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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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연애를 이어가던 커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중증 우울증. <상봉아, 우울해?>는 든든했던 연인이 우울증 환자가 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특별한 동거 이야기입니다. 저자 향용은 22살에 만난 상봉과의 6년 차 연애 중, 그가 중증 우울 장애 진단을 받게 되면서 겪은 변화와 적응의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했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연인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진솔한 감정과 일상을 담아낸 기록인 것입니다. 저자는 상봉에게 직접 하지 못한 말들, 때로는 참지 못하고 내뱉어 상처가 됐던 순간들, 그럼에도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냅니다.

공부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던 상봉은 어느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내고, 곰처럼 긴 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죠. 두세 시간씩 앉아서 공부하던 사람이 다리가 떨려 10분도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하고, 낯을 가리지 않던 사람이 아는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면 일주일을 누워 지내야 했습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은 두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관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향용은 상봉이 들어간 우울증의 세계를 "어둡고 답답하지만 도망치고 싶은 곳은 아니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이것을 새로운 우주가 열린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함께 게임하고, 요리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상봉이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자처합니다.

우울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게 카툰 형식의 책은 부담스럽지 않게 읽힙니다. 그 비결은 저자가 유지한 '적당한 거리감'에 있습니다. 배우자나 가족이 아닌 연인의 시선이기에 가능한 이 거리는,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담아냅니다. 책 속에는 두 사람의 엉뚱하고 발랄한 대화, 오랜 연애가 만든 든든한 유대감, 그리고 향용이 상봉에게 차마 하지 못한 속마음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농담을 섞어 표현하자면 '우울증을 곁들인 뜨거운 연애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향용은 우울증을 이미 집에 자리 잡은 객식구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이런 수용의 자세가 두 사람에게 안정과 회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우울증을 인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상봉에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고, 향용에게는 그런 그를 그대로 사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자는 "흔하디흔한 그 말이 우리는 참 어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상봉이 자신의 뇌가 잠시 전원을 끈 것이 아니라 전원 자체가 망가졌다고 말할 때, 그 인정의 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리뷰어가 이 부분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우울증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과정에서 상처가 되는 말들도 있었습니다. "편하게 살아서 그런 거 아니냐",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같은 말들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더 깊은 자책으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향용은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상봉의 곁을 지켰습니다. 폐쇄 병동에 입원한 상봉을 응원하기 위해 병원 앞 카페에서 일하며 멀리서나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5년이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는 상봉의 모습, 자신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모습은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리뷰어가 이 장면에서 울었다는 것은, 연락하지 않은 것이 친구가 싫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6년의 치료 끝에 상봉은 여전히 약을 복용하고 있고, 언제 재발할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이제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우울증에 지지 않는 유일한 길은,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괜찮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 속 한 구절은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손아귀를 빠져나가 아무것도 남을 것 같지 않은 모래 한 줌도 한데 모아 조심히 거르고 거르다 보면 사금 한 톨이 반짝 제 모습을 드러내듯, 허무하게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에도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우울증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상봉아, 우울해?>는 우울증으로 힘든 사람들뿐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만화와 에세이가 결합된 형식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우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감정입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자신을 원망하지 말고 천천히 다시 행복해지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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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시원스쿨 처음토익 550+ (LC + RC + VOCA) - 관리형 입문서 한 권 토익 시리즈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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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토익 교재를 처음 펼쳤을 때 마음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함께, 영어 문장들이 빽빽하게 적힌 페이지들이 마치 높은 산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학창시절 영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저에게 토익은 언제나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것'이면서도 '계속 미루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왔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정말 해내고 싶었습니다. 점수 때문만이 아니라, 영어에 대한 오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이 교재는,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듣기, 독해, 어휘가 한 권에 담겨 있다는 것. 이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예전에는 이 책 저 책 펼쳐놓고 공부하다가 정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지쳐버렸거든요. 여러 권을 사면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착각이었어요. 진짜 필요한 건 '많은 책'이 아니라 '딱 하나, 제대로 된 책'이었습니다.


교재를 펼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좌우 페이지의 구성이었습니다. 왼쪽에서 개념을 배우고, 오른쪽에서 바로 문제를 풀어보는 구조. 처음엔 '이게 뭐 그리 특별하다고?' 싶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이게 정말 큰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보통은 이론을 한참 배우다가 나중에 문제를 풀잖아요. 그러면 '아, 이거 분명 배웠는데...' 하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흐름이 끊기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근데 이 교재는 배운 걸 페이지 하나만 넘기면 바로 적용해볼 수 있어요. 마치 요리 프로그램에서 셰프가 "자,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고 시범을 보여주고 바로 "이제 여러분이 해보세요" 하는 것처럼요.

저녁, Part 5 동사 시제 파트를 공부했습니다. 현재완료와 단순과거의 차이를 왼쪽에서 배우고, 오른쪽에서 문제 10개를 연달아 풀었어요. 처음 3개는 틀렸습니다. 솔직히 좀 속상했죠. 하지만 왼쪽 설명을 다시 한 번 읽고, 제가 뭘 놓쳤는지 확인한 뒤, 다시 문제를 풀어봤어요. 그랬더니 나머지 7개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느꼈어요. '아, 이게 공부구나.' 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틀린 걸 바로 알고 고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였어요. 시험 전날 밤에 틀리는 것보다, 지금 연습하면서 틀리는 게 백 번 낫잖아요. 이 교재는 제가 안전하게 실패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출퇴근 지하철은 늘 지루한 시간이었습니다. 폰으로 뉴스나 SNS를 보다가 내리는 게 일상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교재에 있는 QR코드 하나로 제 일상이 바뀌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Part 1 사진 묘사 문제를 듣습니다. "A woman is watering the plants."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새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watering'의 'r' 발음이 처음엔 잘 안 들렸는데, 열 번쯤 듣고 나니 귀가 열리는 느낌? 그런 게 있었어요. 점심시간에는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서 Part 3 대화 문제를 듣습니다. 처음엔 대화가 너무 빨라서 당황했어요. '이걸 어떻게 다 알아듣지?' 싶었죠. 그런데 스크립트를 보면서 다시 들으니까 '아, 이렇게 말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세 번째 들을 땐 스크립트 없이도 대충 내용이 들렸습니다. 저녁 퇴근길에는 오늘 들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듣습니다. 아침에 들었던 Part 1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들려요. 이게 바로 반복의 힘이구나 싶었습니다. 하루에 30분씩, 이동 시간만 활용해도 듣기 실력이 쌓인다는 게 실감났어요. 회원 가입도 필요 없고, 앱 다운로드도 필요 없이 QR코드만 찍으면 되니까 정말 편했습니다. 예전에 다른 교재 쓸 때는 음원 찾느라 시간 낭비하고, 파일 다운로드 받느라 짜증 났었거든요. 근데 이건 정말 간단해요. 교재 펼치고 폰으로 찍으면 끝. 그 간편함이 저를 게을러지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솔직히 저는 작심삼일의 달인입니다. 새해 결심도 3일이면 무너지고, 운동도 일주일이면 포기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걱정했어요. '3일 하다가 또 포기하는 거 아냐?' 그런데 이 교재와 연결된 강의 시스템은 뭔가 달랐어요. 소피아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분이 정말 학생들을 많이 만나봤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많이 헷갈려하시는데요..." 하면서 제가 딱 막힌 부분을 짚어주시더라고요. 마치 제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계신 것처럼요. 특히 카톡 스터디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어제 밤 11시쯤, Part 6 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거 내일 물어봐야지' 하고 넘어가려다가, 혹시나 해서 카톡으로 질문을 남겼습니다. 놀랍게도 10분 만에 답변이 왔어요. 게다가 정답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그게 답인지, 제가 어디서 헷갈린 건지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순간 느꼈어요. '아, 나 혼자가 아니구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주고 있다는 걸. 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혼자 공부하면 막힐 때마다 '에이, 모르겠다' 하고 덮어버리기 쉬운데, 이렇게 물어볼 곳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기초 특강을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이런 거야 다 아는 거 아냐?' 싶어서 건너뛸까도 했어요. 근데 막상 들어보니, 제가 몰랐던 게 정말 많았습니다. 주어, 동사, 목적어. 중학교 때 배운 거잖아요? 근데 솔직히 저는 이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냥 '주어는 문장 맨 앞에 있는 거',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거'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근데 선생님이 실제 토익 문장으로 설명해주시니까, '아, 이래서 이게 중요하구나' 싶더라고요.

"The manager will review the proposal before the meeting."

이 문장에서 주어가 뭐고, 동사가 뭔지 정확히 찾을 수 있어야 Part 5, Part 6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거. 단순해 보이지만, 이게 안 되면 문법 문제는 절대 못 푼다는 거. 그걸 깨달았습니다. 발음 특강도 정말 도움이 됐어요. 'going to'가 '고잉투'가 아니라 '고나'처럼 들린다는 것, 'want to'가 '워너'로 들린다는 것. 이런 걸 미리 알고 듣기 문제를 푸는 것과 모르고 푸는 것은 천지 차이더라고요. 기초 특강을 들으면서 느낀 건, 제가 영어를 못했던 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기초가 없어서였다는 거예요. 집을 지을 때 기초 공사가 중요하듯이, 영어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교재는 그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550점. 이 교재가 약속하는 점수예요. 솔직히 처음엔 '550점이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닌데...' 싶었어요. 주변에서 700, 800점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550점은 뭔가 부족해 보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550점이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영어로 된 문장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영어 대화를 듣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550점의 의미인 거예요. 그리고 이 교재는 550점에서 멈추라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다음 단계로 가라고 말해요. 입문을 빠르게 끝내고 기본-중급으로 넘어가라고. 교재 마지막에 있는 실전 모의고사를 풀어보면서, 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목표를 세우라고. 저는 이미 다음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 교재를 끝내면 700점 목표 교재로 넘어갈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900점도 받을 거예요. 꿈같은 얘기처럼 들리지만, 예전의 저도 지금을 꿈같다고 느꼈을 거예요. 근데 저는 해내고 있잖아요. 토익 점수는 결국 숫자지만, 그 숫자 뒤에는 제 노력과 성장이 있어요. 550점은 제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명이고, 700점은 계속 나아간다는 약속이고, 900점은 결국 해낸다는 믿음이에요.


무엇보다 좋은 건, 영어에 대한 제 마음이 변했다는 거예요. 예전엔 영어 문장만 봐도 숨이 막혔는데, 이제는 조금 궁금해져요. '이건 무슨 뜻일까?', '이 문법은 뭐지?'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어요. 지하철에서 영어 광고판을 봤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어제는 문장 구조를 분석해보고 있더라고요. '여기 동사가 뭐지? 아, 이건 현재완료구나.' 이러면서요. 그 순간 웃음이 나왔어요. '내가 변하고 있구나' 하고요. 친구들한테도 말했어요. "나 요즘 토익 공부한다"고. 친구들이 놀라더라고요. 맨날 "영어는 내 적성이 아니야"라고 했던 제가 공부한다니까요. 그리고 물어봐요.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해야 하는데..." 저는 이 교재를 보여주면서 말해요. "이거 한번 해봐. 나도 하고 있어." 제가 누군가에게 영어 공부를 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근데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 나도 하고 있잖아."

저의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 교재는 제게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줬어요. 바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요.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시작이 어려울 뿐이에요.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첫 문제를 푸는 순간부터, 첫 음원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여러분은 달라지고 있어요. 교재는 완벽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에요. 저처럼 영어 울렁증이 있는 사람, 여러 번 시도했다가 포기한 사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거예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 교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거예요. 550점은 출발선이고, 700점은 경유지고, 900점은 하나의 목표일 뿐이에요. 진짜 목표는 영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거예요.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거예요. 해외여행 가서 자신 있게 말하는 거예요. 책상 위에 펼쳐진 교재를 보면서, QR코드를 찍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누릅니다. "Let's 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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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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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이 료는 <정욕>에 이어 또다시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질문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하고, 억눌려 있던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고, 숨겨져 있던 나 자신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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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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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조용히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아사이 료의 <생식기>를 읽는 내내, 나는 마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 유리창 안쪽에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자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정욕>에 이어 또다시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이것은 신체 기관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의 화자는 인간이 아니다. 주인공 쇼세이의 몸속에 깃든 '무언가'가 냉정하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인간이라는 종을 관찰한다. 그 시선은 때로 잔인할 만큼 객관적이고, 때로 우스꽝스러울 만큼 정직하다. 마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동물 생태를 관찰하듯, 인간의 행동 패턴과 집단 심리를 분석하는 이 존재의 목소리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쇼세이는 33세의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의태'하며 살아간다. 회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어떤 소속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신화를 믿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 없다. 동성애자인 그는 이미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범주 밖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그는,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생산성이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는 가면을 쓴다. 친절하게 미소 짓고, 동료의 말을 경청하고, 적당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그 어떤 공동체의 논리에도 잠식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받는 기분이었다. 생산하지 않으면 정말 가치가 없는가?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은 불완전한가? 공동체에 기여하지 않는 개인은 비난받아 마땅한가? 이 질문들은 비단 동성애자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들, 사회가 정한 성공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던져지는 날카로운 화살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직장에서는 실적으로, 가정에서는 자녀의 수와 성취로 말이다.

쇼세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승진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 판단하고 결단하고 선택하고 선도하는 자리에 오르기를 거부한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낼 뿐이다. 동시에 그는 자기만의 작은 행복을 쌓아간다. 체중과 체지방률을 관리하고, 새로운 베이킹 레시피에 도전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친구들과 함께 디저트를 나눠 먹는다. 이것이 그의 '성장'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확대와 팽창이 아니라, 내면의 충만함을 향한 조용한 전진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쇼세이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의태'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기대되는 역할을 연기한다. 좋은 학생, 성실한 직원, 효도하는 자녀, 사랑하는 부모. 그 역할들 사이에서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가? 가면을 벗었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쇼세이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개체'임을 잊지 않는다. 공동체 감각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자가 던지는 관찰이었다. "인간이란, 그냥 살 수 있다는 상태에 가까워지면 바로 그 이상을 원한다." 이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우리는 왜 충분함에 만족하지 못할까? 왜 끊임없이 '더 나은' 무언가를 추구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일까? 다른 동물들은 생존과 번식에 충실할 뿐인데, 인간만이 삶의 의미를 묻고, 가치를 따지고, 목적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안과 초조에 시달린다. 죽음을 알기에, 시간의 유한함을 깨닫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역산하며 산다.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쯤에서는 이런 성취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화자는 또한 흥미로운 상상을 펼친다. 만약 모든 인간이 일제히 이 '놀이'를 멈춘다면 어떨까? 사회인 놀이, 가족 놀이, 성장 놀이를 멈추고 두 팔을 툭 떨어뜨린다면? 사실은 모두가 내려놓고 싶은 것은 아닐까? '지금보다 더'를 강요하는 이 세계의 구조로부터.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지쳐 있다. 끝없는 경쟁과 비교, 평가와 심판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것이 이것일까? 쇼세이는 다른 세계를 산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만, 그의 내면은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해 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에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 이것이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다. 우리는 각자 다른 기준으로,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을 향해 살아갈 권리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행복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행복일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승진과 성공이 의미 있는 목표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레시피를 완성하는 것이 진정한 성취일 수 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나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을까? 나의 행복 기준은 정말로 나 자신의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주입한 것일까? 나는 얼마나 '의태'하며 살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쇼세이처럼, 나도 나만의 작은 '온전함'을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가도 괜찮다. 공동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뿐이다. 아사이 료는 <정욕>에 이어 또다시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질문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하고, 억눌려 있던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고, 숨겨져 있던 나 자신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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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 피플 - 구글과 스트라이프 출신 COO가 전하는 초고성장 전략
클레어 휴스 존슨 저자, 이길상 외 역자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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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피카소의 삶을 다룬 전기도 좋지만, 때로는 가장 저렴한 터펜타인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읽은 클레어 휴스 존슨의 <스케일링 피플 : Scaling People>은 바로 그런 책이다. 구글에서 10년, 스트라이프에서 COO로 7년 이상 일하며 160명 규모의 조직을 7,000명 이상으로 키운 그녀는 실전에서 검증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 상자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개선하는 방법을 찾으며, 불편한 속도로 일한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성장하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불편하다. 어제의 방식이 오늘은 작동하지 않고, 오늘의 해결책이 내일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존슨이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다. 그녀가 제시하는 '운영체제(OS)' 개념은 이러한 성장통을 관리하는 핵심 프레임워크다. 조직의 운영체제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결정하는 일련의 시스템과 원칙을 의미한다. 이는 기초와 계획, 채용, 팀 개발, 피드백과 성과관리라는 네 가지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각 영역에서 명확한 시스템이 없다면, 조직은 혼란스러운 반응적 상태에 머물게 된다.

효과적인 관리와 리더십의 출발점은 자기 인식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과 타인이 우리를 보는 방식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는 과거 경험으로 형성된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맹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선의로 한 행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매니저가 팀원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가 오히려 불안을 조성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팀을 돕고 싶었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팀의 안정을 해치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면서, 비로소 메타적 관점에서 상황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인식이 부족하다는 신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동의할 수 없는 피드백을 받거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거나, 업무에 지쳐있거나, 상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존슨은 모든 피드백에는 타당성이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피드백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최고의 팀은 생각을 억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프레젠테이션은 끔찍했다"와 "그 프레젠테이션에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는 천지 차이다. 전자는 판단이고, 후자는 공동 탐색이다.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고 방어적으로 반응한 팀원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단순히 "긴장해 보인다"고 말하는 대신, "약간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며 구체적인 행동(말하는 속도, 음색, 습관)을 설명했을 때, 비로소 생산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그가 조직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대화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손님과 생선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 불편한 문제를 덮어두면 결국 악취를 풍기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루는 것이 낫다. 이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신뢰 구축에는 투명한 의사소통뿐 아니라 명확한 기초 문서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그것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이해할 때,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구글의 OKR 시스템은 이러한 일관된 구조의 대표적 사례다. 경영진이 OKR을 확정하느라 지연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것은 목표가 진지하고 현실적이며,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교황 선출을 기다리듯 경영진이 한 방에 모여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모습은, 조직이 목표 설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좋은 목표는 행동이 아닌 결과를 지향하며,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몇 퍼센트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명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50%를 목표로 했고, 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오히려 질문이 따랐다. 구글은 70%를 목표로 했다. 이러한 명확한 기대치는 팀이 적절한 수준의 도전을 설정하도록 돕는다.

조직은 성장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친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는 반응적 단계에서, 미래 투자를 계획하는 전략적 단계로 이동한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2-피자 팀의 스크래피한 개발 단계(기술 부채와 빠른 반복)에서, 코드베이스를 분리하는 2단계(개발자 속도 향상)를 거쳐, 완전한 플랫폼화 3단계로 진화한다. 여기서 깊은 통찰은 이를 정확히 맞추기가 매우 어렵고, 최적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변화 자체가 어렵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 집중하느라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리더십 팀은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을 완화하는 중요한 작업에 투자할 책임이 있다. 프로세스는 나쁜 평판을 얻었지만, 필요악이다. 프로세스 과잉의 비용을 줄이려면 방어적 프로세스를 경계하고, 낡은 프로세스를 폐기할 방법을 찾으며, 실험을 허용하고 너무 경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케일링 피플>은 교과서처럼 접근해야 하는 책이다. 모든 교훈을 한 번에 흡수할 수는 없다. 어떤 교훈은 현재 상황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매우 성공적인 조직을 확장한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는 것은 거의 항상 유익하다. 책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성장하는 모든 조직의 리더에게 가치 있는 자원이다. 링크드인, 디스코드 같은 회사의 CEO들과 다양한 업계 리더들이 극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공을 위한 검증된 프로세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존슨의 접근 방식은 피카소의 터펜타인 비유로 돌아온다. 때로는 예술 이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도구를 제공한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은 본질적으로 혼란스럽고 불완전하다. 하지만 명확한 운영 원칙, 자기 인식,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일관된 시스템이 있다면, 그 여정은 훨씬 더 관리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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