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인생의 운명을 바꾸는 자신감 철학
샤를 페팽 지음, 김보희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감 또는 자기 확신(la confiance en soi)'은 자기계발서의 단골 주제이자,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개념은 피상적으로 다뤄지며,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부족한지, 그리고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 막연하게 추구된다. 프랑스 철학자 샤를 페팽(Charles Pépin)은 자기 확신을 심리적 기법이 아닌 철학적 차원에서 탐구한다. 그는 심리학, 정신분석학, 교육학, 스포츠, 그리고 시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 개념의 깊이를 파헤친다. 책은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9가지의 법칙으로 자신감에 대한 자기 확신을 이야기 해 준다. 각 법칙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를 중시으로 그의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각각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페팽의 자신감 즉 자기 확신 철학을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의미있는 접근방법일 것 같다.
페팽에 따르면 자기 확신은 세 가지 차원의 연금술적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 첫 번째는 타인에 대한 신뢰, 즉 관계적 차원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의 미소 속에서 자기 확신을 얻는다" 그는 자기 확신의 근원이 본질적으로 관계적임을 강조한다. 인간의 삶에서 최초의 관계는 유아기의 상호작용이다. 이 시기에 받는 관심의 질과 무조건적인 사랑이 정서적 안정감을 결정한다. 아이가 '행위'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을 때, 내적 안정감이 형성되고 이는 행동의 발판이 된다. 이러한 무조건적 수용은 아이가 미래를 향해 자신을 투사할 수 있게 하는 도약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페팽은 초기 애착 관계의 결핍이 있었던 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관계의 결핍을 보충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하며, 그 결핍을 의식하고 보완할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자기 확신의 부족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타인, 즉 어린 시절 필요한 안정감을 제공하지 못했던 양육자의 부재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자기 비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는 핵심적 관점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 확신의 부족을 개인적 결함으로 내면화하지만, 페팽은 이것이 관계적 맥락에서 형성된 것임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치유 역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새로운 관계, 치료적 관계, 혹은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 과거의 결핍을 보완하고 새로운 안정감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확신의 두 번째 차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다. 페팽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자신감을 찾기 어려울 때, 우리는 암묵적으로 재능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재능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충분히 훈련하지 않았을 뿐이다." 윌리엄스 자매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된 것은 집중적인 훈련의 결과였다. 그들이 얻은 자기 확신은 테니스 코트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들이 개발한 역량은 기술의 완벽한 반복뿐 아니라 각자의 독특성을 드러내는 창의성을 통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숙련도와 창의성이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깊은 숙련이 진정한 창의성의 토대가 됨을 보여준다. 행동은 이 차원의 핵심이다. 세상에 작용을 가하는 것, 즉 행동은 우리를 세계, 타인, 현실로 열어주고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페팽은 육체적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원 가꾸기, 요리, 수리, 바느질, 그림 그리기 등 물질과의 직접적 접촉을 통한 수작업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왕도다. 이러한 활동들은 우리를 '만들기'의 세계로 재연결시키며, 작업의 효과에 대한 직접적 인정을 경험하게 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추상화되고, 자신의 기여가 가시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은 존재의 확실성을 회복시킨다.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사례는 특히 시사적이다. 페팽에 따르면, 아옌데가 문학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행동이 그녀를 정당성 부족이라는 불안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감이 있어서 뛰어든 것이 아니다. 뛰어들었기 때문에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는 자기 확신과 행동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 오해를 뒤집는다. 우리는 종종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자신감을 낳는다. 행동은 결단을 앞서는 불안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자기 확신의 세 번째 차원은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가장 근본적이다. 삶을 신뢰한다는 것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이 선하다는 내밀한 확신이다. 이 차원은 이성적 계산을 넘어선다. 그것은 실존적 자세, 세계에 대한 근본적 신뢰다.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삶의 본질적 선함을 믿는 능력이다. 이는 맹목적 낙관주의가 아니라,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존재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성숙한 신뢰다. 페팽은 우리가 통제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을 예측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조장하지만, 이는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진정한 자기 확신은 역설적으로 통제를 포기할 때, 삶의 신비와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샤를 페팽의 자기 확신에 대한 철학은 자기 확신을 관계적, 실천적, 실존적 차원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제시한다. 자기 확신을 정적 상태가 아닌 역동적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우리는 자기 확신을 '가지거나'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행동을 통해, 삶에 대한 신뢰를 통해 끊임없이 구축하고 재구축한다. 또한 페팽은 자기 확신의 부족을 개인의 결함이 아닌 맥락적 조건의 결과로 재프레이밍함으로써, 자기 비난의 악순환을 끊는 길을 제시한다.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희망을 준다. 어린 시절의 결핍이 있었다 해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행동하고, 자기 인식을 심화함으로써 자기 확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 행동과 자기 확신의 관계에 대한 그의 통찰은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는 우리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불완전함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라는 초대다. 의심과 불확실성에 대한 그의 재평가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현대 사회는 확실성과 통제를 추구하지만, 페팽은 의심이야말로 진정한 결정의 공간이며, 불확실성이 삶의 풍요로움의 원천임을 상기시킨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다면, 삶은 기계적이고 무의미해질 것이다. 결국 페팽의 '자기 확신에 관한 철학'은 자기 이해,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대한 행동, 그리고 실존적 신뢰가 어우러진 총체적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더 용감하고, 더 진정성 있고, 더 자유로운 삶으로의 초대장이다.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행동하며, 타인과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삶 자체를 신뢰하라는 초대. 이것이 페팽이 제시하는 자기 확신의 길이다. 각각의 법칙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감 또는 자기 확신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