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 시선과 기록이 만드는 길
박환이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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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책과의 만남은 책을 읽기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삶의 방향을 재정의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박환이의 《더 로드》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보물은 운이 아니다. 시선과 기록으로 길을 그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결과다." 처음 마주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막연히 품고 있던 꿈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하며 미뤄왔던 계획들, 그리고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해버린 수많은 가능성들이 한순간에 떠올랐다. 저자가 말하는 '시선과 기록'이라는 도구가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자의 경험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군 복무 중 소대장 시절의 이야기를 전군에 알리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두었던 것. 그로부터 2년 후, 그 바람은 500명이 모인 자리에서의 발표로 현실이 되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다. 매일 그 포스트잇을 바라보며 무의식 속에서 그 목표를 향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망상활성화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의 작용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를 선별하여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뇌의 필터링 시스템. 목표를 시각화하고 지속적으로 바라볼 때, 뇌는 그 목표와 관련된 기회와 정보를 놓치지 않게 된다.

삶은 늘 순탄하지 않다. 저자 역시 영구장해라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했다. 베테랑 탐험가에서 병실 환자로, 극적인 상황 변화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죽지 않았잖아. 머리는 괜찮고, 오른발도 붙어 있잖아." 작은 감사에서 시작된 그의 재정비는 깊은 통찰로 이어졌다. 위기를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받아들인 것. 그리고 그 멈춤을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준비 시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지혜다. 실패, 좌절, 예상치 못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끝으로 볼 것인가, 새로운 시작으로 볼 것인가. 저자의 경험은 후자의 힘을 보여준다. 시선과 기록이라는 도구는 위기의 순간에도 우리가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보물지도(시각화된 목표)와 탐험일지(일일 기록), 단 두 가지 도구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깊은 지혜가 숨어있다. 보물지도는 우리의 꿈과 목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글자로 된 목록이 아니라, 이미지와 색깔, 그림으로 구성된 생생한 미래의 모습. 이를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그 방향으로의 변화를 시작한다. 탐험일지는 매일의 여정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목표를 향한 작은 진전, 마주한 도전,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패턴을 발견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간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매일 5분이라도 좋으니 보물지도를 바라보고, 한 줄이라도 좋으니 탐험일지에 기록하는 것. 작은 습관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증명했다.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지의 영역이 있지 않을까?" 이는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이다. 익숙한 테마파크를 벗어나 진짜 탐험을 시작하는 것.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걷는 것. 저자는 이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 물론 쉽지 않다. 익숙함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불안하다. 하지만 시선과 기록이라는 도구가 있다면, 그 미지의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침반과 일지가 있는 탐험가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갈 수 있다. 결국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삶은 이미 보물섬이라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용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보물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지혜다. 시선과 기록은 그 지혜를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복잡한 이론이나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누구나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단순한 습관. 하지만 그 습관이 쌓여 만들어내는 변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매일 아침 보물지도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저녁 탐험일지에 그날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 이 작은 루틴이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15년간 38개 중 33개의 보물을 현실로 만들어낸 저자의 경험이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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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수업
정다원 지음 / 모티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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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많은 부부들이 이 진실을 결혼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사랑만으로는 평생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일상의 크고 작은 갈등들 속에서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부부교육 전문가의 27년 결혼생활과 10년간의 상담 경험을 통해 부부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심리학이라는 거울을 마주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강력한 진실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그녀가 절실히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상담을 받아도 집으로 돌아간 아이를 맞이하는 부모의 언어가 건강하지 않다면 진정한 회복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부부관계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감정이 망가진 부부 사이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낌으로 학습한다. 따라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부관계의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넘어서는 개념임을 이해해야 한다. 진정한 결혼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관계이다. 배우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곁을 지키고, 마음을 다독이며 지지해주는 심리적, 정서적 보호자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도 배우자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서로를 보호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약점을 감싸주고, 어려움 속에서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계에서 집에 돌아와 배우자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생활은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들, 사소한 말다툼이 큰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성숙해진다. 각자가 가진 크고 작은 욕구와 욕망을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여야 한다. 단순히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 결혼이다. 경제적 공동체로서 함께 성장하고, 심리적으로도 서로를 지지하며 발전시키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W.N.P.M이라는 성향 심리 체계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배우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 체계는 인간의 성향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여 각각의 특성과 행동 양식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 때 크게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상대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했을 때, 우리는 서운함과 함께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말투 하나, 전달 방식 하나에도 감정은 쉽게 상할 수 있다.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할 때, 배려가 부족할 때, 대화가 단절될 때, 그 모든 것이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감정의 상처가 꼭 사랑이 식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개인적 성향이나 과거 경험, 현재의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익숙한 방식만 고집할 수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조율하고 변화해야 한다. 경제 문제와 생활습관, 양가가족과의 관계, 육아, 성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유연한 태도와 배려가 필요하다.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그래서 끊임없는 부부관계 공부가 필요하다.

자녀 교육 문제는 많은 부부들에게 주요한 갈등 요소가 된다. 부모로서 아이가 세상의 풍파에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교육 방법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아이의 성적이 노력만큼 따라주지 않을 때 걱정스러운 대화가 의견충돌로 이어지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부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건강한 관계가 아이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관계에서 더 많은 것을 학습한다. 따라서 아이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부관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부부관계 개선의 첫걸음은 서로의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W.N.P.M 성향 체계를 통해 나와 배우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각의 갈등 패턴과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중해 성향의 배우자를 둔 경우라면 그들의 헌신적인 성격과 동시에 내재된 섭섭함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비판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심리를 이해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성향에 맞는 대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논리적 설득이 효과적인 성향이 있는가 하면, 감정적 공감이 더 중요한 성향도 있다.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상대방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소통이 필요하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건설적인 대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는 한 번 좋아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개인의 성장과 변화에 따라 관계도 계속해서 조율되어야 한다. 정기적인 대화 시간을 갖고, 서로의 변화와 성장을 나누며,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혼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갈등과 어려움을 만나게 되지만, 동시에 성장과 성숙의 기회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혼자가 아닌 함께 겪어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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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의 원리 - 신비한 자연과 직립보행의 만남
이환종.조태봉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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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삶의 속도에 지쳐간다. 빌딩 숲 속에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갈증을 호소한다. 바로 '걷기'에 대한 원초적 욕구다.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이환종과 조태봉이 공저한 『트레킹의 원리』는 트레킹 기법을 전수하는 매뉴얼을 넘어서, 걷기라는 행위가 지닌 철학적 깊이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종합적인 인문서다. 4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트레킹이 레저 활동만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생명 활동임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저자들은 트레킹의 근원을 인류의 진화사에서 찾는다. 수백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걸었고, 이러한 보행 유전자가 현재의 우리에게도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책 속 인용구는 다소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현대인이 느끼는 트레킹에 대한 갈망은 단순한 취미나 유행이 아니라, 수천 세대에 걸쳐 축적된 유전적 정보가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의 본질을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나무와 녹지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인지력을 증강시킨다는 과학적 사실은,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왜 산과 들로 향하는지를 명확히 해준다. 저자들은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 개념을 차용해 트레킹을 분석한다. 밈이란 유전자와 구별되는 문화적 복제의 기본 단위로, 트레킹 문화 역시 하나의 강력한 밈으로 작용하여 현대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트레킹을 개인적 취향의 영역에서 끌어올려, 인류 문화사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트레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가 평소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 통찰력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한다. 이는 니체의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는 명언과 일맥상통한다. 걷기라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가 오히려 창의적 사고와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틸리히의 구분을 인용하여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정의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트레킹은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해석이다. 몽테뉴의 말을 빌려 "휴식의 의미를 홀로 있는 고독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 대목에서는,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트레킹이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폐와 심혈관 기능 강화, 지방 제거, 면역력 강화, 두뇌 건강 향상, 뼈 건강, 근력 및 근지구력 향상, 우울증 치료, 암 예방 등 트레킹이 가져다주는 건강 효과는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각종 성인병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트레킹은 개인의 건강관리는 물론 사회적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트레킹의 구체적인 기술과 방법도 이야기 해준다. 올바른 걷기 자세부터 시작해서 트레킹 폴 사용법, 독도법, 배낭 꾸리기, 백패킹 실전, 극한 상황 대처법까지 실전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망라한다. 특히 트레킹 폴 사용법을 평지, 오르막길, 내리막길, 돌다리나 계곡 건널 때 등 상황별로 세분화해서 설명한 부분은 매우 실용적이다. 또한 발에 물집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트레킹용 양말 안에 얇은 폴리에스테르 양말을 함께 신으라는 조언 같은 세심한 팁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초보자들에게는 든든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당장 트레킹을 시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히말라야나 안데스 산맥으로 떠날 수는 없는 법. 저자들도 강조하듯이 "집 주변과 가까운 산책로를 걷거나 산행을 떠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네 뒷산이나 근린공원의 산책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의 웅장함이 아니라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자세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트레킹의 핵심은 "최소한의 준비물로 몸과 마음의 자유로움을 얻는다는 마음"이다. 물질적 소유욕을 줄이고 자연과의 순수한 만남에 집중하라는 철학적 메시지다. 트레킹은 소비 지향적인 현대 문화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싼 장비나 호화로운 숙박시설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현상학적 태도"는 트레킹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편견을 버리고 일어나는 현상을 중심으로 의식을 개입하여 직관을 발휘하는 태도는, 트레킹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산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 -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의 냄새, 돌멩이의 질감 - 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M. 포스터는 "기차나 자동차는 육체의 수동성과 세계를 멀리하는 길만 가르쳐주지만, 걷기는 전에 알지 못했던 장소들과 얼굴들을 발견하고 몸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감각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하여 걷는다"고 했다. 트레킹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 표현이다. 트레킹은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발견해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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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문학에 길을 묻다
최재운 지음 / 데이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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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전환점에 서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창작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과연 기계와 인간의 본질적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챗GPT가 시를 쓰고, 미드저니가 그림을 그리며, 알파고가 바둑의 새로운 정석을 창조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더 깊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야 하며,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성찰해야 한다. AI 시대의 인문학은 미래를 살아갈 인간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최재운님의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를 읽으며 그 길을 생각해 본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창작, 번역, 심지어 철학적 사고까지 AI가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AI가 어떻게 학습하고 사고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AI는 인간이 남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I는 인간의 편견과 한계도 함께 학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채용 AI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성별이나 학력을 선호하는 결과를 보이거나, 언어 모델이 사회적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현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인문학적 성찰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AI의 판단이 공정한가? 그 결과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철학, 윤리학, 사회학 등 인문학적 사고 없이는 제대로 답할 수 없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인간의 지혜가 더욱 필요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은 종종 데이터로 측정하기 어렵다. 사랑, 우정, 희망, 용기와 같은 감정들은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을까?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문학 작품이 주는 감동을 알고리즘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사례를 생각해본다. AI 진단 시스템이 환자의 병리 검사 결과를 분석하여 90% 이상의 정확도로 암을 진단했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에게 결과를 전달하며 단순히 수치만을 제시하지 않았다. 환자의 표정을 살피고, 가족의 반응을 고려하며, 절망감에 빠지지 않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이러한 공감과 배려, 맥락에 대한 이해는 아직까지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인문학은 바로 이러한 "데이터로 표현되지 않는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문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역사를 통해 과거의 교훈을 얻으며, 철학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다. AI 시대에 이러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기계가 제공하는 정보를 인간다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창작 영역에서 특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이 국제 미술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시대다. 작가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게 소설을 쓰고, 디자이너들은 AI를 활용해 무한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창작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AI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무엇을 표현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시인은 "AI가 제안한 시어들을 보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표현을 발견했지만, 그 시어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내 마음을 담아낼지는 여전히 나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와의 관계를 경쟁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AI는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이 의미를 가지려면 창작자 스스로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결국 기술적 도구의 발달은 인간 내면의 깊이와 성찰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한 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AI가 개인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서만 찾을 수 없다. 사회의 가치관, 문화적 맥락, 역사적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AI의 활용 방식과 그에 따른 윤리적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또한 같은 기술이라도 그것이 사용되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최근 한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AI 윤리 위원회에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인문학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기술 개발자들만으로는 AI의 사회적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새로운 AI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이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소외받는 계층은 없을 것인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기술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정보 전달이나 암기 위주의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AI가 모든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미래의 교육은 "정보를 아는 것"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정답을 맞히는 것"에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공감 능력, 협업 능력 등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AI와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AI에게 역사적 사건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변을 다른 역사적 자료와 비교 분석한다. 또한 AI가 쓴 시를 읽고 인간이 쓴 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토론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방법,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AI를 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학생들은 AI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AI와 인문학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관계다. AI는 인간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유를 제공하고, 인문학은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활용할지에 대한 지혜를 제공한다. AI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인문학은 그 해결책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 말이다. AI 시대의 인문학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학문이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를 기르고, AI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할 때다. AI의 시대는 인간다움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탐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탐구의 여정에서 인문학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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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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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급격한 기술적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AI와 대화하고, 몇 초 만에 원하는 답변을 얻는 일상이 당연해진 지금, 많은 이들이 이 변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충격파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중세의 지식 독점을 무너뜨렸듯이, 와트의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듯이, 우리 시대의 모든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혁명의 특징은 그 속도와 범위에 있다. 과거의 기술 혁명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사회에 스며들었다면, AI 혁명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AI 충격파의 시대다.


인공지능의 여정은 1956년 다트머스 대학의 작은 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존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 같은 선구자들이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을 논의했던 그 순간부터, AI는 인류의 가장 야심찬 도전 과제가 되었다. 그들은 학습, 추론, 문제해결과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기계가 모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초기의 성과는 놀라웠다. 1958년 프랭크 로젠블랫의 퍼셉트론은 사진을 보고 성별을 구별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컸다. 20년간의 침체기를 거쳐 1990년대 중반 두 번째 암흑기를 맞으며, AI는 '과대평가된 기술'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1997년 IBM의 딥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사건은 AI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1초에 2억 개의 수를 계산하는 컴퓨팅 파워로 인간의 직관을 압도한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혁명은 딥러닝과 함께 시작되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전 세계에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100만 판의 바둑을 스스로 두며 학습한 알파고의 승리는 단순한 계산 능력을 넘어선, 창의성과 직관의 영역까지 AI가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ChatGPT의 등장은 AI 발전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창작, 번역, 코딩, 분석까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출시 두 달 만에 1억 사용자를 돌파한 것은 어떤 기술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었다. 이제 AI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음성, 영상까지 생성하며 멀티모달 AI 시대를 열고 있다. MCP(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와 같은 기술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와 도구를 연결하여 더욱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창의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AI가 생성한 작품이 인간의 작품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창의성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AI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패턴과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알파고의 37번째 수처럼, 기존 인간의 사고 패턴을 벗어난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창의성이 기존 지식의 재조합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가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철학적 논쟁을 넘어 현실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의 대화형 AI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맥락을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것이 진정한 자의식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자의식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AI가 진정한 자의식을 갖게 된다면,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지구상 유일한 지적 존재가 아니게 되며, 이는 윤리, 법률, 사회 구조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AI는 이미 영상 진단에서 인간 의사를 능가하는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로봇 수술이 현실화되면서 정밀함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의 소통, 윤리적 판단, 복합적 진단과 같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조계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AI는 방대한 판례를 분석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법적 문서를 작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변론, 복잡한 법적 해석, 인간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변호사의 역할이 불가대체적이다.


AI는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 데이터 분석의 고속화, 의사결정 과정의 최적화 등을 통해 인간의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낼 위험도 크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과 기업, 국가와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격차는 급속도로 벌어질 것이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게 되면, 경제적 권력의 집중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의 제작이 놀랍도록 쉬워졌다. 이제 누구나 실제 인물의 음성이나 영상을 조작할 수 있고,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대량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보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 혼돈'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뒤처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개인과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압박감이 만연해 있다. 이러한 압박감은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고, 모든 문제를 AI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 퇴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AI 혁명은 노동시장에 전면적인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대부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 번역, 기본적인 법무 업무, 고객 상담 등 많은 직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업들도 탄생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트레이너, 알고리즘 감사관, 인간-AI 협업 전문가 등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종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속도와 규모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암기 중심의 학습, 표준화된 평가, 일방적인 지식 전달 방식은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신 창의적 사고, 비판적 분석, 협업 능력, 윤리적 판단과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AI는 교육 자체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개인 맞춤형 학습, 실시간 피드백, 무제한 학습 자원 접근 등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교실과 교사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교육의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교육 격차를 더욱 벌릴 위험도 있다. AI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나면서 인간 간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AI에게 질문하고, AI의 조언을 구하며, 심지어 AI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적인 사회적 관계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AI 챗봇과의 대화에 익숙해진 세대는 인간과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소통을 어려워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고립과 소통 능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을 넘어서, AI의 작동 원리, 한계, 편향성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여러 AI 시스템의 결과를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나의 AI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원을 활용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AI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이다. AI가 발달할수록 인간 고유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역사, 철학, 문학, 예술과 같은 인문학적 소양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식은 인간의 맥락적 사고, 윤리적 판단, 창의적 상상력을 기르는 데 필수적이다. 한자와 수학의 기초 소양도 여전히 중요하다.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이 발달해도, 언어의 뿌리와 논리적 사고의 기초는 인간이 이해해야 할 영역이다. 이는 AI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AI의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AI 시대에는 인간끼리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개별 작업은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복잡한 프로젝트에서 인간 간의 소통과 협업은 여전히 핵심적이다. 팀 스포츠나 집단 활동을 통한 협업 경험이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 경험도 중요하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의 소통과 협업이 일상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AI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AI의 편향성,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투명성, AI 권리 등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 다양한 관점에 대한 열린 태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AI 충격파는 분명 파괴적이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익숙한 것들을 낡은 것으로 만들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적응을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충격파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기술 혁명을 겪으며 발전해 왔다. 인쇄기,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등 각각의 혁명마다 사람들은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것들을 활용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AI 혁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AI를 맹목적으로 숭배하지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지도 말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면서 AI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인간다움'의 재발견에 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인간 고유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창의성,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 사랑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은 AI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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