재구성함으로써, 그것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이나 비인간적 측면을 완화할 수 있었다.

냉전 시대의 기업들, 특히 국방 관련 기업들은 창의성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알코아의 미사일 광고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파괴적 무기를 인간 상상력의 아름다운 결과물로 재구성하려 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무기의 위험성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자체를 예술적 창조 행위로 승화시키려는 시도였다. 보는 사람의 시선을 결과물(무기)에서 과정(창조적 사고)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기술 발전의 도덕적 의미를 재구성하려 했다. 기업들은 직원 채용과 유지를 위해 창의적 환경을 강조하는 광고를 대거 게재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를 "창의적인 과학 인재를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는 기업"이라고 홍보했고, 제너럴 일렉트릭은 "경직된 지시", "과학적 도전이 부족한 과제", "개인 아이디어에 대한 무관심" 같은 창의성의 장애물들이 자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이는 당시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직면한 정체성 위기를 반영한다. 전문성이나 급여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고, 개인적 표현과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창의성에 대한 현대 사회의 집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등장한 사회적 구성물이다. 1950년대 미국의 대중사회와 냉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태어난 이 개념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오늘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창의성 개념의 역사적 기원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을 재검토할 기회를 제공한다. 창의성이 과연 해방적 가치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통제 메커니즘인지, 그것이 진정한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는 창의성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다양한 사회적 압력과 기대들을 걸러내고, 진정으로 인간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창의성 신화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때,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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