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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과학
이선 크로스 지음, 왕수민 옮김, 김경일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의 파도와 마주한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안감, 친구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아 계속 되새김질하는 분노, 예상치 못한 실패에 무너져 내리는 좌절감. 이러한 순간들에서 우리는 종종 두 가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감정을 억눌러 없는 척하거나, 감정에 완전히 휩쓸려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신경과학자 에단 크로스(Ethan Kross)의 저서 『Shift』는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그는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목표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도망치거나 기분 좋은 감정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shift)'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그것들로부터 배우며, 필요할 때 한 감정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크로스는 감정 관리가 단순히 개인적 편안함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진화적 선물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종종 과도하게 작동하거나 상황에 부적절하게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밤늦게 혼자 걸을 때 갑작스러운 소음에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용한 신호이지만, 안전한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불안은 오히려 우리의 판단력과 행동력을 저해한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 그들은 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학업과 업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다. 크로스는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은 삶의 어두운 면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보람 있는 삶의 차원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감정의 전염성이다. 우리의 감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며, 개인의 감정 관리 능력은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감정 조절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전통적인 감정 관리 방법들은 대부분 억압이나 회피에 기반했다. 화가 날 때는 참으라고, 슬플 때는 울지 말라고, 두려울 때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로스는 이러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마치 압력솥의 증기구멍을 막는 것과 같아서, 결국 더 큰 폭발을 초래할 수 있다. 대신 크로스가 제시하는 방법은 '전환(shift)'이다. 이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감정에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감정 상태로 이동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치 숙련된 서퍼가 파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감정의 흐름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만능 해법은 없으며, 상황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감정에서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정을 더 깊이 탐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크로스의 접근법이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감정 관리를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자신의 할머니와 같은 극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감정 조절 능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감정의 전염성을 고려할 때, 한 사람의 감정 관리 능력은 가정에서 시작해 직장, 지역사회, 나아가 전 세계의 정치적 갈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아이들에게 더 안정적인 감정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 물론 크로스의 접근법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감정적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우울증, 불안장애, 트라우마 등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감정적 고통을 개인의 감정 관리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의 접근법은 일상적인 감정 관리에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도구들을 제공한다. 특히 감정을 적(敵)이 아닌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다.에단 크로스의 『Shift』는 감정과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그것들과 함께 춤추는 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다. 크로스가 제시한 7가지 전략들은 감정의 바다에서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감각을 활용하고, 주의를 전환하고, 관점을 바꾸고, 환경을 조성하고, 올바른 지지체계를 구축하고, 적합한 문화를 찾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될 때,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닌 감정의 주인으로서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결국 크로스의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며, 이것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감정에 완전히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감정과 함께 춤추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Shift』는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지침서를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우리 개인의 하루하루 삶의 전개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의 감정 세계, 직장과 지역사회,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정치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형성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진심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믿는다." 크로스의 이 말이 『Shift』의 핵심이자,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화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