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DsP 한 권으로 끝내기 with CorePrep 앱 - 전2권
김계철 지음 / 에이아이에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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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억 개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출근길 교통정보를 검색하고, SNS에 일상을 기록하며, 온라인 쇼핑을 하는 모든 행위가 데이터로 변환됩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진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능력은 이제 선택 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일상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것에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입력하고, 나온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며, 그것을 실제 비즈니스나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한국데이터베이 스진흥원이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자격증은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리터러시를 갖 주었다는 공식적인 증명서입니다. 마치 운전면허증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보증하듯, ADSP 자격증은 데이터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자원을 다룰 수 있는 기초 역량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 자격증에 도전하려다가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 다'는 막연함 때문입니다. 통계학,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등 생소한 용어들이 쏟아지면서 첫 페이지부터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 김계철님은 수많은 수강생들을 직접 가르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전 초보자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전개합니다. 책의 전체 구성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의 이해와 기본 개념입니다. 데이터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 분석 방법론으로, 통계적 기법과 머신러닝의 기초를 다릅니다. 세 번째는 실전 문제 풀이로, 실제 시험과 동일한 형식의 모의고사를 통해 실력을 점검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시각화 자료의 활용입니다. 복잡한 통계 공식이나 알고리즘을 설명할 때, 텍스트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은 도표, 그래프, 다이어그램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개념을 전달합니다. 회귀분석을 설명할 때도 단순히 수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산점도 위에 추세선이 그려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직관적 이해를 돕습니다. 또한 '꼭 알아야 할 공식'과 '자주 나오는 오답 포인트'를 별도로 정리한 섹션은 시험 직전 마지막 정리용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방대한 내용을 다시 처음부터 복습할 시간이 없을 때, 이 핵심 요약만으로도 주요 개념을 빠르게 환기할 수 있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단연 CorePrep앱과의 연동입니다. 기존의 자격증 교재들이 종이책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입체적 학습 경험을 제공합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책의 각 챕터마다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고, 이것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내용과 연계된 동영상 강의, 퀴즈, 추가 학습 자료로 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회귀분석 파트를 공부하다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QR 코드를 스캔해서 저자의 직접 설명을 듣고, 실제 데이터를 활 용한 예제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해도 실제 시험장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책은 실전 대비에도 철저합니다. 먼저 최신 출제 경향을 꼼꼼히 분석하여 반영했습니다. ADsP시험은 매년 조금씩 출제 패턴이 변화하는데, 2025년 시험까지의 기출 문제를 분석하여 2026년에 어떤 유형이 나올지 예측하고 대비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들어 실무 중심의 케이스 스터디 문제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여, 단순 암기형이 아닌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모의고사는 실제 시험과 동일한 형식과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만 나열하 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재면서 풀어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시험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 배분 연습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문제에 얼마나 시간을 쓸지, 어려운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 쉬운 문제부터 확실히 맞히는 전략 등을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답 해설이 매우 상세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단순히 정답이 무엇이고 왜 그 것이 답인지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다른 선택지가 오답인지, 이 문제에서 함정은 무엇인지, 유사한 개념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까지 깊이 있게 다릅니다. 틀린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격증 공부를 하다 보면 때로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 있습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혹은 더 깊은 공부를 이어갈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2026년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경력 전환을, 어떤 이는 승진을, 어떤 이는 자기계발을 목표로 합니다. 그 출발점에 ADsP자격증이 있다면, 이 책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은 더 이상 IT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케터, 영업사원, 인사담당자, 심지어 예술가와 인문학자까지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이론 설명, 실전 문제 풀이, 스마트한 앱 연동, 그리고 무엇보다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안내까지. 2~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합격의 기쁨을 맛보고, 나아가 데이터 시대의 진정한 문해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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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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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이건 지금까지 읽어온 <오만과 편견>과 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200년 전 영국의 어느 응접실 한구석에 앉아, 재치 넘치는 젊은 여성이 속삭이듯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경어체로 번역된 문장들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워졌다. 김선형님은 작가의 '톤 '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전에 읽었던 번역본들이 격식을 차린 문어체로 품위를 유지했다면, 이번 번역은 생생하게 숨 쉬는 입말처럼 다가왔다. 특히 베넷 부인이 떠들어대는 장면이나 엘리자베스 가 기지 있게 받아치는 대화들은 마치 옆에서 실제로 대화를 엿듣는 것 같은 현장감을 선사했다. 번역이 서로 다른 언어를 옮기는 작업만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한 ' 체험 '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베넷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총명하고 재치 있는 여성이라는 건 변함없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취약함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무도회에서 다아시의 모욕적인 말을 우연히 듣게 되는 장면. "참아줄 만은 하군, 하지만 내 마음을 끌 만한 미모는 아니야." 이 한 마디가 엘리자베스의 자존심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을까. 그녀의 '편견'은 사실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이 아니었을 까. 다아시를 향한 그녀의 냉소와 비판은 '저 오만한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라고 먼저 선을 긋는 방어기제 처럼 읽혔다. 위컴의 거짓말을 그토록 쉽게 믿어버린 것도, 이미 마음속에 '다아시는 나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만 찾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 부른다.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받으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호의조차 '겉치레'나 '계산된 행동'으로 치부해버리는. 첫인상이 나쁘면 그 사람 이 보여주는 모든 좋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진심을 알아차리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그녀 역시 자신의 판단력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잘 보는 편'이라는 자신감이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아시는 어떤가. 그를 '츤데레의 원조'라고 부르는 건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그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한 것 같다. 그는 오만한 것이 아니라 오만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사교계의 가벼운 대화에 익숙하지 않으며, 자신의 계급적 책임감에 과도하게 짓눌려 있는 사람. 그의 침묵은 경멸이 아니라 불편함이었고, 그의 무뚝뚝함은 냉정함이 아니라 소통의 서툴음이었다. 첫 청혼 장면을 읽으며 나는 웃음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꼈다. 다아시는 진심으로 엘리자베스를 사랑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최악이었다. "당신 가족은 문제가 많고, 신분 차이도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게 청혼이라니. 그는 자신의 솔직함이 미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진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진심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데, 다아시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흥미로운 건 그가 엘리자베스의 거절 이후 진짜로 변했다는 점이다. 자기 변명을 늘어놓거나 분노하는 대신, 그는 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달라졌다. 리디아 사건을 몰래 해결하면서도 공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모습,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에게 더 이상 거리를 두지 않는 모습.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오만함을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소설이 로맨스를 넘어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만남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엔 서로를 완전히 오해하고, 그 오해를 바탕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점차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고, 서로를 다시 보는 법을 배우는 긴 여정이다. 사랑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과정이라는 것. 상대를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보는 자신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번역본에 달린 주석들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감탄했다. 영국의 계급 제도, 당시 여성의 법적 지위, 무도회의 관습, 심 지어 당구대의 존재가 갖는 의미까지. 이런 세부 사항들이 쌓이면서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한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파노라마로 확장되었다. 여성에게 결혼이 '사랑'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나면, 샬럿 루카스의 선택도, 베넷 부인의 집착도 다르게 읽힌다. 제인 오스틴은 분노하지 않는다. 대신 웃는다. 그녀의 풍자는 날카롭지만 결코 잔인하지 않다. 콜린스 목사의 우스꽝스러움, 레이디 캐서린의 거만함, 베넷 부인의 허영심. 이 모든 것을 그녀는 유머로 감싸면서도, 그 이면에 숨은 사회적 모순을 정확히 짚어낸다. 웃음 뒤에 통잘이 있고, 재치 뒤에 비판이 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왜 이 소설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가. 단순히 잘 쓰인 로맨스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들 즉, 첫인상의 위험성, 계급과 편견, 진정한 성찰의 가치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엘리자베스보다 더 성급하게 타인을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줄의 글, 한 장의 사진으로 누군가의 전부를 안다고 착각한다. 이번 번역을 통해 <오만과 편견> 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현대적인 감수성을 가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스무 살의 그녀가 포착한 인간 심리의 미묘함, 사회 구조의 모순,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은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더 절실하게 필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들이 남긴 질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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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두려운 날엔 - 흔들리던 날들의 스피치, 나를 다시 세운 목소리의 기록
신유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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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말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고, 밤에 잠들기 전 "잘 자"라는 작별을 고한다. 말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자, 가장 친숙한 행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익숙한 말하기가 때로는 가장 두려운 순간이 되기도 한다. 회의실에서 발표 차례를 기다리며 손에 땀이 차오르고, 면접장 앞에서 준비한 말들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경험. 이는 특정한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겪는 보편적 감정이다. 이번에 신유아 아나운서의 <말하기가 두려운 날엔>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저자는 말을 업으로 삼아온 전문가이면서도, 동시에 말하기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공감자로서 다가온다. 책은 말하기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만 그런게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과거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대학 시절 조별 발표에서 떨리는 목소 리로 준비한 내용을 읊조리다가, 교수님의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던 기억. 직장에서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리허설에서는 완벽했던 말들이 실전에서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던 당혹감. 그때의 나는 말하기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단정지었다. 하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말하기의 두려움은 재능의 부재가 아니라, 우리 뇌가 타인의 시선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본능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진정성 있는 스피치'다. 화려한 수사나 완벽한 발음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말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느냐는 것이다.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원칙이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할 말, 사회적으로 적절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정작 내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거절하지 못해 모든 일을 떠안는 직장인, 한마디 했을 뿐인데 미움받는 사람의 이야기는 바로 이 진정성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자신의 독서 경험을 통해 말하기 능력이 길러졌다고 고백한다. 독서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자연스럽게 말의 깊이를 더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고, 그 안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때, 우리의 말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공감의 힘을 갖게 된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저자의 언급처럼, 진정성 있는 말하기는 결국 진정성 있는 삶에서 나온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공감과 동감의 차이, 그리고 경청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였다. 저자는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하며, 대화 중에도 핸드폰만 보는 현대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진정한 경청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모두 말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힘든 일을 겪고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이유는 해결책을 원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 감정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는 말하기에 도 그대로 적용된다. 청중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신들과 공감하고 교감하는 화자의 진심이다. 경청은 말하기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를 완성하는 또 다른 축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만이,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저자는 평상시의 겸손하고 따뜻한 태도가 습관이 될 때, 그것이 자연스럽게 스피치에도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나는 최근 몇 년간 경청의 힘을 절실히 느껴왔다.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듣지 않고 내 생각만 말하려 했던 과거의 나를 돌아본다. 그때의 나는 소통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었을 뿐이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들을 때, 비로소 내 말도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교감하는 말하기'는 바로 이런 경청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말하기의 즐거움을 발견하라고 격려한다. 더듬거리던 보험 사원이 영업왕이 되고, 면접에 계속 떨어지던 사람이 합격하고, 미움받던 사람이 인기인이 되는 사례들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이는 말하기에 대한 태도 변화가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다. 자기 수용, 즉 타인의 인정보다 자신을 먼저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 잘했잖아. 나 노력했어. 나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스스로에 대한 긍정은,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말하기의 토대가 된다. 이는 단순히 자기 위안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감의 원천이다. 몸을 쓰고, 에너지를 담고, 리듬감 있게 말하는 등의 구체적 기법들도 제시되지만, 그 모든 것의 전제는 '즐거움'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만든 말하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며 하는 말하기야말로 듣는 이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연기하듯 스피치하라는 조언은, 거짓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며 살아있는 말을 하라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말하기에 대한 나의 관점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말하기를 통과해야 할 시험처럼 여겼다. 실수하지 않기, 완벽하게 준비하기, 좋은 평가 받기. 그러나 저자의 메시지를 통해 말하기는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 앞에 서면 떨린다. 하지만 그 떨림조차 나의 진심이 담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받아들일 수 있 게 되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나다움'이다. 누군가를 모방하거나 완벽한 스피치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나의 경험과 진심을 담아 나답게 말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 독서를 통해 쌓인 내면의 깊이, 타인에 대한 공감과 경청,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 이 모든 것이 모여 진정성 있는 말하기를 완성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 발표나 회의가 조금은 덜 두렵게 느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떨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과, 그것을 받아줄 청 중에 대한 믿음이다. 말하기가 두려운 날, 우리는 이 책을 펼쳐 들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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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쌤의 루틴 잉글리시 - 하루 10분, 90일 영어 습관 프로젝트
캘리쌤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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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외국계 기업과 회의했을 때의 일이다. 면접에서는 그럭저럭 영어로 답변했고, 토익 점수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첫 화상회의에서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미국 본사 동료가 "How was your weekend?"라고 물었을 때, 나는 "Good"이라는 단어 하나만 겨우 내뱉었다. 머릿속에는 분명 주말에 했던 일들이 가득했다. 친구를 만났고, 영화를 봤고, 새로운 카페도 갔다. 그런데 그 풍성한 경험들이 영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모두 증발해버렸다. 이것이 바로 많은 학습자들이 겪는 '영어 공백'이다. 우리는 수천 개의 단어를 외웠고, 문법책을 여러 권 독파했으며, 듣기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배운 영어와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 사이에 깊은 골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번에 읽고 학습한 <캘리쌤의 루틴 잉글리시>는 10년간 다양한 학습자 들을 만나며 발견한 공통점, 즉 '아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다. 책이 제안하는 방법론 은 영어를 공부의 대상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만들자는 것이다.


영어 학습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이 아니라 지속이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이번엔 정말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야지"라고 다짐하며 두꺼운 교재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좌절한다. 왜 그럴까? 목표가 너무 거창하거나, 학습량이 현실적이지 않거나, 무엇보다 '재미'와 '실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의 핵심 전략은 '루틴화'에 있다. 하루 10분, 90일간의 여정.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설계가 숨어 있다. 45가지 일상 상황을 선정하고, 각각을 2일에 걸쳐 학습하도록 구성했다. 첫날은 읽고 듣고 이해하는 '입력의 날', 둘째 날은 말하고 쓰며 체화하는'출력의 날'이다. 이 반복 구조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인지과학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상황의 선택이다. '아침 루틴', ‘카페에서의 주문', 병원 방문', '야구 경기 관람'처럼 우리가 실제로 마주칠 법한 장면들이다. 추상적인 주제나 비현실적인 대화가 아니라, 오늘 당장 쓸 수 있는 언어들이다. 이는 학습 동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다. 배운 표현을 실제로 사용할 기회가 보이면, 우리는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한국 영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맥락의 부재'다. 우리는 "How are You?"에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답하도록 배웠다. 하지만 실제 원어민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Pretty good!","Not bad", "Living the dream" 같은 다양한 반응들이 존재하고, 상황과 관계에 따라 뉘앙스도 달라진다. 저자는 이런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책에는 원어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구동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흥미로운 건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야구 경기 전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tailgating' 문화, 약국에서 'over-the-counter'와 'prescription'의 차이, 카페에서 디저트를 따뜻하게 데워달라'고 요청하는 습관 등. 이런 세부사항들이 쌓이면, 우리는 단순히 언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까지 이해하게 된다. 언어 습득은 다층적인 과정이다. 보기만 해서도, 듣기만 해서도, 말하기만 해서도 완성되지 않는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라는 네 가지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짜 언어 능력이 형성된다. 저자는 '통합적 접 근'을 한다. 각 유닛은 QR 코드로 제공되는 캘리쌤의 육성 낭독으로 시작한다. 먼저 듣고, 그 다음 텍스트를 읽으며 확인한다. 이어서 핵심 표현들을 따로 정리하고, 문화적 배경을 이해한 뒤, 실제 대화 패턴을 연습한다. 마지막으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써보는 영작 훈련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뇌는 같은 정보를 여러 경로로 처리하게 된다. 청각, 시각, 운동 감각(말하기와 쓰기)이 모두 동원되면서 기억의 강도가 극대화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중 부호화 효과'다. 하나의 정보를 여러 방식으로 접할수록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AI 활용 가이드는 현대적인 학습 도구를 효과적으로 접목한 사례다. 혼자 공부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피드백의 부재'인데, Al를 통해 발음 교정, 문법 확인, 표현 다양화 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학원이나 과외 없이도 자기주도적 학습을 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조력자인 것 같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다. "영어를 공부하거나 억지로 암기하지 마세요. 대신 경험하고 체화하세요." 우리는 오랫동안 영어를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왔다. 시험을 위해, 승진을 위해, 스펙을 위해 영어를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영어는 늘 부담스럽고 어려운 것이었다. 모국어를 배울때 우리는 매일 듣고, 말하고, 실수하고, 고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책이 제안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하루 10분, 부담 없는 분량으로 매일 영어를 접한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상황, 재택근무를 하는 장면, 카페에서 주문하는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나의 경험'과 연결될 때, 영어는 더 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다. 내 삶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된다. 90일이라는 기간도 절묘하다. 습관 형성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행동이 자동화되려면 평균 66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90일이면 영어 학습이 '해야 하는 일'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일'로 전환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영어와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영어 학습이 결국 '관계 맺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언어와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 우리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어와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를 두려움의 대상, 평가의 도구로만 바라보다 보니 진짜 소통의 즐거움을 놓쳤다. 책은 그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하루 10분씩, 90일간. 거창한 목표 대신 작은 실천들을 쌓아가며, 우리는 조 금씩 영어와 친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영어가 더 이상 넘어야 할 산이 아니라, 함께 걷고 싶은 친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해가 다가온다. 또다시 영어 공부 계획을 세우려 한다. 책은 가장 현실적이 고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 같다. 완벽함 대신 꾸준함을, 암기 대신 경험을,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선택하는 여정. 그 90일의 끝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운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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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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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가을 저녁, 도심의 불빛이 미처 삼키지 못한 몇 개의 별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빛은 몇 년, 어쩌면 몇 백 년 전에 출발한 것일 텐데, 그 긴 여정 끝에 지금 내 망막에 닿아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경이로웠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저 별들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탄소라는, 우주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원소를 통해서 말이다. 이번에 김서형님의<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을 읽으며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행했다. 책은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 그 리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까지, 탄소라는 하나의 렌즈로 138억 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였다. 천문학자의 정밀함과 역사학자의 통찰, 그리고 철학자의 성찰이 한 권의 책 속에 녹아 있었다. 탄소. 화학 시간에 배운 원자번호 6번, 외곽 전자가 4개인 원소. 다이아몬드의 찬란함과 연필심의 검은 가루가 같은 원소라는 사실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탄소가 단지 교과서 속 지식일 뿐, 내 존재 자체를 구성하는 근본이자 문명의 연료이며 동시에 위기의 씨앗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책의 우주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빅뱅 이후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이 존재했다. 탄소는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몸을 이루는 이 탄소는 어디서 왔을까? 답은 별의 내부에 있었다. 거대한 항성의 중심부에서 극한의 온도와 압력 속에서 헬륨 원자핵들이 융합하며 탄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서 탄소를 우주 공간으로 흩뿌렸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 We are made of star stuft." 과학적 사실이다. 내 몸속의 탄소 원자 하나하나가 수십억 년 전 어느 별의 심장부에서 만들어져 우주를 떠돌다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지구라는 행성에 모였고, 긴 세월을 거쳐 지금 이 순간 나를 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탄소가 왜 생명의 기반이 될 수 있었는지를 화학적 구조로 설명한다. 4개의 전자를 가진 탄소는 최대 4개의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다. 이 특성이 놀라운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짧은 사슬부터 긴 사슬까지, 직선부터 고리 구조까지, 수백만 가지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유연성. 규소나 질소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지만, 탄소만큼 안정적이고 다재다능한 원소는 없다. 생명이 탄소 기반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에너지를 저장하 는 포도당, 모두 탄소 골격 위에 세워진 건축물들이다. 탄소가 없었다면 생명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탄소와 인류 문명의 관계로 초점을 옮긴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탄소를 태워 에너지를 얻었다. 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모두 탄소 화합물이다.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화석 연료, 즉 오래된 탄소를 대량으로 연소시키는 능력을 획득한 사건이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빙기와 유럽 부상의 연결고리였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지구는 평균 기온이 떨어지는 소빙기를 겪었다.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기근이 빈발했다. 저자는 이 시기의 마녀사냥이 종교적 광신의 산물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적 불안의 표출이었다고 해석한다. 흉작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초자연적 존재에게 책임을 돌렸고, 마녀라는 희생 양을 만들어냈다. 기후라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한가. 그리고 불안은 얼마나 쉽게 광기로 전환되는가. 17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일이 21세기에는 절대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난민 문제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을 보면 역사는 다른 형태로 되풀이되는 듯하다. 저자는 또 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탄소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유럽은 탄소를 소비했고, 아메리카는 탄소를 생산했으며, 아프리카는 탄소 노동력을 공급했다. 설탕이라는 달콤한 탄소 화합물 뒤에 노예무역과 생태계 파괴라는 쓰디쓴 진실이 숨어 있었다. 탄소는 단순한 화학 물질이 아니라 권력과 착취의 매개체였다. 아편전쟁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양귀비가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 화합물인 모르핀이 영국의 무역 적자를 메우는 수단이 되었고, 그것을 막으려는 청나라를 상대로 전쟁이 벌어졌다. 탄소는 중독과 전쟁의 원인이기도 했다. 생명을 지탱하는 원소가 동시에 파괴의 도구가 되는 역설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지하에 묻혀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했다. 수백만 년에 걸쳐 땅속에 저장되었 던 탄소가 불과 200년 만에 하늘로 올라갔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기후 위기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극단적 기상 현상이 빈발한다. 저자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소개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과도한 배출권 할당과 탄소 가격 폭락이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교훈이다. 기후 문제는 기술이나 시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개인의 실천이 모두 필요하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는 우주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는 로켓과 인공위성의 무게를 줄여 우주 탐사의 효율을 높인다. 발사 비용 1킬로그램당 수천만 원이 드는 상황에서 경량화는 곧 경쟁력이다. 위기를 만든 탄소가 동시에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 흥미롭다. 저자는 탄소중립을 문명의 재설계로 본다. 화석 연료 시대가 끝나고 재생 에너지 시대로 전환하는 것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다. 이 전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기후 위기는 재앙이 될 수도,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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