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케일링 피플 - 구글과 스트라이프 출신 COO가 전하는 초고성장 전략
클레어 휴스 존슨 저자, 이길상 외 역자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피카소의 삶을 다룬 전기도 좋지만, 때로는 가장 저렴한 터펜타인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읽은 클레어 휴스 존슨의 <스케일링 피플 : Scaling People>은 바로 그런 책이다. 구글에서 10년, 스트라이프에서 COO로 7년 이상 일하며 160명 규모의 조직을 7,000명 이상으로 키운 그녀는 실전에서 검증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 상자다.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개선하는 방법을 찾으며, 불편한 속도로 일한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성장하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불편하다. 어제의 방식이 오늘은 작동하지 않고, 오늘의 해결책이 내일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존슨이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다. 그녀가 제시하는 '운영체제(OS)' 개념은 이러한 성장통을 관리하는 핵심 프레임워크다. 조직의 운영체제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결정하는 일련의 시스템과 원칙을 의미한다. 이는 기초와 계획, 채용, 팀 개발, 피드백과 성과관리라는 네 가지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각 영역에서 명확한 시스템이 없다면, 조직은 혼란스러운 반응적 상태에 머물게 된다.효과적인 관리와 리더십의 출발점은 자기 인식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과 타인이 우리를 보는 방식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는 과거 경험으로 형성된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맹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선의로 한 행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매니저가 팀원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가 오히려 불안을 조성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팀을 돕고 싶었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팀의 안정을 해치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면서, 비로소 메타적 관점에서 상황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인식이 부족하다는 신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동의할 수 없는 피드백을 받거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거나, 업무에 지쳐있거나, 상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존슨은 모든 피드백에는 타당성이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피드백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최고의 팀은 생각을 억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프레젠테이션은 끔찍했다"와 "그 프레젠테이션에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는 천지 차이다. 전자는 판단이고, 후자는 공동 탐색이다.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고 방어적으로 반응한 팀원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단순히 "긴장해 보인다"고 말하는 대신, "약간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며 구체적인 행동(말하는 속도, 음색, 습관)을 설명했을 때, 비로소 생산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그가 조직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대화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손님과 생선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 불편한 문제를 덮어두면 결국 악취를 풍기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루는 것이 낫다. 이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이다.신뢰 구축에는 투명한 의사소통뿐 아니라 명확한 기초 문서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그것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이해할 때,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구글의 OKR 시스템은 이러한 일관된 구조의 대표적 사례다. 경영진이 OKR을 확정하느라 지연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것은 목표가 진지하고 현실적이며,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교황 선출을 기다리듯 경영진이 한 방에 모여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모습은, 조직이 목표 설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좋은 목표는 행동이 아닌 결과를 지향하며,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몇 퍼센트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명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50%를 목표로 했고, 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오히려 질문이 따랐다. 구글은 70%를 목표로 했다. 이러한 명확한 기대치는 팀이 적절한 수준의 도전을 설정하도록 돕는다.조직은 성장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친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는 반응적 단계에서, 미래 투자를 계획하는 전략적 단계로 이동한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2-피자 팀의 스크래피한 개발 단계(기술 부채와 빠른 반복)에서, 코드베이스를 분리하는 2단계(개발자 속도 향상)를 거쳐, 완전한 플랫폼화 3단계로 진화한다. 여기서 깊은 통찰은 이를 정확히 맞추기가 매우 어렵고, 최적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변화 자체가 어렵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 집중하느라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리더십 팀은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을 완화하는 중요한 작업에 투자할 책임이 있다. 프로세스는 나쁜 평판을 얻었지만, 필요악이다. 프로세스 과잉의 비용을 줄이려면 방어적 프로세스를 경계하고, 낡은 프로세스를 폐기할 방법을 찾으며, 실험을 허용하고 너무 경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케일링 피플>은 교과서처럼 접근해야 하는 책이다. 모든 교훈을 한 번에 흡수할 수는 없다. 어떤 교훈은 현재 상황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매우 성공적인 조직을 확장한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는 것은 거의 항상 유익하다. 책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성장하는 모든 조직의 리더에게 가치 있는 자원이다. 링크드인, 디스코드 같은 회사의 CEO들과 다양한 업계 리더들이 극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공을 위한 검증된 프로세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존슨의 접근 방식은 피카소의 터펜타인 비유로 돌아온다. 때로는 예술 이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도구를 제공한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은 본질적으로 혼란스럽고 불완전하다. 하지만 명확한 운영 원칙, 자기 인식,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일관된 시스템이 있다면, 그 여정은 훨씬 더 관리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