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 다정하고 담대한 모험가들, 베이스캠프에 모이다
WBC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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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의 저자들이 말했듯, 모험은 꼭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낯선 땅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모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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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 다정하고 담대한 모험가들, 베이스캠프에 모이다
WBC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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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Follow Your Fear.' 우먼스베이스캠프(WBC)의 슬로건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두려움을 피하라고 배워왔다. 안전한 길, 검증된 길, 다수가 걸어온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들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진다. 두려움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그곳에서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하늬, 지영, 명해 세 사람이 바다에 목만 내놓고 나눴던 대화가 인상적이다. 각자의 삶에서 자신들을 머뭇거리게 했던 것들에 대해, 조바심과 두려움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을 때 얻은 유익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오늘 모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WBC의 여성들은 두려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러 간다.

사회가 원하는 길, 정해진 길을 가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물으며 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WBC 운영진들도 이 고민을 깊이 공유한다. 지치기도 하고,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편한 길을 놔두고 왜 흙길을 택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다. 한 줄로 깔끔하게 표현할 수 없는 이력서, 짧게 끝낼 수 없는 자기소개. 이들의 고민은 비단 아웃도어 활동가들만의 것이 아니다. 기성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 고민 때문에 이들은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험가 옆에 모험가'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길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걸어갈 수 있다.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때로는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도 모자라 서로의 몸에 몸을 붙이고 펭귄처럼 옹기종기 모여 산 너머 풍경을 바라보던 경험에서 이들이 깨달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풍경이나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설산을 보고 싶은데 눈이 안 올 수도 있고, 별을 보러 가는데 바람이 폭풍같이 불 수도 있다. 하늘과 날씨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든 그 나름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조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게 된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LA 백패킹 이전까지 한 운영진은 자신에 대한 자만에 가득 차 있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몸을 쓰는 일에 관해서는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운으로든 노력으로든 어려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에서 역경을 제대로 맞닥뜨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경과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특히 모험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자신도 언제든 무리에서 가장 뒤처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은 중요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남들보다 먼저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세상에서,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 결국 나의 성공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 개인의 성취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일임을 자연 속에서 체득한 것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나의 경험과 WBC 저자들의 경험이 교차하면서 위안을 느낀다. ^.^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고요를 들었다. 도시의 백색소음에 익숙해진 귀가 당황하듯 웅웅거렸지만, 점차 숲의 리듬에 맞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WBC의 세 여성이 LA 데스밸리에서 경험했던 그 전율을 나도 알 것 같았다.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풍경 앞에서, 나는 그들처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간절함을 느꼈다. 사실 나에게 캠핑은 오랫동안 '해야 할 일'의 목록에만 머물러 있었다. SNS에서 보는 완벽한 캠핑 사진들, 값비싼 장비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모험은 완벽한 준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첫 번째 솔로 캠핑을 떠났던 그날, 나는 텐트 치는 법도 제대로 모른 채 산속으로 향했다. 서투른 손으로 펼친 텐트는 비뚤비뚤했고, 저녁 준비는 예상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모든 서툴음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 손으로 만든 작은 거처에서, 내가 준비한 간단한 식사로, 나는 스스로를 돌보고 있었다.

"Follow Your Fear." WBC의 슬로건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나 역시 두려움을 피하려 애썼던 사람이었다. 혼자 어딘가로 떠나는 것,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하지만 산 위에서 맞은 첫 번째 일출은 그 두려움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새벽 다섯 시, 추위에 떨며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는 장면을 보며 나는 울었다. 이 순간을 위해 어제의 모든 불편함과 두려움이 존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따라가야 할 나침반이었다. 그날 이후 나의 캠핑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완벽한 장비보다는 호기심을, 안전한 캠핑장보다는 미지의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비에 흠뻑 젖기도 하고, 길을 잃어 해가 진 후에야 캠프사이트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예측불가능한 순간들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WBC의 저자들이 말했듯, 모험은 꼭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낯선 땅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모험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종종 캠핑을 떠난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나를 발견한다. 더 담대해진 나, 더 유연해진 나, 더 자유로워진 나를. 그리고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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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사이클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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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패턴이 존재한다. 국가의 흥망성쇠, 경제의 호황과 불황, 통화의 창조와 파괴가 일정한 순환 구조를 따라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사건들 뿐만 아니라, 그 저변에 흐르는 근본적인 동력학을 파악해야 한다. 경제학자 레이 달리오가 제시한 '빅사이클' 개념은 바로 이러한 거시적 순환의 메커니즘을 체계화한 틀이다. 전래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레이 달리오의 분석을 읽어보았다... 현대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규모의 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각국의 정부 부채는 천문학적 수치로 증가하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끊임없는 통화 공급 확장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제시한 대규모 부채 사이클 이론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을 이해하는 핵심적 틀을 제공한다. 그의 분석은 단순히 경제학적 관점을 넘어서 역사적 패턴, 정치적 역학, 그리고 지정학적 변화까지 포괄하는 거시적 시각을 제시한다.

부채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 투자 시장의 심리적 역학이다. 시장에는 항상 대다수가 믿는 지배적 서사가 존재한다. 이러한 서사는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반하여 형성되며, 미래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든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가격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기업이나 유망한 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이미 모든 긍정적 기대를 반영했다면, 그 투자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가격에 둔감해지고, 심지어 레버리지를 활용해서라도 투자하려 한다. 이러한 심리적 편향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결합되어 거품을 형성한다. 낮은 이자율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이는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부채를 활용한 투자가 일반화되면서 자산 가격은 실질 가치를 크게 벗어나 상승한다.

부채 위기는 국내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력의 변화는 국제 정치 질서의 재편을 수반한다. 부채 문제로 인해 약화된 국가는 국제적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적대적 국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미국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부채 증가와 재정 적자 확대는 이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국제 금융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기술 혁신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들은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보호의 한계로 인해 기술적 우위는 빠르게 확산되고 희석된다. 따라서 지속적인 혁신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부채 위기는 불가피하지만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 달리오의 핵심 주장이다. 성공적인 위기 관리의 핵심은 디플레이션적 해법과 인플레이션적 해법의 적절한 조합이다. 디플레이션적 해법은 긴축 재정, 구조조정, 부채 탕감 등을 통해 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적 해법은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해 명목 소득을 증가시켜 부채 부담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름다운 부채 축소'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하여 부채 부담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줄여나가는 것이다. 핵심은 상환 부담을 시간적으로 분산시키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적자 축소,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을 통한 이자 부담 경감, 세제 개편을 통한 수입 증대, 그리고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부담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의 대규모 부채 사이클 이론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도전을 이해하는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그의 통찰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중요한 것은 부채 위기가 종말이 아니라 전환점이라는 인식이다. 위기는 기존 시스템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잘 관리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과 적응 능력이다.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전략을 개발하고,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가 개인과 사회 모두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올바른 인식과 준비를 통해 이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지혜와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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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이야기 - 부의 흐름을 바꾸는 관세경제학, 2025년 국회도서관 올해의 책
김성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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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며,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수십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대부분의 수입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둘째, 상호관세법을 통해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로 응답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를 상회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과거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자처하던 미국이 철저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로 변모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왜 세계 최강국이 관세라는 옛날 무기를 다시 꺼내들었을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과 정부의 역할, 그리고 관세의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관세와 관련한 경제 이론과 현 상황 그리고 역사 사례를 총괄적으로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관세이야기>.. 이 엄청난 경제적 파고를 잘 해결해 가길 기대하면서..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물건의 가격은 총공급과 총수요에 의해 결정되며, 시장은 가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이상적인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독점력을 가진 거대 공급업자가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을 조작하거나, 유통망을 장악하여 인위적인 공급 부족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시장의 왜곡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결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해친다. 시장의 불완전한 구조는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시장의 불공정한 행위를 시정하려 한다. 실업자를 구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세금도 많아진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부는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시장이 담당하던 자원 배분에 직접 개입하려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보다 평균 341% 높고, 유럽연합도 50% 높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불공정한 국제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관세 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물가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통화의 유통속도가 낮다면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케인스의 처방은 1960년대까지 효과를 거두었다. 각국 정부는 사회복지를 늘리고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여 안정적 성장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10%를 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때 밀턴 프리드먼은 피셔의 화폐수량 방정식을 다시 상기시켰다. 화폐의 유통속도가 안정적이라면, 통화량의 증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화폐적 현상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공급주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총공급을 늘리려 했다. 총공급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공급주의 경제학은 보수정부의 기본 철학이 되었다. 하지만 공급주의 정책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감세를 시행하면 정부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커진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야 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트럼프는 관세 수입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16년부터 1947년까지 미국이 전체 수입제품의 95%에 관세를 부과했고, 평균 관세율이 37%에 달했다는 역사적 사례를 든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구조는 19-20세기와는 전혀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의 파급효과는 훨씬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개방경제의 이점과 관세의 역설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절대우위 이론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와인에, 독일은 소시지에 우위가 있다면, 서로 교환하면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후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개방경제는 소비자에게는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생산자에게는 더 큰 시장을 제공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경제는 상호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부족한 물건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남는 물건은 수출하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세는 이러한 자유무역 체제에 걸림돌이 된다. 수입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보복 관세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각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 세계 국제교역 규모가 3분의 2나 감소했고, 대공황의 협곡이 더욱 깊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현재의 관세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금본위제도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본위제도는 화폐 가치를 금에 고정시켜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각국은 전비 마련을 위해 통화 발행을 늘렸고, 금본위제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1925년 영국은 파운드화의 국제적 지위를 되찾기 위해 금본위제도로 복귀했다. 하지만 파운드화가 고평가되면서 영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결국 1931년 대공황의 충격으로 영국도 금본위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수정된 금본위제도를 도입했다. 달러를 금에 고정하고, 다른 통화를 달러에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달러는 공식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했다. 기축통화 지위는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준다. 전 세계 무역에서 달러가 결제통화가 되고, 필요하면 달러를 찍어내어 쓸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1960년 로버트 트리핀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내야 하는데, 적자가 누적되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주요 교역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어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현재 관세 정책은 50여 년 전 닉슨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가 약속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광범위할 것이다. 우선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수입품 가격이 관세만큼 오르면,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모기지를 포함한 모든 대출 금리가 따라 오른다. 현재 미국 증시는 사상 최대의 거품 상태다.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에 이르고, 로버트 실러 교수의 계절조정PER도 33배로 장기 평균치 17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그리고 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금리 상승은 이 모든 기대감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직격한다. 가계 지출이 줄어들면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치명타를 가한다. 수익성이 더 이상 성장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도 위축된다. 관세는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업체의 부품과 원재료 수입 가격도 높인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미국 기업들도 관세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의 충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관세 부과는 기업들의 장기 투자 계획을 마비시킨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2.0 시대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USDT)나 USDC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발행량만큼 미국 국채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더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유통속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피셔의 화폐수량방정식에서 MV=PY(M은 통화량, V는 유통속도, P는 물가, Y는 실질GDP)인데,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 V가 상승하면 관세 부과로 인한 통화량(M)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활용하여 달러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역사를 보면, 관세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5% 수준의 관세로 시작한 이후, 관세율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19세기 내내 관세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었다. 북부의 공업지역은 높은 관세를 선호했지만, 남부의 농업지역은 자유무역을 원했다. 1828년 '가증스러운 관세'라 불린 50% 관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폐기조례를 불러왔고, 연방 분열의 위기까지 몰고 갔다. 링컨 대통령 시절 관세는 더욱 높아졌다. 남북전쟁이 격화되면서 평균 관세율은 47%까지 상승했다. 흥미롭게도 남부 7개 주가 연방에서 탈퇴한 직접적 계기 중 하나가 링컨의 관세 인상 방침이었다. 관세가 국가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들어서도 관세의 정치적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평균 관세율이 59.1%까지 치솟았을 때, 세계는 대공황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상호무역협정법을 통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낮춰갔고, 1947년 GATT 체결로 자유무역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국과 기타 시장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생산 현지화를 통해 관세를 회피하고, 미국 외 시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지었다. LG화학과 포스코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추진하는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 정책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생산 현지화에는 높은 비용이 따른다. 임금이 비싸고 숙련 인력이 부족한 미국에서 생산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다자간 무역협정을 활용한 우회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한-EU FTA,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기존 협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미국 편에만 서면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고, 중국에만 의존하면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골디락스 경제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경제 상태를 의미한다. 물가는 안정되고 성장은 지속되는 이상적인 경제다. 미국은 1950-60년대, 1990년대 후반, 2010년대 후반에 이런 상태를 경험했다. 공통점은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든 보수든 과도하게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정책에 매달릴 때마다 경제는 골디락스에서 멀어졌다. 트럼프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정치적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해치고 글로벌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지만,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의 교훈을 되새기되, 현재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변수들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전 세계가 공멸할 수 있다. 협력과 상생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2.0 시대, 우리는 다시 한번 역사의 교훈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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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
랭커 지음 / 인베이더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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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무 살의 나에게 집은 그저 밤을 보내는 장소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표방하며 고시원을 전전하고, 친구들과 쉐어하우스에 살며, 언제든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낭만적이라고 여겼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 주는 피로감을, 뿌리 없는 삶의 불안감을 말이다. 서른 살이 되어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남의 집에 살았다. 신혼집이라고 해봐야 전세로 얻은 작은 아파트였다. 새로운 가족을 꾸렸지만 진정한 보금자리는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 가구를 고르면서도 "언제까지 여기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벽에 못 하나 박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집주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임시 거주자였으니까. 마흔 살에 접어들면서 절실함이 커졌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이의 친구들이 놀러 오면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야"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반이라는 것을. 이번에 집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 고민스러운 제목이다. ^.^

책을 읽으며 집은 '재산'이 아니라 '관계'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집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들, 가족 간의 유대감, 이웃과의 소통, 지역 사회와의 연결. 이 모든 것이 임시적인 거주 공간에서는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곳에 깊은 감정을 투자하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집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벽에 남긴 낙서, 가족 사진을 걸어놓은 복도,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 먹은 식탁. 이런 일상의 순간들이 쌓여서 진짜 '집'이 된다. 전월세 생활에서는 이런 추억을 만들기가 어렵다. 언제 이사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감정적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집은 '나를 존중하는 첫 번째 선택'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매달 집세를 내며 살아가는 것은 결국 남의 자산을 키워주는 일이다. 내가 번 돈이 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를 늘려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모두가 포기할 때, 나는 사기로 했다"는 저자의 경험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집값이 비싸다고, 금리가 높다고, 경기가 불안하다고 모두가 망설일 때 오히려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역설적 사고.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다 보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타이밍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용기'다. 언제나 부족한 조건에서 시작해야 하고, 언제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뿐이다. 특히 "가진 자만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을 먼저 사야 가진 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순서를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을 사면서 돈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저자의 경험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라는 부분이었다. 정보도 중요하고 자금도 중요하지만, 결국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력이다. 이 판단력은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 키울 수 있다. "집값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는가'"라는 조언도 현실적이다. 무조건 비싼 집을 사는 것보다는 내 생활 패턴과 가족 상황에 맞는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퇴근 시간, 자녀 교육 환경, 생활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집 마련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프로젝트라는 관점이 새로웠다. 부부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자녀들도 그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유대감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지금 내 선택이 자녀의 출발선이 된다"는 말이 부모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내가 집을 사지 않으면 아이는 집 없는 부모의 자녀로 살아가야 한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집을 사려고 할 때,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돈 문제를 가족과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중요하다. 집 마련을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절약하고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금 젊을 때의 선택이 노후의 삶을 결정한다. 집이 없으면 노후에 월세나 전세로 살아야 하는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매우 불안정하다. 요양병원에서의 경험담을 통해 본 노후의 현실은 더욱 절실하다.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좋은 시설을 선택할 수 있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집은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집 마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철학이 있어도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집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집 마련은 삶의 기준선을 세우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가족과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다. 완벽한 조건은 없다. 언제나 부족하고,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집은 나 자신을 존중하는 첫 번째 선택이고,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자.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기준선을 세우는 첫 번째 단계다. 실질적인 교훈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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