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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피치 마스터 : 이론편 -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말의 힘
김양호.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목이 마른다. 준비한 말들이 혀 밑으로 숨어버리고, 심장은 제 박자를 잃는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말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말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공기 중으로 흩어진 단어들은 다시 입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진실은, 이 떨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진심을 담으려 할수록 떨림은 더 커진다. 말에 책임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사람일수록 더 긴장한다. 책은 그 떨림을 없애라고 하지 않는다. 떨림을 안고도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오랫동안 내가 스스로에게 가혹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유창함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막힘 없이 문장을 이어가고,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는 것. 그것이 말을 잘하는 사람의 조건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책은 그 믿음부터 뒤집는다. 말은 기술 이전에 존재의 방식이며, 사람은 자신의 삶만큼 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투는 태도이고, 어휘는 세계관이며, 스피치란 외운 문장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 있는 언어로 통역하는 일이라는 정의 앞에서, 나는 내가 지금껏 얼마나 피상적으로 말을 다뤄왔 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첫 문장'이다. 모든 말의 성패는 첫 문장에서 갈린다. 지루한 인사와 형식적인 소개로 시작하는 순간, 청중의 관심은 멀어진다. 첫 문장은 내가 준비한 문장이 아니라, 청중이 기다리 던 문장이어야 한다는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늘 내 입장에서만 말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은 전하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듣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청중이 궁금해하는 것,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것, 청중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것. 그곳에서 말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제시하는 오프닝 전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태도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질문으로 시작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질문은 청중을 수동적인 듣는 자에서 능동적인 사유의 주체로 바꾼다. 역질문은 사람들을 깨운다.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라는 한 문장으로, 공기는 달라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하고, 그 순간 말은 이미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를 매개로 문을 열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다리를 놓으며, 진심을 담아 신뢰를 쌓 는 과정. 그것이 첫 문장의 본질이었다.
책이 제시하는 GOLDEN 프레임워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Gravitas(진중함), Originallity(독창성), Logic(논리), Delivery(전달력), Emotion(감정), Narrative(이야기). 이 여섯 개의 기둥이 튼튼해야 언어의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비유는 직관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진중함은 말의 품위를 결정한다. 가벼운 말 은 쉽게 흩어지고, 절제되지 않은 말은 신뢰를 잃는다. 독창성은 청중의 귀를 깨운다. 뻔한 말은 기억되지 않는다. 논리는 주장과 근거를 연결한다. 논리 없는 감정은 설득력을 잃고, 감정 없는 논리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 전달력은 의도를 현실로 만든다. 좋은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감정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성은 이해시키지만, 감정은 행동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추상을 구체로 바꾼다. 사람들은 원리보다 사례를 기억하고, 통계보다 서사에 공감한다. 이 여섯 가지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만 튼튼해서는 안 되고, 모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되, 나머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떤 사람은 논리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 표현에 뛰어나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균형감각이다.
말은 단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소리의 톤, 리듬, 속도, 침묵, 눈빛, 표정, 자세, 몸짓. 이 모든 것이 말의 일부다. 이 책은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이 말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리듬이 평이하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고저가 적절히 섞이면 생동감이 생긴다. 빠른 말은 긴장감을 만들고, 느린 말은 무게를 더한다. 침묵은 강조의 도구다. 잠깐의 쉼표가 다음 문장을 기다리게 만든다. 눈빛은 신뢰를 만들고, 표정은 감정을 전달한다. 말의 내용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으면 청중은 불신한다. 자세는 말의 기본이다. 구부정한 자세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표현력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의 영역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타고난 사람만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고, 거울 앞에서 표정과 눈빛을 점검하고, 발표 전 루틴을 만들어 긴장을 풀고, 의미 있는 문장에 쉼표를 넣는 연습.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여 표현력을 만든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의 말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쓰고 있는가. 나는 내 말에 진심을 담고 있는가. 책은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보다, 말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무대 위에서 연설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상에서 말로 관계를 만들고 상처를 주고 위로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문으로. 말을 더 잘하기 전에, 나는 책을 통해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말의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 야 말로 진짜 스피치의 시작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