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숏컷의 기술 - 예민해서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터득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생각법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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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흔들린다. 기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며칠씩 잠 못 이루고, 사소한 오해에도 마음이 일렁인다. 대학 시절 배운 심리학 수업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감정은 인지와 연결되어 있고, 그 인지는 우리가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에서 비롯된다고. 즉,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우리의 감정을 결정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 이론은 너무나 차가운 위로처럼 들린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새겨진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 습관은 때로, ‘예민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이번에 이렇게 예민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그 고민을 자를 수 있는 숏컷의 기술을 흥미롭게 이야기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니시와키 슌지의 <고민 숏컷의 기술>이었다. 고민을 단숨에 자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예민한 사람은 소리와 빛, 냄새, 분위기, 말투에 민감하다. 눈빛 하나, 말끝의 떨림 하나로 타인의 기분을 감지하고, 그 감지된 정보에 따라 행동을 조심스레 조율한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지나치게 민감하다’거나 ‘별 일도 아닌데 너무 생각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다. 더 많이 느끼고, 더 깊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책<고민 숏컷의 기술>은 그런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건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감각이 활발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마치 무기력한 자신을 탓하며 살아가던 이에게 전해지는, 온기 어린 안부 인사 같다.

​저자는 진단한다. 상처의 시작은 종종 ‘기대’에서 비롯된다. 타인이 나를 이해해주리라는 기대, 사랑해주리라는 기대, 나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주리라는 기대. 그런데 세상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경우보다, 좌절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면 우리는 곧 실망하고, 그 실망은 나를 향한 비난으로 바뀐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구나.” “내가 예민해서 그래.” 책은 이야기한다. ‘기대하지 않기’는 무관심이나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실망하지 않기 위한 지혜’다.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타인을 탓하지 않으며 살아가기 위한, 작지만 단단한 마음의 훈련이다.

대학에서 배운 심리학에서는 감정과 인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슬퍼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지 교정’이다. 대학때 이 인지의 왜곡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웠던 것이 기억난다. 예컨대, “모두가 나를 싫어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모두’가 그럴까? 라고 되묻는다. 이 단순한 질문이 내 안의 파도를 조금 잠재운다. 예민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심리 치료가 아니라, 이런 작은 점검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의 고민에 대해서 단순하고 면료하게 진단한다. 우리가 왜 고민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가지이다. 돈, 건강, 인간관계... 정말 심플하고 명료하다.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세가지가 우리의 고민의 근원의 모든 것일까? 저자는 명확하게 이 세가지의 원인에 의한 고민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진다... 특히 인간관계... 우라가 사회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 고민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숏컷 기술들을 이야기 한다. 그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인간들의 유형들(퍼스넬러티 중시 유형, 퍼포먼스 중시 유형, 브랜드 중시 유형...), 리스크/호프, 픽스/플렉스 등 기본적인 툴을 먼저 이야기 하며 숏컷의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이 2~3페이지의 설명과 사진, 표, 그림으로 구성되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비교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우리는 종종 남의 ‘한 면’만을 보고, 그에 비해 나의 부족한 ‘한 면’을 꺼내 비교한다. 예쁘고 똑똑한 사람을 보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재능 넘치는 사람을 보면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다. 예쁜 사람도 고민이 있고, 똑똑한 사람도 실수를 한다. 우리는 상대의 표면만 보고, 자신의 내면 깊숙한 상처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말한다. 자신을 입체적으로 보라. 그리고 상대도 입체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그 말은 곧,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속삭임이기도 하다.

​예민한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고, 부탁을 거절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감정적으로 소모된다. 책은 ‘거절도 부탁도 잘하는 사람’을 모델로 제안한다. 즉, 경계 설정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내 마음을 지키는 것, 그것이 감정 소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 하지 않는 것.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리듬’대로 사는 것. 그것이 예민함을 살아내는 기술이 된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거창한 목표보다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책은 ‘스몰스텝’을 강조한다. 한꺼번에 바뀌려고 하지 말고, 오늘은 하루만큼 덜 괴롭기. 단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어보기. 이런 사소한 시도들이 쌓일 때, 마음은 조금씩 회복된다. 예민한 사람은 어쩌면 ‘활동적인 모험가’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수백 번의 생각과 감정의 여정이 이어진다. 그러니 더 천천히, 더 부드럽게 스스로를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알게 된다. 고민이 생겼을 때, 거창한 해답을 찾기보다 숏컷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를 조금 더 살기 편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우리의 감정에,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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