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계획 - 맛 좀 아는 먹브로의 무계획 유랑기
MBN <전현무계획> 제작팀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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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SNS를 열면 화려한 플레이팅의 음식 사진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시태그로 가득한 설명과 함께 '핫플레이스', '인생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정말 맛있을까?'라는 의구심이다.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진짜 맛은 과연 무엇일까. <전현무계획>을 통해 접한 맛집들의 이야기는 이런 의구심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졌다.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가게, 현지인들만 아는 숨은 보석 같은 곳들. 이런 장소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맛집이 아닐까 싶다. 화려한 외관이나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닌, 오직 맛과 정성으로만 승부하는 곳들 말이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애호박찌개와 제육볶음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들이 소개되는 대목이었다. 흔하디흔한 이 음식들이 어떻게 특별해질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 집만의 레시피와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전현무계획'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역설적 매력이 있다. 계획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계획이 되는 셈이다. 미리 정해진 각본도, 사전 섭외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 이런 방식의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여행을 갈 때도 미리 맛집을 검색하고, 예약을 하고, 동선을 짜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계획된 여행에서는 예상치 못한 발견의 기쁨을 놓치기 쉽다. 「전현무계획」이 보여주는 무작정 떠나는 용기는 어쩌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여행의 본질적 재미를 되찾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어도 괜찮고, 문이 닫혀있어도 괜찮다. 그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오히려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계획에 매여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단순히 맛집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백년 가옥의 이야기,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던 죽의 역사,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까지. 특히 죽집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지금은 간식으로 취급되지만 예전에는 서민들의 주식이었던 죽. 그 죽을 기억하는 소수의 단골손님들을 위해 오늘도 솥을 뜨겁게 달구는 사장님의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를 넘어서는 깊이가 있었다. 음식이 단지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시대의 기억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진 것 같다. 그저 맛있다, 맛없다로 평가하던 음식들에도 각각의 배경과 맥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먹는 행위 자체가 더욱 의미깊게 느껴진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유명 인플루언서의 추천이 아닌, 그저 그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추천. 이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맛집 정보가 아닐까? 현지인들이 진짜로 자주 찾는 곳,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검증된 곳들이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은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에 있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음식에만 집중해온 장인정신, 단골손님들과의 끈끈한 관계, 그리고 음식에 대한 변하지 않는 철학. 이런 것들이 진짜 맛집을 만드는 요소들인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현무의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섭외가 잘 된다'는 부분이었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는 뜻일 테니까. 화려한 말솜씨나 기교보다는 진심이 통하는 소통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책에서 소개된 음식들 대부분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라는 점이 좋았다.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나 이국적인 퓨전 음식이 아닌, 국밥, 찌개, 분식류 같은 서민적인 음식들. 하지만 그 평범한 음식들이 각각의 집에서 어떻게 특별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대구의 4대 떡볶이집이라는 표현을 보며, 같은 떡볶이라도 각기 다른 맛과 개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음식들도 사실은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인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각자만의 특별함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남들이 주목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쌓아가는 것들이 결국 진짜 가치를 만든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유명한 관광지나 인스타그램에서 본 핫플레이스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곳들보다 현지인들의 일상 속 공간들이 더 궁금해졌다. 현지인에게 물어보고, 그들이 진짜로 추천하는 곳을 찾아가는 여행. 미리 계획하고 예약하는 대신, 그 순간의 직감과 운에 맡기는 여행. 이런 방식의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긴장감은 어떨까? 분명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문이 닫혀있거나, 예상과 다를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도 여행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맛집 가이드북을 넘어서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다. 유명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가치를 지켜가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음식에만 집중해온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가는 것의 소중함 말이다. 그리고 음식을 나누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쌓아가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점점 소홀해지는 대면 소통의 중요성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다. 계획 없이, 그냥 발걸음 닿는 대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그들이 추천하는 진짜 맛집을 찾아보고 싶다. 아마 그런 여행에서 찾게 될 맛집들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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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의 눈으로 다시 배우는 티처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 - 생각이 영어가 되는 2단계 사고 학습법
조찬웅(티처조).Coleen Dwyer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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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성인 학습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벽은 무엇일까? 단어를 모르는 것도, 문법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바로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는' 뿌리 깊은 습관이다. "티처 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충분히 '영어식 사고'를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존의 암기와 문법 중심 학습법에서 벗어나 사고의 경로 자체를 바꾸는 훈련을 제안한다. 생각해 보면, 언어를 대하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첫 번째 단계는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언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be starting to like"라는 표현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접근법은 참신하다. 대부분의 한국인 학습자들은 이 표현을 "좋아하기 시작하다"로 직역하며 끝낸다. 하지만 저자는 이 표현의 진짜 의미를 파고든다. "처음엔 별로였는데, 하다 보니 슬슬 좋아짐"이라는 감정의 변화, 그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도록 돕는다. 헬스장을 처음 갔을 때는 "그냥 쇳덩이 드는 모임"인 줄 알았지만, "어느새 그 쇳덩이가 저를 부르고 있다"는 감각적 표현으로 영어식 사고를 구체화한다. 두 번째 단계는 바뀐 생각을 즉각적으로 입 밖으로 꺼내는 훈련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두뇌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책은 짧은 문장부터 시작해 대화, 상황 설명, 자기표현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각 표현마다 "Think in English" 섹션을 통해 영어식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실제 대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제시한다.


전통적인 영어 학습법은 주제별 문장을 제시하고 해석과 문법, 영작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학습자를 수동적 위치에 머물게 하고, 실제 대화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지식을 축적하게 만들었다. 책은 다르다. 영어 표현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원어민의 입장에서 왜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지, 어떤 감정과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지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학습 예시에서 "I'm starting to like learning the violin"이라고 할 때, 단순히 "바이올린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가 아니라 "처음엔 손가락도 아프고 소리는 고양이 비명 같았지만,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재미가 붙는" 그 감정의 변화를 함께 전달한다. 책에 나오는 모든 표현들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들이다. 운동 끝나고 나오는 친구의 밝은 표정을 보고 "드디어 헬스장에 정들었나 봐"라고 말하는 상황, 온라인 강의가 처음엔 어려웠지만 점점 재미있어지는 상황 등은 모두 우리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것들이다. 이런 친근한 상황들을 통해 학습자들은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는 저자의 강의 또한 "조곤조곤" 설명하는 방식으로 학습의 부담을 줄이고 흥미를 높인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나의 영어 학습은 전형적인 한국식이었다. 영어를 들으면 먼저 한국어로 번역하고, 말할 때는 한국어로 생각한 후 영어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대화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자연스러운 표현보다는 문법적으로 '안전한' 문장만 구사하게 되었다. 책의 접근법을 따라 첫 번째 실험을 해보았다. 평소 자주 경험하는 상황들을 영어식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 시작한 요가 수업에서 처음엔 몸이 경직되고 어색했지만 몇 주가 지나니 유연해지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 기존의 나라면 "I like yoga now" 정도로 단순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방식을 적용해보니 "I'm starting to like yoga"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좋아함'이 아니라 '변화하는 감정'을 포착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은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영어식으로 해석해보는 것이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Think in English" 방식을 활용해, 한국어 번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어로 상황을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카페에서 새로운 원두의 커피를 마시며 처음엔 쓴맛이 강했지만 점점 그 깊은 맛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 때, "This coffee was too bitter at first, but I'm starting to like its rich flavor"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 같았으면 "커피가 처음엔 너무 써서 별로였는데, 이제는 진한 맛이 좋아지기 시작했어"라고 한국어로 먼저 정리한 후 영어로 번역했을 것이다.


책을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감정 표현의 정교함이다. 기존에는 like, dislike, good, bad 같은 단순한 형용사나 동사로만 감정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감정의 변화와 과정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처음 몇 주간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업무에도 익숙해지면서 점점 회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을 때, "I'm starting to like my new workplace"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는 단순히 "I like my job"과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담고 있다. 번역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처리 속도의 향상이었다. 영어를 들을 때 한국어로 번역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이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전에는 자막에 의존하거나 한 문장씩 끊어서 이해하려 했다면, 이제는 상황과 맥락 속에서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단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대화의 핵심은 놓치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표현의 다양성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에 따라 다른 표현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할 때도 완전히 좋아하는 상태(I love it), 좋아하기 시작하는 단계(I'm starting to like it), 조건부 좋아함(I like it when...) 등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글쓰기에서도 나타났다. 이전의 영작문은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직역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영어권 화자의 사고방식으로 상황을 재구성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신감의 증진이다.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의미 전달에 집중하게 되면서, 영어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틀릴까 봐' 망설이는 시간이 줄어들고, '전달하고 싶은 의미'에 집중하게 되었다.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개별 학습자가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표현들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 패턴과 관심사에 맞춰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나의 경우 책에서 제시한 "be starting to like" 패턴을 운동, 음식, 취미, 직장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보면서 이 표현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하나의 표현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식 사고의 패턴 자체를 체화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암기식 학습은 단기간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이 책의 접근법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학습이 지속된다. 매일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영어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보는 것 자체가 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 자체가 영어 학습의 연장선이 되는 것이다.


책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십 년간 굳어진 한국어식 사고 패턴을 바꾸는 것은 분명히 도전적인 일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어가 '번역해야 하는 언어'가 아닌 '직접 생각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움은 영어식 사고에서 나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영어식 사고로 가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길잡이가 되어준다. 번역을 멈추는 순간, 진짜 영어가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하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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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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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고요를 향한 여행이다.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요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 한 글자씩 써가며 점차 내면의 평화에 이르는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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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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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SNS에 올릴 새로운 콘텐츠, 업무에서 내놓아야 할 아이디어, 관계에서 건네야 할 적절한 말들. 창조의 압박감 앞에서 백지는 두려운 존재가 된다. 하지만 필사는 다르다. 이미 완성된 문장 앞에서 우리는 창조자가 아닌 조용한 동반자가 된다. 그러나 펜을 드는 순간,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급하게 타이핑하던 손가락은 천천히 움직이는 손목에게 주도권을 넘겨준다. 글자 하나하나가 종이에 스며드는 시간 동안, 우리는 그 문장을 온전히 경험한다.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을 단어들이 손끝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에 읽은 신간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라는 제목처럼, 필사는 역설적인 행위다. 움직임을 통해 고요에 이르고, 타인의 말을 빌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침묵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필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필사를 하다 보면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 다른 이의 글을 베끼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문장이 내 마음의 소리처럼 느껴진다. 카뮈의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오"라는 말을 써 내려가면서, 나 역시 무언가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헤세의 문장을 따라 쓰며 내 안의 데미안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이 필사의 마법이다. 타인의 언어를 통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생각들이 깨어난다. 백 년 전 작가의 문장이 오늘 내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문학이 시공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필사를 통해 몸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쓸 때의 두려움과 필사할 때의 든든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창작의 부담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언어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 좋은 문장을 음미하며 그것을 내 손으로 재현해내는 즐거움.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점차 언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키워간다.

필사에는 특별한 리듬이 있다. 책에서 문장을 읽고, 펜을 들어 노트에 옮기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반복적인 동작. 이 단순한 패턴이 명상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마음이 산란할 때일수록 이 리듬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호흡을 고르게 된다. 급하게 치달리던 마음이 펜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라앉는다. 외부의 소음은 여전하지만, 그 소음들이 더 이상 내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한다. 필사하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와 문장만이 존재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것을 배운다. 고요함이란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필사는 그런 중심을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필사를 하다 보면 완벽하지 않은 글씨체와 마주하게 된다. 삐뚤어진 줄, 고르지 않은 글자 크기, 때로는 오탈자까지. 하지만 이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필사의 매력이다. 인쇄된 활자와는 다른, 손으로 쓴 글자만이 가진 따뜻함이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을 추구하느라 지쳐있을 때, 필사는 불완전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삐뚤어진 글씨 속에서도 진심을 읽을 수 있고, 서툰 손길에서도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이 겸손한 인정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 아닐까. 필사를 통해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실수도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필사는 근본적으로 혼자 하는 일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나와 책, 그리고 펜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고독한 시간이 결코 외롭지 않은 이유는, 문장을 통해 작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을 베끼면서 그의 고뇌를 함께 느끼고,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따라 쓰며 그녀의 섬세한 감성에 동조한다.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일어나는 것이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는 고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고독이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만남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 좋은 책과의 깊은 교감은 모두 고독한 시간에서만 가능하다.

필사는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좋은 문장들을 하나씩 심어가며 내면의 풍경을 바꿔간다. 거칠었던 마음의 땅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습기가 돈다. 어떤 날은 카뮈의 철학적 사유를, 어떤 날은 헤세의 서정적 감성을 심는다. 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사상이 한 권의 노트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모인 문장들이 내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발아한다. 작가는 "춥고 시린 날을 대비해 노트에 차곡차곡 모은 문장들이 장작처럼 불을 지펴 당신을 따뜻하게 데워줄지 모른다"고 했다. 필사를 통해 모은 문장들이 삶의 어려운 순간에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필사는 고요를 향한 여행이다.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요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 한 글자씩 써가며 점차 내면의 평화에 이르는 수행이다. 이 여행에는 목적지가 없다. 완벽한 고요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보다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평온해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걷는 길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든다. 좋은 문장을 만나 그것을 자신의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 작은 행위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고요해져 간다. 이것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행위 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고요해지기 위해 쓰는 것, 그리고 쓰면서 고요해지는 것. 이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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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과학
이선 크로스 지음, 왕수민 옮김, 김경일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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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의 파도와 마주한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안감, 친구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아 계속 되새김질하는 분노, 예상치 못한 실패에 무너져 내리는 좌절감. 이러한 순간들에서 우리는 종종 두 가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감정을 억눌러 없는 척하거나, 감정에 완전히 휩쓸려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신경과학자 에단 크로스(Ethan Kross)의 저서 『Shift』는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그는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목표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도망치거나 기분 좋은 감정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shift)'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그것들로부터 배우며, 필요할 때 한 감정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크로스는 감정 관리가 단순히 개인적 편안함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진화적 선물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종종 과도하게 작동하거나 상황에 부적절하게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밤늦게 혼자 걸을 때 갑작스러운 소음에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용한 신호이지만, 안전한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불안은 오히려 우리의 판단력과 행동력을 저해한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 그들은 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학업과 업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다. 크로스는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은 삶의 어두운 면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보람 있는 삶의 차원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감정의 전염성이다. 우리의 감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며, 개인의 감정 관리 능력은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감정 조절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감정 관리 방법들은 대부분 억압이나 회피에 기반했다. 화가 날 때는 참으라고, 슬플 때는 울지 말라고, 두려울 때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로스는 이러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마치 압력솥의 증기구멍을 막는 것과 같아서, 결국 더 큰 폭발을 초래할 수 있다. 대신 크로스가 제시하는 방법은 '전환(shift)'이다. 이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감정에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감정 상태로 이동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치 숙련된 서퍼가 파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감정의 흐름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만능 해법은 없으며, 상황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감정에서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정을 더 깊이 탐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크로스의 접근법이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감정 관리를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자신의 할머니와 같은 극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감정 조절 능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감정의 전염성을 고려할 때, 한 사람의 감정 관리 능력은 가정에서 시작해 직장, 지역사회, 나아가 전 세계의 정치적 갈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아이들에게 더 안정적인 감정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 물론 크로스의 접근법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감정적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우울증, 불안장애, 트라우마 등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감정적 고통을 개인의 감정 관리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의 접근법은 일상적인 감정 관리에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도구들을 제공한다. 특히 감정을 적(敵)이 아닌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다.

에단 크로스의 『Shift』는 감정과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그것들과 함께 춤추는 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다. 크로스가 제시한 7가지 전략들은 감정의 바다에서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감각을 활용하고, 주의를 전환하고, 관점을 바꾸고, 환경을 조성하고, 올바른 지지체계를 구축하고, 적합한 문화를 찾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될 때,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닌 감정의 주인으로서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결국 크로스의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며, 이것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감정에 완전히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감정과 함께 춤추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Shift』는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지침서를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우리 개인의 하루하루 삶의 전개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의 감정 세계, 직장과 지역사회,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정치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형성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진심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믿는다." 크로스의 이 말이 『Shift』의 핵심이자,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화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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