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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
서은희 지음 / 이비락 / 2025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몸과 마음을 분리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머리로는 생각하고, 가슴으로는 감정을 느끼고, 몸으로는 그저 일상을 수행할 뿐이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이 물리적 반응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마음이 그 언어를 번역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운동이라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건강을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고, 체력을 기르는 것.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순간, 플랭크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 런닝머신 위에서 숨을 고르는 찰나. 이 모든 순간들이 몸과 마음 사이의 은밀한 대화로 가득하다. 이번에 읽은 서은희님의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를 읽으면서 운동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신성한 접근 방법으로 생각하는 운동에 대해서 저자의 경험을 공유해 본다. ^.^
처음에는 몸이 저항한다.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경직되고, 무거운 중량에 떨리고, 반복되는 동작에 지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몸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게 스쿼트를 할 수 있게 되고, 한 개 더 푸시업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몸이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회가 제시하는 몸에 대한 기준은 잔혹할 정도로 명확하다. 어디는 들어가야 하고, 어디는 나와야 하고, 어떤 선은 살아있어야 하고, 어떤 부분은 매끄러워야 한다. 우리는 이런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재단하며 살아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부족한 것들만 보이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각도를 고민하고, 옷을 고를 때마다 감추고 싶은 부분을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허벅지가 굵다고 생각했던 다리가 사실은 강인한 힘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뒤로 젖혀지지 않는 어깨가 실은 일상의 모든 짐을 견뎌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배에 쌓인 살들도 내 몸을 보호하는 따뜻한 담요였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운동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몸의 진짜 모습과 마주한다. 사회적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 나 자신과 얼마나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 이런 내적 기준들이 하나씩 자리 잡으면서 외적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 이 무게가 적당한가?", "이 자세가 올바른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쉬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저 정해진 루틴을 따라가고,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하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기 바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의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다. 왼쪽 무릎의 미묘한 불편함을 감지하고,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고, 호흡의 리듬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몸과 친해진다. 마치 오랜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된다. 몸이 던지는 질문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단순히 운동 효과를 높이는 것을 넘어선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자신의 감각과 직감을 믿게 만든다.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머리로만 판단하지 않고 몸의 반응도 살피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깨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기쁠 때 가슴이 열리는 것을 감지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몸이 질문을 던지면 마음이 답한다. 때로는 용기를 내서 "한 번 더 해보자"고 대답하고, 때로는 지혜롭게 "오늘은 여기서 멈추자"고 말한다.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서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순간에 더 도전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이 나를 동기부여 시키고 무엇이 나를 좌절시키는지 알게된다. 운동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고, 타인의 시선이 사라지고, 오직 나와 내 몸만 남는다. 이 고요한 공간에서 마음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억눌렀던 감정들, 미루어왔던 생각들, 외면해왔던 꿈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어떤 날은 운동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마음 깊은 곳에 쌓였던 것들이 몸의 움직임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운동 후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평소에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의 실마리가 보인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도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삶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것. 운동이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충만함'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변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데드리프트를 할 때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연결된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 요가 자세를 취할 때 호흡과 움직임이 하나가 되는 찰나, 달리기를 할 때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이런 순간들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순수한 시공간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일상에서도 충만함을 느끼는 능력이 생긴다. 커피를 마실 때 향과 온도를 더 섬세하게 느끼고, 걸을 때 발과 땅의 접촉을 의식하고,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과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운동을 통해 깨어난 감각들이 삶 전체를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운동은 몸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분리되어 있던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소외되어 있던 감각들을 되살리고, 잊고 있던 자신의 진짜 모습과 재회하게 하는 시간.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는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온전한 자신에게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