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2 - 교과서 속 10개 주제를 단숨에 꿰뚫는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2
구정화 지음 / 해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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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과목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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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2 - 교과서 속 10개 주제를 단숨에 꿰뚫는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2
구정화 지음 / 해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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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서를 다룬 이 책을 접하면서, 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암기와 정답 찾기에 익숙한 교육 방식에 갇혀 있었다. 수학 공식을 외우고, 영어 단어를 암기하듯이 사회과목마저도 용어의 정의를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통합사회 과목은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2권이 다루는 주제는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주제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

책에서 다루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은 매우 균형 잡혀 있다. 자본주의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 착취와 빈부격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 관계가 형성되면서 노동력이 상품처럼 취급되었고, 이윤의 대부분이 자본가에게 집중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욜로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원래 미국에서는 서로 돕고 공동체를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였던 이 개념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소비 중심적 메시지로 왜곡되었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욜로는 현재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고려한 현명한 자산 관리와 소비를 의미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회 정의와 불평등을 다룬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공동체주의적 관점을 소개하면서 집단적 책임과 연대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후손들이 사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윤리적 딜레마가만이 아니라, 역사적 연대와 공동체적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한국 사회의 복지 문제를 다룬 부분에서는 현실적인 고민이 잘 드러난다. 유럽처럼 높은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복지 혜택을 믿을 수 있다면 국민들도 기꺼이 세금을 낼 것이다. 하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투명성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세금이 제대로 쓰일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 사회 전체의 신뢰와 투명성의 문제이며,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다. 게토와 공간 불평등에 대한 분석도 시사점이 크다. 과거에는 특정 민족을 강제로 분리하여 게토를 만들었다면, 현대에는 경제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빈민가가 형성된다. 형식적으로는 강제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과거의 게토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정말 끝났는가,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과제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분석은 현대 국제 갈등의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종교적 대립, 주변국의 이해관계, 강대국의 개입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아파와 수니 파의 종교적 분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역 패권 경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IS의 개입 등이 중첩되면서 내전이 국제적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복잡성은 평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난민 문제 역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다.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유럽 사회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영국의 브렉시트라는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한 지역의 갈등이 얼마나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통합사회 과목에서 필기시험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과목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토론과 발표, 프로젝트 중심의 평가 방식이 훨씬 적합하다. 실제로 책에 제시된 '프로젝트 하기' 활동들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역량 중심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주입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를 반성하게 한다. 개념을 정의로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움이다.

통합사회 과목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서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불평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할 것인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 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재 세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은 모두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과 씨름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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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 교과서 속 10개 주제를 단숨에 꿰뚫는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구정화 지음 / 해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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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지혜로 엮어내는 작업. 그것이 진정한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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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 교과서 속 10개 주제를 단숨에 꿰뚫는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구정화 지음 / 해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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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세상을 조각으로 나누어 보기 시작했을까. 수학, 국어, 영어, 과학, 사회로 분절된 시간표 속에서 학생들은 각각의 교실을 오가며 마치 서로 다른 세계를 여행하듯 공부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한 잔의 커피에도 경제학, 환경학, 윤리학, 지리학이 녹아 있고, 행복이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사회학, 철학과 경제학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이제 현대는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구정화 교수의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교육과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참고서가 아니라, 왜 우리가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은 오랫동안 '암기 과목'의 대명사였다. 연도를 외우고, 용어를 달달 외우고, 정책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도입부에서 단호하게 선언한다. "공부는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어린아이가 "이게 뭐예요?"라고 끊임없이 문던 그 호기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 철학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 주어진 지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출발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각 장마다 제시되는 '작품으로 보는 시리즈'다. 행복을 다루면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불평등을 논할 때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연결하는 방식은 지식을 삶과 예술 속에 녹여낸다. 교과서의 딱딱한 문장이 소설의 장면으로, 영화의 이미지로, 뮤지컬의 노래로 변주되면서 학생들은 사회 현상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주제는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경제 지표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올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도는 여전히 낮다. 수저계급론, 헬조선 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들 나라 역시 지금의 평등과 신뢰를 단번에 이룬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복한 사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응답, 제도의 개선과 문화의 성숙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학생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 질문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실천적 질문으로 나아가게 된다. 탈조선이 아니라 조선을 바꾸는 것.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 복 추구의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이외에 자연환경과 생활공간을 다룬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지만, 동시에 자연을 극복하고 개조하며 문명을 건설해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뾰족한 지붕, 더운 지역의 높은 천장, 습한 지역의 고상식 가옥 등은 모두 자연환경에 적용한 결과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런 수동적 적응을 넘어 능동적 개조를 가능하게 했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고, 극지방에서도 생활하며, 심지어 우주 공간에서도 거주 가능성을 탐색한다. 문제는 이런 자연 극복이 과연 축복인가, 재앙인가 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경고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존이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 다양한 생명체를 존중하는 태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다. 불과 백여 년 사이에 인류의 대다수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고,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되었다. 도시는 기회와 자유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익명성과 무관심의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는 오늘날 가장 첨예한 사회적 쟁점 중 하나다.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도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저자는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사이의 긴장을 솔직하게 다룬다.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옳지만, 인권을 침해하는 관습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열쇠는 '다름을 인정 하는 열린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은 다문화 자체가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에 있 다. 다양성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주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으로 시작된다.


책은 각 장마다 제시된 프로젝트 활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큰 주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접근할 지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한다. 인터넷 자료 조사부터 포트폴리오 작성, 발표 준비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AI 시대에 통합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책은 교과서의 충실한 안내서이면서, 동시에 교과서를 넘어서는 책이다. 지식의 파편들 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지혜로 엮어내는 작업. 그것이 통합이고,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자 하는 일반 독자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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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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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작가는 쓰기 위해 산다. 바바라몰리나르(Barbara Molinard)는 썼지만, 동시에 파괴했다. 1960년 부터 19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녀는 오직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그 헌신의 결과물은 한 권의 책, <Viens>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녀 자신의 손으로 찢겨졌다. 몰리나르는 쓰고 또 썼지만, 쓴 즉시 파괴했다. 이 강박적인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쓰기가 그녀에게 구원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자기파괴 였던 것은 아닐까? <Viens>에 수록된 14편의 이야기는 뒤라스와 그녀의 남편 파트리스 몰리나르가 간신히 구해낸 파편들이다.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가져간 것도 뒤라스였다. 몰리나르 자신은 아마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평생 찢어낸 페이지들은 얼마나 될까? 수천 ? 수만 ?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이 14편의 이야기 뒤에는, 영원히 사라진 무수한 이야기들의 유령이 떠돈다.


몰리나르의 이야기들은 기괴하거나 초현실적인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경험한 삶 그 자체다. 그녀에게 세계는 처음부터 뒤틀리고, 유령 같고, 광기 어린 것이었다. 그녀는 그 광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았고, 그것을 증언했다. <행복(Happiness)>은 이러한 몰리나르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바닷가 집을 구입하고 황홀한 기쁨에 빠진다. "내 집!" 그녀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삶은 경이롭다." 하지만 우리는 곧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한다. 같은 글씨체로 쓰인 수많은 편지들, 우표가 떼어진 봉투들, 빗속을 걷는 사람들이 바다로 걸어 들어가 사라지는 광경. 클라리스의 " 행복 " 은 처음부터 균열되어 있고, 그 균열은 점점 더 벌어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클라리스의 현실감각은 와해된다. 그녀는 캐비어와 샴페인을 사러 나갔다가 햄과 사이다를 사온다. 그녀가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혼동한다. Karadec인가, Desanges인가? 마침내 그녀는 창문에서 바다로 뛰어든다고 믿으며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녀가 있던 곳은 파리의 오페라 거리였고, 그녀는 60대의 여성으로 인도에 추락한 채 발견된다. 결말은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이야기 전체를 소급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클라리스는 정신병원에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집"은 파리의 어느 건물 꼭대기 방이었고, 그녀는 망상 속에서 바닷가에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몰리나르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클라리스에게 그 경험이 절대적으로 "실재"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느낀 행복도, 바다도, 친구들도,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황 홀한 기대감도 모두 그녀에게는 진짜였다.

"바바라몰리나르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다." 몰리나르의 글쓰기는 표현이나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 전략이었고, 동시에 불가능한 탈출 시도였다. 그녀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려 했을까? 그녀가 경험한 세계의 광기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아니면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어떤 근원적인 공포로부터? 어떻게 보면 그녀는 모든 이들로부터, 심지어 자신의 가족으로부터도 소외된여성이었다. 이 소외감은 존재론적 차원의 것이었을 것이다. 몰리나르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세계에 살지 않았다. 그녀가 본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녀가 느낀 것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썼다. 그리고 찢었다. 쓰기와 찢기의 반복은 그녀의 실존적 투쟁의 리듬이었다. 쓰는 행위는 그 공포를 언어로 고정시키려는 시도였고, 찢는 행위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절망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그 공포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너무 견딜 수 없어서, 쓴 즉시 파괴해야만 했던 것일까? 몰리나르가 글쓰기를 통해 탈출하려 했던 것을 완전히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글은 다른 이들에게 그들 자신의 내면의 공포와 마주할 용기를 준다. <행복>의 클라리스는 미쳤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광기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그녀가 본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놀이, 녹아내리는 버터의 폭포, 이 모든 환영들은 그녀가 현실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 어낸 것이다. 그녀의 "행복"은 방어기제이자 동시에 자기파괴의 서곡이다. 몰리나르 자신도 클라리스처럼 자신 만의 바다를 보았을까? 그녀가 평생 찢어낸 페이지들은 그 바다로 뛰어드는 시도였을까? 그리고 남편과 뒤라스 가 구해낸 이 14편의 이야기는, 그녀가 마침내 익사하지 않고 해변으로 밀려온 증거일까?

<Panics>(Viens의 영어 제목)은 작은 공포들이다. 이것은 거대한 재앙이나 명백한 공포가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든 미세한 균열들, 현실감각의 작은 미끄러짐들, 정상성에서의 미묘한 일탈들로 이루어진 세계다. 클라리스의 이야기에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인다. 한 여성이 새 집을 샀고, 기쁘다. 하지만 곧 작은 이상 함들이 축적된다. 우표가 사라진 편지들. 빗속을 걷다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주문한 것과 다른 물건들. 이 작은 공포들은 서서히 증폭되어, 마침내 전체 현실을 잠식한다. 이것이 몰리나르가 경험한 세계였다. 그녀에게 광기는 갑작스러운 침입이 아니라 천천히 일상을 침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은 그것을 정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클라리스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바다로 뛰어드는 황홀함을 기대한다. 우리는 모두 작은 공포들과 함께 산다. 우리의 현실감각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몰리나르는 그 취약함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소름끼치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답다.

나는 자꾸 생각한다. 몰리나르 그녀도 클라리스처럼 바다를 보았을까? 자신만의 황홀한 도약을 꿈꾸었을까? 그녀가 평생 찢어낸 페이지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바다로 뛰어드는 이야기. 계속해서 인도에 떨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또 쓰고, 또 찢고, 또 뛰어내리는 이야기. Viens는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간신히 건져 올려진 14개의 파편이다. 뒤라스와 남편이 없었다면 이것조차 사라졌을 것이다. 많은 것 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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