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창·통 (50만 부 기념 골드 에디션) -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강력한 통찰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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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켠다. AI가 또 어떤 분야를 점령했다는 소식, 구조조정 소식, 새로운 기술 혁명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진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이런 질문과 마주한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5년 후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하는 이 일이 정말 의미 있는 걸까?" 15년 전, 한 권의 책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답은 15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절실하게 다가 온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기술이 발전할 수록 사람다움의 본질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만난 한 후배가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에 입사했지만, 그의 눈빛은 늘 흐렸다. "선배, 저는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을까요? 월급은 나쁘지 않은데, 매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그에게는 '무엇'은 있었지만 '왜'가 없었다. 해야 할 일은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성공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연봉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빅터 프랭클이 최악의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거대한 성공이나 부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석방된 후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써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그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유가 그를 버티게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연봉 협상이 잘 되었을 때의 기쁨은 한 달을 가지 못한다. 승진의 기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었을 때, 내가 만든 것이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었을 때의 감동은 오래 지속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있어야 할 불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노인들을 위한 기술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수익은 아 직 미미하지만, 어르신들이 우리 앱으로 손주와 영상통화에 성공했을 때 보내주시는 감사 메시지를 받으면,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습니다." 그의 눈빛은 빛났다. 그에게는 돈보다 더 강한 동력이 있었다. 기술 소외계층을 없애겠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모두가 연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신념이었다. 이것이 혼이다. 보상과 무관하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왜'에 대한 답이다. 기계는 '무엇'과 '어떻게'는 잘하지만, '왜'는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혼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창은 그 방향으로 실제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거창한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뒤바꿀 혁신, 노벨상을 받을 발명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창의성은 일상 속 작은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한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의 카페는 역 근처에 있었는데, 아침 시간대에 손님들이 줄을 서다가 지하철 시간을 놓쳐 떠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는 앱을 개발했다. 손님들이 지하철에서 미리 주문하고, 역에 도착할 즈음 알림을 받아 바로 픽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객의 불편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의 자원(스마트폰, 위치정보)을 다르게 조합한 결과였다. 창의성은 천재성이 아니다. 그것은 끈질긴 관찰과 실험의 결과다. 스티브 잡스도 "영감을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매일 손을 움직이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AI 때문에 불안해한다. "내 일을 AI가 대체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 질문은 방향이 잘못되었다. 올바른 질문은 "AI와 함 께 어떻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이다. 한 마케터는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 시간을 90% 줄이고, 그 시간에 고객과의 심층 인터뷰를 더 많이 했다. 결과는? 훨씬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캠페인이 탄생했다.


AI가 할 수 있는 것은 AI에게 맡기고, 자신은 AI가 할 수 없는 공감과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것이다. 창의성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원래 하던 방식"이라는 말은 21세기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이다. 시장은 변하고, 고객은 변하고, 기술은 변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방식이 10년 전 그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뒤처진 것이다. 매일 작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걸 왜 이렇게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고객은 정말 이걸 원 할까?"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있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사람을 설득하고, 협력하고, 함께 가는 능력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한 프로젝트 리더를 코칭한 경험이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났고, 아이디어도 훌륭했다. 하지만 그의 프로젝트는 번번이 실패했다. 왜일까? 그는 소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비전을 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팀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그에게는 혼과 창은 있었지만, 통이 없었던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말만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이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프레젠터였던 이유는 화려한 말솜씨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청중이 무엇을 원하는 지, 무엇에 흥분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술 스펙을 나열하는 대신," 1000곡을 주머니에 " 라는 한 문장으로 아이팟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는 부하 직원을 이해해야 하고, 부하 직원은 상사를 이해해야 한다. 영업팀은 개발팀을 이해해야 하고, 개발팀은 영업팀을 이해해야 한다. 이 이해가 없다면 조직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요즘 같은 원격 근무 시대에는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해는 쉽게 생기고,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 한 글로벌 기업의 팀장은 매일 아침 15분씩 화상회의를 연다. 업무 얘기가 아니라 그냥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다. "어젯밤에 잘 잤어?" "주말에 뭐 했어?" 이런 사소한 대화가 팀의 결속력을 만든다고 한다. 소통은 또한 경청의 예술이다.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어렵다. 특히 리더일수록 말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70%는 듣고 30%만 말한다. 현장의 목소리, 고객의 목소리, 팀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혼, 창, 통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혼만 있고 창과 통이 없으면 공허한 이상주의자가 된다. 창만 있고 혼과 통이 없으면 방향 없는 실험가가 된다. 통만 있고 혼과 창이 없으면 영혼 없는 중재자가 된다. 어느 순간에는 혼이 약해진다. 일상에 치이고, 현실에 타협하면서 처음의 열정을 잃는다. 그럴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었는 지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또 어떤 순간에는 창이 막힌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다. 그럴 때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 창의성은 새로움과의 조우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통이 단절된다. 동료들과 갈등하고, 고객과 멀어지고, 조직에서 고립된다. 그럴 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관계는 언제나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만든다.


기술은 변한다. 트렌드는 변한다. 시장은 변한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15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 AI 시대라고 해서 이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계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기계는 효율적이지만 영혼이 없다. 기계는 정확하지만 공감하지 못한다. 기계는 빠르지만 의미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혼을 단련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창을 연마해야 한다. 기계와 협업하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통을 확장해야 한다. 디지털 소통이 일반화된 시대에 진정성 있는 인간적 연결의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 다시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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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피치 마스터 : 이론편 -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말의 힘
김양호.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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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목이 마른다. 준비한 말들이 혀 밑으로 숨어버리고, 심장은 제 박자를 잃는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말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말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공기 중으로 흩어진 단어들은 다시 입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진실은, 이 떨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진심을 담으려 할수록 떨림은 더 커진다. 말에 책임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사람일수록 더 긴장한다. 책은 그 떨림을 없애라고 하지 않는다. 떨림을 안고도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오랫동안 내가 스스로에게 가혹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유창함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막힘 없이 문장을 이어가고,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는 것. 그것이 말을 잘하는 사람의 조건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책은 그 믿음부터 뒤집는다. 말은 기술 이전에 존재의 방식이며, 사람은 자신의 삶만큼 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투는 태도이고, 어휘는 세계관이며, 스피치란 외운 문장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 있는 언어로 통역하는 일이라는 정의 앞에서, 나는 내가 지금껏 얼마나 피상적으로 말을 다뤄왔 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첫 문장'이다. 모든 말의 성패는 첫 문장에서 갈린다. 지루한 인사와 형식적인 소개로 시작하는 순간, 청중의 관심은 멀어진다. 첫 문장은 내가 준비한 문장이 아니라, 청중이 기다리 던 문장이어야 한다는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늘 내 입장에서만 말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은 전하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듣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청중이 궁금해하는 것,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것, 청중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것. 그곳에서 말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제시하는 오프닝 전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태도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질문으로 시작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질문은 청중을 수동적인 듣는 자에서 능동적인 사유의 주체로 바꾼다. 역질문은 사람들을 깨운다.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라는 한 문장으로, 공기는 달라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하고, 그 순간 말은 이미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를 매개로 문을 열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다리를 놓으며, 진심을 담아 신뢰를 쌓 는 과정. 그것이 첫 문장의 본질이었다.

책이 제시하는 GOLDEN 프레임워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Gravitas(진중함), Originallity(독창성), Logic(논리), Delivery(전달력), Emotion(감정), Narrative(이야기). 이 여섯 개의 기둥이 튼튼해야 언어의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비유는 직관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진중함은 말의 품위를 결정한다. 가벼운 말 은 쉽게 흩어지고, 절제되지 않은 말은 신뢰를 잃는다. 독창성은 청중의 귀를 깨운다. 뻔한 말은 기억되지 않는다. 논리는 주장과 근거를 연결한다. 논리 없는 감정은 설득력을 잃고, 감정 없는 논리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 전달력은 의도를 현실로 만든다. 좋은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감정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성은 이해시키지만, 감정은 행동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추상을 구체로 바꾼다. 사람들은 원리보다 사례를 기억하고, 통계보다 서사에 공감한다. 이 여섯 가지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만 튼튼해서는 안 되고, 모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되, 나머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떤 사람은 논리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 표현에 뛰어나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균형감각이다.

말은 단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소리의 톤, 리듬, 속도, 침묵, 눈빛, 표정, 자세, 몸짓. 이 모든 것이 말의 일부다. 이 책은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이 말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리듬이 평이하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고저가 적절히 섞이면 생동감이 생긴다. 빠른 말은 긴장감을 만들고, 느린 말은 무게를 더한다. 침묵은 강조의 도구다. 잠깐의 쉼표가 다음 문장을 기다리게 만든다. 눈빛은 신뢰를 만들고, 표정은 감정을 전달한다. 말의 내용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으면 청중은 불신한다. 자세는 말의 기본이다. 구부정한 자세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표현력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의 영역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타고난 사람만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고, 거울 앞에서 표정과 눈빛을 점검하고, 발표 전 루틴을 만들어 긴장을 풀고, 의미 있는 문장에 쉼표를 넣는 연습.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여 표현력을 만든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의 말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쓰고 있는가. 나는 내 말에 진심을 담고 있는가. 책은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보다, 말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무대 위에서 연설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상에서 말로 관계를 만들고 상처를 주고 위로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문으로. 말을 더 잘하기 전에, 나는 책을 통해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말의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 야 말로 진짜 스피치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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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코리아 -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선 한국을 리디자인할 국가 대개조 개념설계
백우열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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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국이 잘나간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BTS가 빌보드를 석권하고,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한국 드라마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방산은 폴란드에 전차를 수출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잘나가는데 왜 청년들은 이민을 꿈꾸고, 출산율은 OECD 최하위를 넘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추락했을까. 왜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세대와 지역과 성별 간 갈등은 깊 어만 가는가? <피크 코리아>는 한국의 몰락을 예언하는 비관론도, 근거 없는 낙관론도 아니다. 오히려 더 불편한 진실을 던진다. "우리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 하강 국면의 초입에 서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상승 중인 국가'의 사고방식으로 '정점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재능'이나 '트렌드'로만 설명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저자가 지적하듯, 한국은 3만 달러 경제 규모에 5천만 인구를 가진 동시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모두 체화한 유일한 국가다. 전쟁, 분단, 독재, 민주화, 압축 성장, 외환위기, 그리고 다시 부상이라는 극적인 서사를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겪었다. 이 '역사 밀도'가 한국 콘텐츠의 본질이다. <오징어 게임>은 생존 게임이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계급의 알레고리다. <기생충>은 가족 드라마이면서 자본주의 구조의 냉혹한 해부다. 이런 서사는 미국식 포맷 위에 한 국만의 역사적 경험이 덧입혀져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감정에 도달한다. 제조업과 방산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설계부터 소재, 공정, 양산, 납기까지 전 밸류체인을 보유한 나라는 손에 꼽힌다. 한국은 여전히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나라' 반열에 있다. 이것은 분명한 성공이고, 부인할 수 없는 성취다. 하지만 여기까지가'과거의 성공 스토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책의 진짜 통찰은 경제 지표나 문화 성과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피로'를 드러내는 데 있다. 정치체제의 역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유권자의 약 70%는 중도 성향이다. 그런데 정치는 극좌와 극 우, 각각 10~15%의 목소리에 좌우된다. SNS와 유튜브는 이 소수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극단으로 기운다. 중도는 침묵하고, 극단이 소리친다. 결과는? 정책의 부재, 방향의 상실, 속도의 정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다. 민주주의는 작동하지만, 효율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서는 퇴보하고 있다. 이건 정치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다. 서울 도시국가화는 더 노골적이다. 인구, 자본, 기 회, 정보가 모두 서울로 수렴한다.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였고, 서울조차 고령화와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 전쟁도 전염병도 없이 도달한 인류 최초의 수준이다. "아이를 안 낳는다"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구조, 집값과 교육비와 취업 경쟁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만든 결과다. 경제산업의 식음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조업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신산업은 규제와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청년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정을 선택하도록 학습되었다. 스타트업보다 공무원, 도전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 중이다. 성장률 목표, 수출 확대, 대기업 중심 정책. 하지만 새 엔진은 아직 장착되지 않았다.

’개념설계'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다. 정치는 중도로 수렴하도록 강제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는 서울 집중을 완화하는 공간 재설계가 절실하다. 경제는 성장률이 아닌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방은 감정이 아닌 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 북한 문제는 전략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전략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행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방향은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피크는 개인의 전략 재설계를 요구한다. 과거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역량을 키울 것인가,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 할 것인가, 어떤 자산을 축적할 것인가. 더 냉정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 없이 살면 개인은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건네는 가장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메시지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정리당한 느낌'이었다. 막연한 불안이 구조화되고, 감정이 데이터로 치환되며, 문제가 개념으로 정리되었다. 불편하지만 명료했다. 국가의 피크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다시 설계해야 할 출발점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시간이 다. 책은 우리의 각성을 요구한다. 각성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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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영어 필드 매뉴얼 10 - 비즈니스 영어 4대 업무 단 한 권으로 끝낸다
클레어(서유진)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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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 글로벌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 화상회의에서의 프레젠테이션. 현대 직장인에게 영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늘 '영어 공부'는 하지만 '영어 사용'에는 서툴다. 서점에 가면 비즈니스 영어 관련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고,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는 수많은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들이 실제 업무 현장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비즈니스 영어 교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한계는 '이론적 완벽함'에 치중한 나머지 '실용적 유연성'을 놓친다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관계, 업무의 긴급성, 회사 문화에 따라 표현은 천차만별로 달라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학습자가 실제 상황에서 배운 표현을 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재를 펼쳐놓고 공부할 때는 "이 표현 좋은데?"라며 밑줄을 긋지만, 막상 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켜야 하는 순간이 오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배운 내용과 실제 사용 맥락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즈니스 영어 필드 매뉴얼 10>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여 비즈니스 영어에 있어서의 나의 능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책이 기존 교재들과 확연히 다른 이유는 저자의 이력에서 시작된다. 저자 클레어는VIP 해외 순방 통역, 정부 부 처 공식 통역, 글로벌 기업 미팅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전문 통역번역사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책의 내용 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교실에서 상상한 비즈니스 상황과, 협상 테이블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실제 상황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저자는 그 간극을 몸소 체험했고, 그 경험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또한 저자는 한국인 학습자가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한국인이 이메일에서 "l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을 습관처럼 사용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격식적이고 때로는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책에서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Hope you're doing Well", "Thanks for getting back to me" 심지어 간단히 "Hi John!"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이런 세심한 구분은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겪은 사람만 이 제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체계적인 4단계 학습 구조에 있다. 일반적인 회화 교재들이 예문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책은 마치 숙련된 코치가 옆에서 단계별로 지도하듯 학습자를 이끈다. 먼저 핵심 포인트와 핵심 문장에서는 각 유닛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2~3개의 핵심 문장을 제시한다. 이는 학습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한 챕터에 수십 개의 예문이 있으면 학습자는 압도당하고,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 하지만 " 이것만은 반드시 외우세요 " 라고 명확히 제시하면, 학습자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업무 상황의 80%는 핵심 패턴 20%로 해결된다는 파레토 법칙을 적용한 접근이다. 핵심 문장 파헤치기는 암기를 넘어 이해를 돕는다. 각 핵심 문장당 5개의 변형을 제시하되, 캐주얼 버전과 포멀 버전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Can we talk about this later?"는 동료 간의 편한 대화에, "Would it be possible to discuss this at a later time?"은 상사나 고객과의 대화에 적합하다. 이런 구분은 비즈니스 영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잘못된 톤은 때로 내용보다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각 표현이 왜 이렇게 쓰이는지, 어떤 뉘앙스를 갖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I'd like to propose..."와 "How about we..."는 모두 제안의 표현이지만, 전자는 공식적인 회의에서, 후자는 브레인스토밍 세션에서 더 자연스럽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이해 하면, 학습자는 단순히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감각을 체득하게 된다.

리얼 비즈니스는 앞서 배운 표현들이 실제 대화와 이메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회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이메일의 첫 인사부터 마무리까지, 업무의 전체 흐름 속에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이는 마치 스포츠에서 개별 기술을 연습한 후 실전 게임을 뛰는 것과 같다. 학습자는 "아, 이 표현이 이런 타이밍에 쓰이는 구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인상적인 부분은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해외 바이어와의 첫 회의에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과, 가벼운 스몰토크로 분위기를 풀고 시작하는 것은 상대방의 문화권에 따라 달라진다. 책은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주어, 학습자가 언어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실무 인사이트는 말 그대로 현장의 꿀팁이다. "이런 표현을 쓰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이 단어는 비즈니스 맥락에서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같은 경고는, 실수를 통해 배운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조언이다. 리뷰 중 한 사용자가 언급했듯, 통역사의 직역 때문에 오해가 깊어진 경험은 많은 실무 자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 섹션은 그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사전에 방지해준다.

비즈니스 영어의 핵심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어려운 단어로 긴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실력이 아니라, 상대방이 즉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구조화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저 자는 바로 이 본질을 꿰뚫고 있다. 책은 회의, 프레젠테이션, 이메일, 설득과 협상이라는 4대 업무 영역을 10개의 핵심 상황으로 압축했다. 무수한 현장 경험을 통해 추출해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최소 공배수'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가 '공부 과목'이 아닌 '생존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 도구를 갈고 닦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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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마카오 여행지도 2026-2027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마카오 여행 가이드 총정리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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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다. 구글맵을 켜면 실시간으로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고, 여행 앱 하나로 숙소 예약부터 맛집 검색까지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디지털 세상에서 오히려 종이 지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자녀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날로그 여행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번에 타블라라사에서 업데이트 된 <에이든 마카오 여행지도>는 에이든 시리즈로 시대적 변화를 대표하 는 제품이다. 길 안내만 하는 지도가 아니라, 여행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설계되었다. 이번에 접한 마카오 버전을 살펴보면 이 지도가 왜 특별한지 알 수 있다.

에이든 마카오 여행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재다. 일반 종이가 아닌 특수 방수지로 제작되어 있어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비가 와도, 음료를 쏟아도, 아이들이 거칠게 다뤄도 찢어지거나 손상될 염려가 없다. 40 인치 크기의 대형 지도를 자유롭게 접었다 펼 수 있다는 점도 실용적이다. 여행지에서 지도를 펼쳐 동선을 확인하고, 다시 접어 가방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행위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요즘 아이들에게 지도 읽기는 낯선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종이 지도가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지도를 보며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 주변 명소의 위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공간 인지 능력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킨다. 에이든 여행지도는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했다. 100개의 플래그 스티커가 함께 제공되어, 아이들이 직접 가고 싶은 곳에 깃발을 꽂으며 여행 계 획을 세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여행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장소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에이든 마카오 여행지도는 세 가지 층위의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양면 방수지도가 있다. 한 면은 마카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체 지도로, 주요 관광지와 간단한 설명이 표시되어 있다. 다른 면은 세계문화유산 지역과 타이파, 코타이 스트 립 등 핵심 지역을 확대한 상세 지도다. 소책자 형태의 여행지도는 전체 지도를 지역별로 분할하여 더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세나도 광장 주변처럼 특정 구역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페이지에서는 블록 단위까지 표시되어 있어, 이 정보만으 로도 충분히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유명 건물의 경우 간략한 구조도까지 포함되어 있어 화장실이나 식당 위치까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트래블 노트는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지역별로 꼭 해야 할 일, 먹어야 할 음식, 쇼핑 리스트, 주요 랜드마크가 정리되어 있어 여행 계획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단순히 유명한 곳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여행자 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여행의 가장 큰 아쉬움은 기록의 휘발성이다. 스마트폰으로 찍 은 사진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지만, 여행의 맥락과 감정은 쉽게 잊혀진다. 에이든 여행지도 세트에 포함된 트래블 노트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방문한 장소에 체크하고, 경비를 기록하고, 그날의 느낌을 메모하는 행위는 여행을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아이들이 직접 스티커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여행 기록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지도와 노트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에이든 시리즈를 제작하는 타블라라사는17년 이상 여행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출판사다. 정보만을 나열하는 가 이드북이 아니라, 여행자의 실제 경험을 중심에 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이들은 여행자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지도를 업데이트한다. 아날로그 제품이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정보를 갱신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마카오뿐 아니라 도쿄, 교토, 파리, 런던, 뉴욕, 바르셀로나, 타이베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여행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각 도시의 역사 와 문화적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실용적인 정보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이번 마카오 여행지도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최단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여행이 미션 수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효율적이지만 기계적이다. 종이 지도를 펼치고, 손가락으로 경로를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는 디지털 기기가 줄 수 없는 경험이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이러한 아날로그적 접근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함께 지도를 보며 대화하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며 협상하고, 예상치 못한 장소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쌓여 진짜 여행이 된다.

에이든 마카오 여행지도는 이러한 여행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도구다. 60페이지의 얇은 책자와 한 장의 방수 지도, 그리고 몇 개의 스티커가 전부지만, 그 안에는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철학이 담겨 있다. 마카오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스마트폰과 함께 이 지도도 가방에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룰 때, 여행은 더욱 완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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