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기후물리학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18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 변화가 일상시되고 있는 현대에서 어떻게 보면, 기후물리학은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류 생존의 핵심 열쇠가 되었다. 이 분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자연 관찰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정교한 컴퓨터 모델링과 노벨상 수상 연구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기후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에너지의 흐름, 물질의 순환, 그리고 이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학적 언어로 해독하는 작업이다. 이번에 읽은 기후 물리학은 역사적으로 기후 관련 현상을 우리 인류가 어떻게 이해하였는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 사진과 도표가 있어 이해하기 쉽다. ^.^


기후물리학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어떻게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하여 예측 가능한 과학적 체계를 구축해왔는지 알 수 있다. 인류가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을 이해하고 그 미래를 예측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기상학의 역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상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이 세계 최초의 기상학 저술이라는 점은 놀랍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우주의 구형을 주장했고, 물·불·흙·공기라는 사원소 이론을 통해 자연 현상을 설명하려 했다. 비록 현대적 관점에서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자연 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설명하려는 그의 시도는 기후물리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질학적 상상력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과학의 기본 틀을 놀랍도록 예견했다. 그들은 지구가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직감했고, 이러한 변화의 원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는 후에 지질학과 기후학이 하나의 통합된 지구시스템 과학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기후학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대륙의 이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판게아라는 초대륙의 존재와 그 분열 과정은 지구 기후사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되었다. 대륙의 배치가 해류와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것이 장기간에 걸친 기후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은 현대 기후물리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빙하기 이론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루이 아가시가 제시한 빙하기 개념은 지구의 기후가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후를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던 기존 관점을 뒤바꾸는 혁명적 발견이었다. 빙하기 연구는 장기간에 걸친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기후물리학의 발전에서 대기권의 발견과 그 구조 이해는 결정적이었다. 열기구를 타고 대기 상층을 탐험했던 초기 연구자들의 용기 있는 시도는 성층권, 오존층, 열권 등 대기의 층상 구조를 밝혀냈다. 이러한 발견은 지구 대기가 공기 덩어리가 아니라 각각 다른 물리적 특성을 가진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토리첼리와 파스칼의 대기압 연구는 대기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공기에 무게가 있다는 발견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이는 대기를 하나의 물리적 시스템으로 인식하게 해주었고, 기압과 기온, 습도 등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탐구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하워드가 구름에 이름을 붙인 것은 기상학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업적이다. 적란운, 층적운, 권운 등으로 구름을 분류한 것은 단순히 명명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대기 중의 물리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구름의 형성과 발달, 소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강수 예측과 더 나아가 기후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보퍼트의 바람 분류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의 강도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은 대기 운동을 정량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관측과 분류 작업들이 축적되면서, 기상 현상을 경험적 지식이 아닌 과학적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온실효과의 과학적 이해는 유니스 푸트의 숨겨진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연구는 당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산화탄소가 열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틴들이 정밀한 장비로 각종 기체의 적외선 흡수율을 측정한 것은 온실효과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틴들의 실험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대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는 적외선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는 반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메탄은 상당한 양의 적외선을 흡수했다. 이 발견은 대기 중 미량 성분이 지구의 열 평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훗날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아레니우스의 온실효과 계산은 기후물리학사에서 기념비적 업적이다. 그는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했다. 비록 당시의 계산은 현재 표준에서 보면 단순했지만, 기후 변화를 예측 가능한 물리 현상으로 접근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아레니우스의 연구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산업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19세기 말에 이미 인간 활동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100년 이상 앞서 예견한 놀라운 통찰이었다.


마나베 슈쿠로의 기후모델은 현대 기후물리학의 출발점이다. 그의 모델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복잡한 기후 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도 핵심적인 물리법칙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습도를 일정하게 가정하는 등의 단순화를 통해 계산의 복잡성을 줄이면서도, 수증기의 증발과 응축, 대류와 복사, 기압과 온도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기후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지구 전체를 하나의 물리적 시스템으로 보고, 이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마나베의 모델은 지구를 수식으로 설명한 최초의 시도였으며, 이후 모든 기후모델의 원형이 되었다. 마나베의 업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를 예측 가능한 과학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이전까지 기후는 관측하고 기록하는 대상이었지만, 마나베 이후 기후는 예측하고 전망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는 과학적 방법론의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진전이었다. 관측과 기록에서 예측과 검증으로 나아간 것이다. 마나베의 모델이 수십 년이 지나 현대 기후 정책의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의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과학적 예측이 정책 결정과 시민 행동의 기초가 된 것이다. 이는 기후물리학이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실용적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클라우스 하셀만의 연구는 기후물리학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도입했다. 그는 날씨와 기후의 관계를 확률론적으로 접근했다. 빠르게 변하는 무작위적인 날씨가 누적되어 느리게 변하는 기후를 만들어낸다는 그의 통찰은 혁명적이었다. 이는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제공했다. 하셀만의 접근법은 기후 시스템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기후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셀만은 이러한 복잡성을 확률과 통계의 언어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셀만의 가장 큰 업적은 불확실성을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기후 예측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따른다. 하지만 하셀만은 이 불확실성 안에서도 질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확률론적 접근을 통해 불확실성을 정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과학방법론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진전이었다. 완전한 확실성을 추구하던 고전적 과학에서,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현대적 과학으로의 전환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하셀만의 연구는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충분히 잘 알 수는 있다"는 현실적이고도 실용적인 과학 철학을 제시했다.


기후물리학의 역사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생존 본능이 만나 빚어낸 장대한 서사시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들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현재 전 지구적 협력을 요구하는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아레니우스의 온실효과 계산, 마나베의 기후모델, 하셀만의 확률적 기후모형으로 이어지는 발전 과정은 과학적 방법론의 진화를 보여준다. 관찰에서 실험으로, 실험에서 모델링으로, 결정론적 접근에서 확률론적 접근으로 발전해온 과정은 과학 자체의 성숙을 의미한다. 기후물리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이다. 과학은 답을 제시했고, 이제 인류는 그 답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 기후물리학의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그 다음 장은 우리 모두가 함께 써나가야 할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