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코리아 -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선 한국을 리디자인할 국가 대개조 개념설계
백우열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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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국이 잘나간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BTS가 빌보드를 석권하고,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한국 드라마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방산은 폴란드에 전차를 수출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잘나가는데 왜 청년들은 이민을 꿈꾸고, 출산율은 OECD 최하위를 넘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추락했을까. 왜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세대와 지역과 성별 간 갈등은 깊 어만 가는가? <피크 코리아>는 한국의 몰락을 예언하는 비관론도, 근거 없는 낙관론도 아니다. 오히려 더 불편한 진실을 던진다. "우리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 하강 국면의 초입에 서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상승 중인 국가'의 사고방식으로 '정점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재능'이나 '트렌드'로만 설명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저자가 지적하듯, 한국은 3만 달러 경제 규모에 5천만 인구를 가진 동시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모두 체화한 유일한 국가다. 전쟁, 분단, 독재, 민주화, 압축 성장, 외환위기, 그리고 다시 부상이라는 극적인 서사를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겪었다. 이 '역사 밀도'가 한국 콘텐츠의 본질이다. <오징어 게임>은 생존 게임이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계급의 알레고리다. <기생충>은 가족 드라마이면서 자본주의 구조의 냉혹한 해부다. 이런 서사는 미국식 포맷 위에 한 국만의 역사적 경험이 덧입혀져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감정에 도달한다. 제조업과 방산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설계부터 소재, 공정, 양산, 납기까지 전 밸류체인을 보유한 나라는 손에 꼽힌다. 한국은 여전히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나라' 반열에 있다. 이것은 분명한 성공이고, 부인할 수 없는 성취다. 하지만 여기까지가'과거의 성공 스토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책의 진짜 통찰은 경제 지표나 문화 성과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피로'를 드러내는 데 있다. 정치체제의 역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유권자의 약 70%는 중도 성향이다. 그런데 정치는 극좌와 극 우, 각각 10~15%의 목소리에 좌우된다. SNS와 유튜브는 이 소수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극단으로 기운다. 중도는 침묵하고, 극단이 소리친다. 결과는? 정책의 부재, 방향의 상실, 속도의 정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다. 민주주의는 작동하지만, 효율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서는 퇴보하고 있다. 이건 정치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다. 서울 도시국가화는 더 노골적이다. 인구, 자본, 기 회, 정보가 모두 서울로 수렴한다.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였고, 서울조차 고령화와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 전쟁도 전염병도 없이 도달한 인류 최초의 수준이다. "아이를 안 낳는다"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구조, 집값과 교육비와 취업 경쟁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만든 결과다. 경제산업의 식음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조업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신산업은 규제와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청년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정을 선택하도록 학습되었다. 스타트업보다 공무원, 도전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 중이다. 성장률 목표, 수출 확대, 대기업 중심 정책. 하지만 새 엔진은 아직 장착되지 않았다.

’개념설계'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다. 정치는 중도로 수렴하도록 강제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는 서울 집중을 완화하는 공간 재설계가 절실하다. 경제는 성장률이 아닌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방은 감정이 아닌 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 북한 문제는 전략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전략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행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방향은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피크는 개인의 전략 재설계를 요구한다. 과거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역량을 키울 것인가,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 할 것인가, 어떤 자산을 축적할 것인가. 더 냉정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 없이 살면 개인은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건네는 가장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메시지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정리당한 느낌'이었다. 막연한 불안이 구조화되고, 감정이 데이터로 치환되며, 문제가 개념으로 정리되었다. 불편하지만 명료했다. 국가의 피크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다시 설계해야 할 출발점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시간이 다. 책은 우리의 각성을 요구한다. 각성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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