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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 교과서 속 10개 주제를 단숨에 꿰뚫는 ㅣ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
구정화 지음 / 해냄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세상을 조각으로 나누어 보기 시작했을까. 수학, 국어, 영어, 과학, 사회로 분절된 시간표 속에서 학생들은 각각의 교실을 오가며 마치 서로 다른 세계를 여행하듯 공부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한 잔의 커피에도 경제학, 환경학, 윤리학, 지리학이 녹아 있고, 행복이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사회학, 철학과 경제학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이제 현대는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구정화 교수의 <통합사회 교과서 한 번에 통과하기 1>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교육과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참고서가 아니라, 왜 우리가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은 오랫동안 '암기 과목'의 대명사였다. 연도를 외우고, 용어를 달달 외우고, 정책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도입부에서 단호하게 선언한다. "공부는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어린아이가 "이게 뭐예요?"라고 끊임없이 문던 그 호기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 철학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 주어진 지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출발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각 장마다 제시되는 '작품으로 보는 시리즈'다. 행복을 다루면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불평등을 논할 때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연결하는 방식은 지식을 삶과 예술 속에 녹여낸다. 교과서의 딱딱한 문장이 소설의 장면으로, 영화의 이미지로, 뮤지컬의 노래로 변주되면서 학생들은 사회 현상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주제는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경제 지표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올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도는 여전히 낮다. 수저계급론, 헬조선 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들 나라 역시 지금의 평등과 신뢰를 단번에 이룬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복한 사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응답, 제도의 개선과 문화의 성숙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학생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 질문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실천적 질문으로 나아가게 된다. 탈조선이 아니라 조선을 바꾸는 것.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 복 추구의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이외에 자연환경과 생활공간을 다룬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지만, 동시에 자연을 극복하고 개조하며 문명을 건설해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뾰족한 지붕, 더운 지역의 높은 천장, 습한 지역의 고상식 가옥 등은 모두 자연환경에 적용한 결과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런 수동적 적응을 넘어 능동적 개조를 가능하게 했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고, 극지방에서도 생활하며, 심지어 우주 공간에서도 거주 가능성을 탐색한다. 문제는 이런 자연 극복이 과연 축복인가, 재앙인가 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경고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존이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 다양한 생명체를 존중하는 태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다. 불과 백여 년 사이에 인류의 대다수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고,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되었다. 도시는 기회와 자유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익명성과 무관심의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는 오늘날 가장 첨예한 사회적 쟁점 중 하나다.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도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저자는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사이의 긴장을 솔직하게 다룬다.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옳지만, 인권을 침해하는 관습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열쇠는 '다름을 인정 하는 열린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은 다문화 자체가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에 있 다. 다양성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주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으로 시작된다.
책은 각 장마다 제시된 프로젝트 활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큰 주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접근할 지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한다. 인터넷 자료 조사부터 포트폴리오 작성, 발표 준비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AI 시대에 통합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책은 교과서의 충실한 안내서이면서, 동시에 교과서를 넘어서는 책이다. 지식의 파편들 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지혜로 엮어내는 작업. 그것이 통합이고,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자 하는 일반 독자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