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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므라이스에 숨은 경영전략 - 만 원짜리 상품, 어떻게 100만 원에 팔릴까
가키우치 다카후미 지음, 이경미 옮김 / 지니의서재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 점심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8,000원. 계란으로 감싼 밥에 케첩이 뿌려진, 지극히 평범한 한 끼였다. 맛있었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오므라이스에 '스타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혹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라는 추억이 덧붙여진다면? 같은 재료, 같은 조리법이지만 가격은, 그리고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가키우치 다카후미의 <평범한 오므라이스에 숨은 경영전략>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정말 '것' 그 자체를 사는 걸까, 아니면 그것에 얹힌 '무엇'을 사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 지난 몇 년간의 실패였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나는 늘 '실력'에만 집착했다. 더 나은 포트폴리오, 더 완벽한 결과물.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슷한 실력을 가진 동료가 나보다 훨씬 많은 의뢰를 받았다. 처음엔 운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인맥이 좋아서, 우연히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그 사람은 '작업물'을 넘기는 게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중간 과정을 공유하고,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먼저 물어보고, 완성 후에도 간단한 사용 가이드를 덧붙였다. 기술적으로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서비스에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배어 있었다. 바로 그것이 부가 가치였다.
저자는 '가치'를 간단한 공식으로 정리한다. 기본 가치에 부가 가치를 더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빼는 것이다. 듣기엔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더하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능, 더 화려한 포장, 더 긴 설명. 그런데 정작 고객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닐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온 파슬리 이야기가 그렇다. 튀김 요리 옆에 놓인 파슬리는 어떤 사람에게는 '정성'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치워야 할 것'이다. 같은 요소가 어떤 맥락에서는 가치가 되고, 다른 맥락에서는 낭비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더할까'다. 며칠 전 동네 카페에서 겪은 일이 이를 정확히 보여준다. 평소처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바리스타가 건네며 한마디 했다. "오늘 원두가 새로 들어와서 평소보다 산미가 조금 강할 거예요. 혹시 불편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단 10초의 대화였지만, 그 커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됐다. 그냥 마셨다면 '어? 오늘 맛이 좀 다른데?'라고 생각했을 산미가, 이제는 '아, 새 원두구나. 이것도 괜찮네'로 바뀌었다. 맥락을 설명하는 한 문장이 불만을 기대로, 의문을 이해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스몰 토크의 힘'이다. 거창한 마케팅이나 브랜딩이 아니어도, 진심 어린 한마디가 관계를 바꾸고 가치를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이 마케팅 기법서가 아닌 이유는, '평범함'을 긍정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보통 차별화를 위해 '특별해지려' 애쓴다. 남들과 다른 걸 해야 하고, 독특해야 하고, 눈에 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정말 그래야만 할까? 책에 나온 한 일화가 인상적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특별한 스펙이 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평범합니다"였다. 그들은 덧붙였다. "고객도 대부분 평범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제가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죠." 이 말은 내게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동안 '평범함'을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재능도, 화려한 경력도 없는 나를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평범함은 결핍이 아니라 '공통의 언어'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범하다면, 그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넓은 공감대 아닌가 싶다. 이 관점의 전환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조언과도 맞닿아 있다. 예산이 부족하고, 인력이 모자라고, 시간이 없다는 불평 속에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가진 것, 이미 존재하는 자원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면? 책에 나온 한 동물원 사례가 그랬다. 희귀한 동물을 들여올 예산이 없었던 그 동물원은 발상을 바꿨다. '없는 것(다양한 동물)'이 아니라 '있는 것(동물의 생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사자가 몇 마리 있느냐가 아니라, 사자가 어떻게 사냥하고 쉬고 놀며 사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는? 방문객들은 희귀함이 아니라 '진짜 동물의 삶'에 매료됐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내 책상 위를 돌아봤다. 낡은 노트북, 몇 권의 책, 반쯤 마신 물 한 잔. 별것 없어 보이지만, 이 안에도 이야기는 있다. 이 노트북으로 첫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이 책들은 힘들 때마다 꺼내 읽었고, 이 물컵은 10년 전 첫 직장 동료가 준 선물이다.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평범한 사물은 '나의 서사'가 된다. 그리고 그 서사가 바로 내 일과 삶의 부가 가치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결국 부가 가치란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만드는 것을, 내가 만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 오므라이스는 오므라이스다. 하지만 그걸 만드는 사람이 "오늘 손님이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케첩으로 메시지를 쓴다면, 그 순간 오므라이스는 식사를 넘어 '마음'이 된다. 거창한 기술이나 자본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진심, 관심, 세심함. 그런 것들이면 충분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클라이언트에게 작업물을 넘길 때, 한 줄 메모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 부분은 이런 의도로 만들었어요", "혹시 수정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냥 파일만 보낼 때와 비교하면 30초도 안 걸리는 일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꼼꼼하시네요", "다음에도 부탁드릴게요"라는 답이 왔다. 변한 건 작업물의 퀄리티가 아니라, 내가 더한 '한 문장'이었다. 그 한 문장이 신뢰를 만들고, 다음 기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