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로토닌하라! - 리커버 특별판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의 파도를 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기쁨과 불안, 분노와 평온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어떤 날은 작은 칭찬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또 어떤 날은 사소한 실수 하나에 온종일 무기력에 빠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우리는 감정에 이토록 쉽게 휘둘리는 걸까?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하라>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지만, 그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뇌라고. 그리고 그 뇌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핵심 물질이 바로 세로토닌이라고 말이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천적 안내서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강렬한 쾌감이나 흥분과 동일시한다. SNS의 '좋아요'를 받을 때, 게임에서 이길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한 감각을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시형 박사는 이것이 큰 오해라고 지적한다. 그런 순간에 분비되는 것은 도파민이나 엔도르핀이지 세로토닌이 아니다. 도파민과 엔도르핀은 순간적으로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중독성이다. 한 번 맛보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그 자극 없이는 견디기 어려워진다. 마약이나 도박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 과학적으로 이 물질들은 자제 능력을 작동시키지 못한다. 반면 세로토닌은 다르다. 연인들이 격정적으로 포옹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포옹이 끝나고 햇볕 잘 드는 창가에서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그때 아련히 밀려오는 그 고요한 충만함이 바로 세로토닌이 선사하는 진짜 행복이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지속적이고,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그런 감정 말이다.
우리의 감정과 행동은 뇌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이시형 박사는 이를 매우 쉽게 설명한다. 초등학교 시절 뜀틀을 처음 넘던 순간을 떠올려보라. 그때 우리 뇌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전두엽이 먼저 해마에게 묻는다. "이거 해본 적 있어?" 해마는 기억 저장고다. "처음은 아니야. 비슷한 걸 해봤어"라고 답한다. 그다음 전두엽은 편도체에게 묻는다. "무섭지 않아? 할 수 있어?" 편도체는 감정의 중심이다. "괜찮아, 자신 있어"라고 답한다. 두 곳에서 모두 긍정적인 답이 오면, 전두엽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좋아, 뛰자!" 이것이 바로 낙관 회로가 성공 회로를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작은 성공 체험이 자신감을 만들고, 자신감은 더 큰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 도전이 다시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이 회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인생은 늘 순탄하지 않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무너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이시형 박사는 이런 역경이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리질리언스', 즉 복구력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역경을 겪는다고 무조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패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왜 실패했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역경 지수가 높아진다. 세로토닌형 인간도 실패의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 다르다. 아무리 밤이 깊고 길어도 새벽이 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고 믿고 있다. 그래서 당장의 부정적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 작은 실패와 좌절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마치 근육이 미세한 손상과 회복을 거듭하며 강해지듯이, 우리의 정신도 작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세로토닌은 이 회복 과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심리적 면역체계와 같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최근의 뇌과학은 명확히 증명한다. 습관은 바꿀 수 있다고. 뇌는 평생 변화할 수 있는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 핵심은 방법이다. 단칼에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편도체는 급격한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강력하게 저항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결심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다. 대신 점진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시형 박사는 3주의 법칙을 제시한다. 작은 변화를 의식적으로 3주만 지속하면, 그 행동이 해마에 단기 기억으로 입력된다. 계속 반복하면 해마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억을 정리해 측두엽과 뇌 전체에 정착시킨다. 이렇게 중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습관이 된다.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햇빛을 받으며 20분 걷기, 규칙적인 수면 시간 지키기, 의식적으로 천천히 씹어 먹기. 이런 작은 실천들이 3주, 한 달, 석 달을 지나면서 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이 말은 희망사항만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백일기도를 했다.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동안 전두엽과 측두엽에 그 문제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입력된다. 우리 뇌의 잠재의식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과 행동이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간절함이 현실을 창조하는 메커니즘이다. 세로토닌이 충분한 상태에서 이런 긍정적 사고를 하면, 뇌는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간절함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세로토닌을 고갈시키고, 그러면 긍정적 사고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세로토닌이 충분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현대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다. 스마트폰 알림, SNS 좋아요, 짧은 동영상, 자극적인 콘텐츠. 우리는 끊임없이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뇌의 보상 체계가 무뎌진다는 것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평범한 일상에서는 만족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세로토닌은 이런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열쇠다. 세로토닌이 충분하면 작은 것에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햇살, 친구와의 대화, 맛있는 식사, 조용한 산책.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 도파민도 필요하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파민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만들 수 없다. 세로토닌이라는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도파민의 동기가 더해질 때, 우리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감정은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다. 하지만 감정에 끌려다니기만 하면 삶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 이시형 박사가 <세로토닌하라>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감정의 주인이 되려면 뇌를 이해하고,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세로토닌은 불안을 진정시키고, 충동을 조절하며, 긍정성을 회복시킨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행복을 선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별한 재능이나 큰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햇빛을 쬐고, 규칙적으로 자고, 천천히 걷고, 깊게 숨 쉬는 것. 이런 작은 습관들이 모여 뇌를 변화시키고, 결국 삶을 변화시킨다. 2010년 출간 이후 15년 가까이 수많은 독자들의 삶을 변화시켜온 이 책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더 빨라지고 더 복잡해졌지만, 우리 뇌의 기본 작동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 행복의 본질도 변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싶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다면, 지금 당장 세로토닌하라고 이야기한다. 작은 실천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 삶이 바뀐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세로토닌이 있다. 감정을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한다는 말은, 결국 세로토닌을 관리하는 자가 삶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