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미래 - AI라는 유혹적 글쓰기 도구의 등장, 그 이후
나오미 배런 지음, 배동근 옮김, 엄기호 해제 / 북트리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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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금융관련 기사를 챗GPT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 AI가 신문시자와 문학의 역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생성형 인공지능의 영향은 어떻게 될까? 이번에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 AI의 쓰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에 관하여 상세 분석 이야기 해 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나오미 배런의 <쓰기의 미래>였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언어를 통해 자신을 세계에 위치시키는 행위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에서부터 현대 디지털 시대의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는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문화적 실천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회고록을 남기는 일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삶을 반추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시대를 증언하는 작업이다. 또한 글쓰기는 인간의 내면을 외화하는 창이며, 사유의 도구이기도 하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우리는 알고 있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련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생각이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가 생각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생각하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선언이며, 글쓰기는 곧 인간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이 과정을 데이터 처리 문제로 환원한다.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하여 가장 가능성 높은 단어를 확률적으로 배열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나’의 존재나 삶의 맥락이 빠져 있다. AI의 글쓰기는 정교하고 유창할 수는 있지만, ‘자기 삶의 반영’이라는 인간 글쓰기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을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 다시 묻게 된다. 인간의 글쓰기란 도대체 무엇이었으며, 지금은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하는가?

생성형 AI는 그야말로 '쓰는 기계'다. GPT-4는 그 어떤 인간보다 더 빠르게, 논리적으로, 심지어 감성적으로 보이는 글을 생성할 수 있다. 언론사는 이미 AI에게 속보 작성의 상당 부분을 맡기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AI를 활용한 과제 제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논문을 AI가 스스로 작성하고, 인간은 최소한의 수정을 가해 출판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글쓰기 능력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더 이상 인간의 고유 능력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평가해야 하는가? AI의 글쓰기 능력은 모방이나 서포트를 넘어 점점 창작의 영역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 창작관을 흔든다. 예를 들어, 예술에서 ‘창작’은 인간의 고통, 역사, 감정의 표현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AI가 시를 짓고, 소설의 플롯을 구성하며, 심지어 감동적인 문장을 구성해낼 때, 우리는 창작과 모방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AI가 창작의 외형을 흉내 내더라도 그 안에 ‘살아 있는 경험’이나 ‘역사적 맥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참전 군인이 전쟁에 대해 쓰는 글과, AI가 전쟁 관련 기록을 분석해 생성한 글은 문장 수준에서는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글이 전달하는 감정의 무게, 기억의 진실성, 목소리의 윤리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인간의 글쓰기는 단지 언어적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살아낸 자만이 쓸 수 있는 목소리의 문제이다.

AI가 글을 써주는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글쓰기 능력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계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서 암산을 하지 않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글쓰기와 문해력은 인간의 사고력, 비판적 판단력, 공감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이 능력을 상실하면,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듣고,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은 AI 도구를 사용해 요약, 번역, 심지어 창작물까지 의존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으며, 점차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나아가 기업 채용에서조차 ‘쓰기 능력’을 중요하게 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문해력의 쇠퇴는 단순히 교육적 위기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근본 조건의 해체다. 나오미 배런은 이 지점을 강하게 경고한다. 글을 쓰지 않는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되며, 그것은 민주주의와 사회적 공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른바 ‘AI 도구를 통한 편리한 삶’은 실은 인간의 사고 근육을 서서히 마비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묻게 된다. 편리함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가?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내면의 힘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AI가 쓴 글을 읽으며 감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삶에서 비롯된 언어는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언어로 정제해 글로 남기며, 공동체와 연결되고, 미래 세대에게 증언을 남긴다. 글쓰기는 인간의 사유를 형성하고, 세계에 대한 감각을 확장시키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다. AI는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 여정 자체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는 글을 써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AI와 함께 글을 쓴다고 해도, 그 중심에는 반드시 살아 있는 목소리, 인간의 감각, 존재의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만이 쓸 수 있는 글이며, 앞으로도 우리가 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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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숏컷의 기술 - 예민해서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터득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생각법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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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흔들린다. 기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며칠씩 잠 못 이루고, 사소한 오해에도 마음이 일렁인다. 대학 시절 배운 심리학 수업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감정은 인지와 연결되어 있고, 그 인지는 우리가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에서 비롯된다고. 즉,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우리의 감정을 결정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 이론은 너무나 차가운 위로처럼 들린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새겨진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 습관은 때로, ‘예민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이번에 이렇게 예민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그 고민을 자를 수 있는 숏컷의 기술을 흥미롭게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니시와키 슌지의 <고민 숏컷의 기술>이었다. 고민을 단숨에 자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예민한 사람은 소리와 빛, 냄새, 분위기, 말투에 민감하다. 눈빛 하나, 말끝의 떨림 하나로 타인의 기분을 감지하고, 그 감지된 정보에 따라 행동을 조심스레 조율한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지나치게 민감하다’거나 ‘별 일도 아닌데 너무 생각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다. 더 많이 느끼고, 더 깊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책<고민 숏컷의 기술>은 그런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건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감각이 활발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마치 무기력한 자신을 탓하며 살아가던 이에게 전해지는, 온기 어린 안부 인사 같다.

​저자는 진단한다. 상처의 시작은 종종 ‘기대’에서 비롯된다. 타인이 나를 이해해주리라는 기대, 사랑해주리라는 기대, 나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주리라는 기대. 그런데 세상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경우보다, 좌절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면 우리는 곧 실망하고, 그 실망은 나를 향한 비난으로 바뀐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구나.” “내가 예민해서 그래.” 책은 이야기한다. ‘기대하지 않기’는 무관심이나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실망하지 않기 위한 지혜’다.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타인을 탓하지 않으며 살아가기 위한, 작지만 단단한 마음의 훈련이다.

대학에서 배운 심리학에서는 감정과 인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슬퍼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지 교정’이다. 대학때 이 인지의 왜곡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웠던 것이 기억난다. 예컨대, “모두가 나를 싫어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모두’가 그럴까? 라고 되묻는다. 이 단순한 질문이 내 안의 파도를 조금 잠재운다. 예민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심리 치료가 아니라, 이런 작은 점검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의 고민에 대해서 단순하고 면료하게 진단한다. 우리가 왜 고민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가지이다. 돈, 건강, 인간관계... 정말 심플하고 명료하다.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세가지가 우리의 고민의 근원의 모든 것일까? 저자는 명확하게 이 세가지의 원인에 의한 고민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진다... 특히 인간관계... 우라가 사회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 고민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숏컷 기술들을 이야기 한다. 그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인간들의 유형들(퍼스넬러티 중시 유형, 퍼포먼스 중시 유형, 브랜드 중시 유형...), 리스크/호프, 픽스/플렉스 등 기본적인 툴을 먼저 이야기 하며 숏컷의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이 2~3페이지의 설명과 사진, 표, 그림으로 구성되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비교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우리는 종종 남의 ‘한 면’만을 보고, 그에 비해 나의 부족한 ‘한 면’을 꺼내 비교한다. 예쁘고 똑똑한 사람을 보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재능 넘치는 사람을 보면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다. 예쁜 사람도 고민이 있고, 똑똑한 사람도 실수를 한다. 우리는 상대의 표면만 보고, 자신의 내면 깊숙한 상처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말한다. 자신을 입체적으로 보라. 그리고 상대도 입체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그 말은 곧,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속삭임이기도 하다.

​예민한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고, 부탁을 거절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감정적으로 소모된다. 책은 ‘거절도 부탁도 잘하는 사람’을 모델로 제안한다. 즉, 경계 설정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내 마음을 지키는 것, 그것이 감정 소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 하지 않는 것.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리듬’대로 사는 것. 그것이 예민함을 살아내는 기술이 된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거창한 목표보다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책은 ‘스몰스텝’을 강조한다. 한꺼번에 바뀌려고 하지 말고, 오늘은 하루만큼 덜 괴롭기. 단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어보기. 이런 사소한 시도들이 쌓일 때, 마음은 조금씩 회복된다. 예민한 사람은 어쩌면 ‘활동적인 모험가’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수백 번의 생각과 감정의 여정이 이어진다. 그러니 더 천천히, 더 부드럽게 스스로를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알게 된다. 고민이 생겼을 때, 거창한 해답을 찾기보다 숏컷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를 조금 더 살기 편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우리의 감정에,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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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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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음악은 언어 이전의 말이라고 한다. 말로는 다 닿지 못하는 마음의 여백에, 음악은 조용히 내려앉아 그 사람의 내면을 껴안는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어떤 선율을 들을 때 이유도 없이 가슴이 저리거나, 한없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하지만 음악이 온전한 예술로 남기기 위해서는, 아름다움 뒤에 깃든 체계와 질서가 필요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라틴어로 ‘작품’을 의미하는 Opus, 줄여서 Op..

우리가 흔히 듣는 “쇼팽의 Op.9”, “베토벤의 Op.27” 같은 표현은 음악을 구분하기 위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 음악가가 남긴 시간의 층위, 그리고 그가 세상에 내어놓은 창조적 세계의 차례이자, 음악 인생의 한 조각이다. 음악가의 인생이 선율로 녹아든 작품을, 인류는 번호를 매겨 기록했다. Opus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Opus의 기원은 고대 라틴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동’, 혹은 ‘일’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창작자의 땀과 시간, 고뇌와 희열이 담긴 결과물을 통칭하기 위한 이름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음악이 점차 인쇄되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작곡가의 작품들을 정리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그리하여 가장 널리 퍼진 방식이 바로 출판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이는 ‘Opus number’였다.

물론 이 번호는 항상 작곡된 순서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늦게 출판되어 숫자가 뒤로 밀리고, 또 어떤 작품은 생전에 출판되지 못해 ‘WoO’(Werke ohne Opuszahl, 작품번호 없는 작품)라는 이름을 달기도 한다. 하지만 Opus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시간의 무게를 품은 음악들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많은 작품번호 중에서, ‘Op.23’이라는 숫자에 이끌리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조합은 내게 하나의 세계를 환기시킨다. 어두운 밤, 운명처럼 다가오는 선율의 첫 음. 불안과 열정, 비극과 격정 사이를 넘나들며 사람의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곡. 바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10개의 전주곡 Op.23이 떠오른다.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고통과 사랑, 고독과 희망이 응축된 ‘작품집’이다. 특히 Op.23 No.5, 우리가 흔히 “라흐마니노프 행진곡”이라 부르는 곡은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레퍼토리로 남았고, 듣는 이들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열정과 감동을 선사해왔다. 숫자 하나가 불러낸 깊은 울림. 그것이 바로 Opus의 마법이다. 이번에 이 opus를 제목으로하는 신선한 책을 읽었다. <Op. 23>이었다. 피아니스트인 조가람님의 음악 에세이.... 예술가로서의 그녀의 감성이 느껴진다..

모든 생에는 각자의 박자와 조율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 또한 마치 한 편의 악보처럼, 선율로 엮여 있으며 음표처럼 의미를 품는다. 누군가는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지만, 나에게 있어 삶은 언제나 ‘음악’이었다. 울퉁불퉁한 리듬 속에서 조용히 흐르던 일상도 있었고, 전주 없이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격정의 순간도 있었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연주되지 않은 쉼표 같았고, 어떤 날은 마치 라르고(Largo)처럼 더디지만 단단하게 흘러갔다.

그런 내게 'Op.23'이라는 숫자가 말을 걸어왔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Op.'가 ‘Opus’, 즉 ‘작품 번호’를 뜻한다는 것을 안다. 이는 작곡가가 세상에 내놓은 자신의 창작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이 간단한 숫자와 약어가 품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순번이 아니라, 작곡가의 인생 그 자체다. Op.1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삶의 경험, 슬픔, 사랑, 고뇌, 기쁨이 모두 담긴 시간의 궤적이며, 그 번호 하나하나에는 어떤 계절의 숨결과, 한 시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쇼팽의 Op.23은 발라드 1번, 차이콥스키의 Op.23은 피아노 협주곡 1번, 슈만의 Op.23은 밤의 노래, 라흐마니노프의 Op.23은 전주곡, … 그러니 나 또한 나의 인생에 Op.23이라는 번호를 붙여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이 시기는 내가 내 삶의 첫 번째 발라드를 쓰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쇼팽이 그렸던 내면의 불꽃일 수도 있고, 차이콥스키가 터뜨렸던 격정의 선언일 수도 있으며, 슈만이 밤의 정적에 띄운 고백일 수도 있다. 혹은 라흐마니노프가 노트마다 심장을 새기듯 남겨놓은 전주곡처럼, 묵직하고 깊게 울려 퍼지는 나만의 이야기일 수 있다.


책은 음악에 대한 해설이나 작곡가의 생애를 서술만 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을 삶으로 번역하는 이야기’이며, ‘인생의 순간들을 음악의 언어로 그려낸 시적 고백’이다. 저자는 피아니스트로서, 청자로서, 예술가로서의 경험을 오롯이 펼쳐 보이며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고유한 '작품 번호'를 붙일 수 있으며, 그것은 단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악보’임을 말이다.

나도 오늘,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인생의 Op.23 앞에 서 있다. 이 번호는 나의 전환점이며,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 맞닿는 교차점이다. 여기서 나는 고백처럼 써 내려가고 싶다. 쇼팽과 함께 울고,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기다리고, 포고렐리치와 함께 외로워하며, 브람스와 함께 묵묵히 버텨낸 시간들을 말이다. 음악은 결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모든 감정과 호흡, 희망과 상처에 깃들어 있었고, 이 Op.23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나만의 연주를 이어가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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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건물주로 은퇴하라
영끌남 지음 / 코주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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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릴 적부터 ‘건물주’는 마치 동화 속 인물처럼 느껴졌다.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이 장난스럽게 “건물주가 꿈”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달 빠듯한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작은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는 삶.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현실이라, ‘건물주’라는 말은 마치 먼 나라의 언어처럼 들렸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전 세대처럼 정년까지 일하고, 은퇴 후 연금으로 조용히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더 이상 보편적인 정답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새로운 경제적 삶의 방식—바로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품기 시작했다. 욜로(YOLO)족처럼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파이어(FIRE)족처럼 자산을 쌓아 조기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는 <월급쟁이 건물주로 은퇴하라>라는 책을 만났다. 처음엔 제목부터 눈에 띄었다. 너무도 직설적인 제목에 웃음이 났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나는 단숨에 빨려들었다. 이 책은 투자 서적의 의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었는지에 대한 살아 있는 증언이었다.

이 책의 저자, 영끌남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시화공단에서 월급 150만 원을 받던 시절, 그는 누구보다 절박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스스로의 미래를 고민했다. 절망 속에서 그는 선택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보자’고. 그 길의 첫 단추는 공부였다. 그는 10년간 수많은 건물주들을 분석하며, 그들의 공통된 투자 패턴과 사고방식을 익혔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첫 건물을 매입했고, 이후 하나둘씩 자산을 늘려가며 100억 원대의 건물주가 되었다. 그의 가장 놀라운 점은 0원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 믿기 힘들었지만, 책 속에는 그것이 가능했던 근거와 실제 사례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그는 사업자 대출, 급매물 공략, 리모델링 후 수익률 개선, 그리고 엑시트 전략까지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특히, 그는 '소유'에 머무르지 않고 현금흐름을 설계했다. 월세가 자동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재투자하며 현실적인 ‘경제적 자유’의 구조를 완성해나갔다.

책에는 실제 계약서, 리모델링 전후 사진, 예상 수익 계산서 등 실질적인 정보들이 넘쳐난다. 디스코, 랜드북 같은 실거래가 및 감정 정보 사이트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수백 군데 부동산을 어떻게 공략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놀라운 건, 이러한 이야기들이 거창하거나 허황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적은 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건물주가 되기 위해 큰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핵심은 자금이 아니라 의지와 실행력이다. 또한 책에는 다양한 투자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프리랜서, 주부, 무직 상태였던 사람들까지도, 자신에게 맞는 조건에서 건물주가 되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경제적 자유의 문을 열었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돈은, 자신을 멀리하는 사람에게 결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 문장은 나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렸다. 나 또한 그동안 기회를 두려워했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내 안의 어떤 고정관념, ‘나는 안 될 거야’라는 자기 한계가 하나씩 무너졌다.

사실 나는 늘 현실적인 조건만 따졌다. 내 월급, 내 통장잔고, 내 처지.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성공한 이들은 ‘조건’을 보는 게 아니라 ‘기회’를 본다는 것을. 그들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책은 한 개인의 성공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한 경제적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안내서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 수 있다.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리스크는 무지에서 오고, 무지는 실행하지 않음에서 온다.’ 책을 읽은 지금, 나는 아직 건물을 매입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첫 발걸음을 뗀 사람이 되었다. 저자의 경험과 조언은 나에게 단순한 정보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내 삶을 바꾸는 용기가 되었다.

누구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마음의 변화’일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삶의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벽돌 하나를 쌓듯, 매일 조금씩. 그렇게 언젠가 나도, 오늘을 살아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꿈, 나도 이룰 수 있었어.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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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KIM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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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이야기로 기억하고, 이미지를 통해 감동한다. 우리는 매 순간 시각적 인지에 의존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의미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는 기술의 진보 뿐만 아니라 인간 감각의 확장이다. 인스타그램의 정지된 아름다움, TikTok의 리듬과 속도, 그리고 유튜브의 감정이 응축된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문명은 이제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고 사고를 전개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텍스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시각 중심으로의 전환이며, 기억을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새로운 학습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경험의 방식에 혁명을 가져온 존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미지 생성형 AI다. 언어가 그림이 되고, 상상이 현실처럼 구체화되는 세상. 우리는 이제 "그릴 수 있는 사람"보다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강력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으며, 이는 창작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캔버스와 붓 없이도,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구현할 수 있는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제이스 앨런이라는 게임 기획자가 ‘미드저니’를 통해 창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그런 시대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누구도 그것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라곤 믿지 못했다. 너무나 정교하고, 서사적이며, 감정적으로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예술이 가진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신화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음을. ​이 사례는 기술의 성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창작 개념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든다. 예술은 과연 기술의 결과인가, 감성의 표현인가?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에서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는 그 감동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어쩌면 창작의 본질은 결과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예술은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가? 우리는 단지 AI에게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래머로만 살아가게 되는가? 창작은 이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산물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 AI는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하나의 도구일 뿐, 여전히 인간의 감성과 사유는 창작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 AI는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포토샵과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 툴을 배워야 하고, 그 깊은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읽어본 <포토샵 판타지 아트>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디지털 이미지 도구를 넘어서 세계를 창조하는 법을 알려주는 마법서에 가깝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합성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기술적 욕심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그것은 점차 나의 상상과 예술혼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체험으로 변해갔다. 이 책은 사용자에게 도구의 기능을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도구를 통해 어떻게 나만의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기술적 지식은 배경이고, 그 위에 펼쳐지는 예술의 상상력은 이 책의 진정한 힘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친절함에 있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해 손을 내민다. ‘최적의 환경 설정’부터 시작해, ‘툴바’ 하나하나의 기능을 정리해 주는 그 자세한 설명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옆에서 천천히 이야기해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기술은 친절할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기술을 따뜻한 언어로 바꾸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작품이다. 단계별로 나뉜 설명은 포토샵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인터페이스의 구조, 레이어의 개념, 브러시의 활용, 마스크와 클리핑의 차이까지 꼼꼼하게 짚어주는 설명은 사용자의 이해를 확실히 도와준다. 책의 구성은 마치 하나의 정원처럼, 걷는 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를 세심하게 배치해두었다.

또한 판타지 아트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접근도 흥미롭다. 우리는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상상을 현실처럼 그리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이 책은 그런 상상의 지도 위에 현실의 도구들을 정교하게 배치한다. 건물의 일부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합성 기법, 초현실적인 배경과 인물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레이어 구성, 각각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 세계를 구성해 나가게 된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이 책이 국내 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디지털 아트 튜토리얼이 해외의 기준에 맞춰 구성되어 있어, 문화적 거리감이나 언어적 장벽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 정서와 감각에 맞춰져 있다. 마치 ‘한국적인 판타지’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서사, 감정을 이끄는 색채 배치, 그리고 이야기의 여운을 남기는 연출까지. 이는 단순한 튜토리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성찰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기술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지를 배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점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로, 이 디지털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 <포토샵 판타지 아트>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 뒤에는, 내가 무언가를 창조해냈다는 자신감이 싹튼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다시 다음 장을 넘기게 하는 에너지로 바뀐다. 기본편을 익힌 후, 활용편에서 다루는 고급 합성 기법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마치 내가 성장했음을, 그리고 언젠가는 나만의 세계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실습 예제들이 매우 구체적이며 실용적이다. 이미지 효과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왜 이 구성을 선택했는지, 어떤 색감을 써야 감정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재미있는 구성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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