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 바로 쓰는 일잘러의 챗GPT 프롬프트 74가지 - 업무와 일상을 바꾸는 챗GPT 활용법
이석현 지음 / 제이펍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지금 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면 답이 돌아오는 시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 는 역설이 펼쳐지는 시대. <실무에 바로 쓰는 일러의챗GPT 프롬프트 74가지>를 읽으며 내가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이 책이 업무 효율화 매뉴얼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책은 일러를 위한 챗GPT의 사용 방법론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74가지 프롬프트 는 표면적으로는 이메일 작성법, 회의록 정리법, 데이터 분석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프롬프트는 " 당신 은 무엇을 원하는가? " 당신의 업무에서 진짜 핵심은 무엇인가?" "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가? " 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챗GPT는 거울이다. 우리가 던진 질문의 품질만큼만 답을 돌려준다. 그렇기에 프롬프트를 설계한다는 것은 곧 자기 사유의 구조를 설계 하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빠른 답'을 요구받는다. 업무는 속도전이 되었고, 생각할 시간은 사치가 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Al라는 도구는 우리에게 다시 생각할 여유를 돌려준다. 챗GPT가 초안을 작성하는 동안, 우리는 비로소 "이게 정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인가?"를 묻게 된다. 기계가 대신 쓰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의미'를 고민할 공간을 얻는다. 이 책은 바로 그 공간을 어떻 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라 할 것 같다.

책이 강조하는 핵심 구조는 명확하다. 목표-제약-컨텍스트-포맷. 이 네 가지 틀만 제대로 잡아도 챗GPT의 결과물은 극적으로 달라진 다. 곧 업무를 대하는 태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소통을 구조화하는 방식 그 자체다. 예를 들어, '이메일 초안 작성' 프롬프트의 경우, 단순하게 " 이메일 써줘 " 라고 하는 대신, 역할을 정의하고, 목표를 명시하며, 톤과 길이를 제한하고, 출력 형식을 지정한다. 이 과정은 마치 나 자신에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이메일을 쓰는가?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 를 되묻는 일과 같다. 프롬프트는 명령어가 아니라 자기 점검의 체크리스트가 된다. '데이터 정제 및 피벗 요약' 프롬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던져주고 분석해줘"라고 하는 대신, 어떤 이상치를 찾고, 어떤 기준으로 피벗하며, 어떤 형태의 인사이트를 원하는지를 구체 화한다. 결국 이것은 "나는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알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정교화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흔히 데이터 자체가 답을 준 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데이터는 질문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챗GPT는 그 관점을 명료하게 만드는 도 구다. 저자가 말하는 '재현 가능한 성과'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운에 기대지 않고, 매번 비슷한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사고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것은, 머 릿속의 혼란을 질서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리고 프롬프트는 그 질서를 언어로 옮기는 훈련이다.


팀 협업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회의 전 안건 정리, 회의 중 실시간 요약, 회의 후 액션 아이템 추출, 이 모든 과정에 챗GPT를 활용 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AI가 '기록자'가 아니라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회의록을 정리할 때 챗 GPT에게 "결정된 것과 보류된 것, 그리고 담당자와 데드라인을 표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그것은 회의 참석자들이 "우리는 정말 결정을 내렸는가? 아니면 그냥 이야기만 나눈 것인가?"를 직면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많은 회의가 결론 없이 끝나는 이유는, 우리가 '결 정'과 '논의'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는 그 경계를 명확히 그어준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진단' 프롬프트는 더 나아가 인 간관계의 영역까지 파고든다. 동료와의 대화 패턴을 분석하고, 갈등 지점을 찾아내며, 더 나은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이것은 기술의 영 역이 아니라 감정과 관계의 영역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I는 여기서도 유용하다. 왜냐하면 AI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제3자의 시선으 로, 우리가 보지 못하는 패턴을 짚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채GPT는 인간의 감정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인간이 감정에 집중할 여유를 만든다"고 말한다. 정확한 표현이다. 회의록 정리, 일정 관리, 보고서 초안 작성, 이런 기계적 작업을 AI에게 맡기면, 우리는 비로소 '이 프로젝트가 정말 의미 있는가?' '팀원들이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가?' 같은 본질적 질문에 시간을 쓸 수 있다. AI 시대의 일러는, 기술 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성을 더 깊이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데이터 분석 파트는 이 책에서 가장 철학적인 부분이었다. 저자는 데이터를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이야기'로 본다. 그리고 챗GPT는 그 이야기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통역사다. 매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우리는 보통 "이번 달 매출이 올랐다/내렸다"는 사실 팩트 체 크에 그친다. 그러나 챗GPT에게 " 어느 제품군에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고객층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피벗 테이블로 보여주고, 그 이 유를 3가지 가설로 제시해줘 " 라고 요청하면, 데이터는 갑자기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숫자는 맥락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설문조사 인사이트 추출' 프롬프트다. 수백 개의 주관식 응답을 사람이 일일이 읽고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러나 챗GPT는 패턴을 찾아내고,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며, 응답자들의 감정 톤까지 분석한다. 그 결과, 우리는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데이터와의 대화'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다. 데이터는 침묵 하고 있지만,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한다. 챗GPT는 그 질문을 구체화하고, 답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한 다. 결국 데이터 분석 능력이란,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유의 능력이다.


책은 챗GPT를 업무 코치로 활용하고, 커리어 로드맵을 설계하며, 번아웃을 진단하고, 자기 강점을 탐색하는 방법들. 이것은 더 이상 "일 잘하는 법'이 아니라 '잘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다. '주간 회고 프롬프트'를 보면, What-So What-Now What 구조로 한 주를 돌 아본다. 무엇을 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다음 주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구조가 반복되면, 우리는 서서히 자기 패턴을 발견하 게 된다. 어떤 일에서 에너지를 얻고, 어떤 일에서 소진되는지. 어떤 목표는 진짜이고, 어떤 목표는 타인의 기대인지. 챗GPT는 여기서 거울이자 코치다. 우리가 던진 질문에 답하되, 또 다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목표는 왜 중요한가요?" 당신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사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다. AI는 그 여유를 만들어준다. 저자는 "AI 시대의 일러는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 라,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확하다. 챗GPT는 생산성 도구만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매개체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우리는 일을 빨리 끝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일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AI가 인간의 일자리 를 빼앗을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정반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 왜냐 하면 AI가 대신해주는 것은 '기계적인 것'이고, 인간에게 남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정리는 AI가 하지만, 그 데이터 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인간이 판단한다. 보고서 초안은 AI가 쓰지만, 그 보고서에 어떤 가치를 담을지는 인간이 선택한다. 회의록은 AI가 정리하지만, 팀원들의 감정을 읽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결국 프롬프트를 잘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원 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기 인식의 문제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코딩도, 데이터 분석도 아니다. 그것 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 일은 왜 중요한가?"를 끊임없이 묻는 능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