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과학 - 빅뱅에서 인공지능까지 세상 만물의 빅히스토리
주철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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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밤사이 도착한 메시지, 알림, 뉴스가 화면을 채운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촘촘하게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외롭다는 말이 흔하다. <연결의 과학>에서 "기술과 물질은 초연결로 치닫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단절되어 있다"는 의미를 오래 생각해 보았다. 연결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느끼지 못할까. 이 질문에서 나만의 '연결' 이야기를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책은 연결을 두 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내가 고를 수 없는 숙명의 연결, 다른 하나는 내가 만들어 가는 운명의 연결이다. 저자는 이를 하이데거의 말을 빌려 '피투(被投)'와 '기투(企投)'라고 부른다. 피투의 연결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다.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우주,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탄소와 산소, 40억 년 전 루카에서 이어져 온 유전자까지, 내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연결의 결과다. 내가 이 시대, 이 나라, 이 가족 안에 태어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투표해 본 적 없는 조건 속에서 우리는 삶을 시작한다. 오래 남은 비유는 교실이다. 교실은 학생들의 연결로 이루어진 계이고, 학년이 끝나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학급은 죽음을 맞이한다. 건물도 칠판도 그대로인데 그 교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교실의 본질은 벽과 책상이 아니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연결이었기 때문이다. 졸업한 뒤 흩어진 친구들이 떠올랐다. 같은 교실에서 웃고 떠들던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도시에서 각자의 삶을 산다. 우리가 나눈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담았던 '우리 반'이라는 계는 분명 끝났다. 그때는 이별이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사람이 아니라 연결이 사라지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면 관계를 지킨다는 것은 사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연결을 가꾸는 일이다. 연락을 먼저 건네고, 안부를 묻고,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소한 노력이 한 계의 죽음을 늦춘다. 엔트로피는 가만두면 늘어나기 마련이라, 연결은 가만두면 풀어지고 에너지를 들여야 유지된다. 책은 연결이 늘 선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짚는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건너온 것도, 방역이 허술한 곳에서 생긴 변이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진 것도 연결의 결과였다. 전쟁은 경제와 지정학의 연결이 무기가 된 모습이고, 거짓 정보가 들불처럼 번지는 일은 디지털 연결이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모습이다. 연결은 번영의 토대이면서 동시에 위기의 통로다. 코로나19를 겪은 세대로서 나는 이 말이 몸으로 와닿는다. 지구 반대편의 소식이 내 일상의 문을 닫게 했고, 보이지 않는 연결이 마스크 한 장의 무게로 내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때 우리는 알았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남이 조심하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고, 남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연결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놓인 조건이었다. 책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과 이어져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이어 갈 것인가"라고 묻는다. 앞의 두 질문에는 과학이 답해 준다. 우리는 별의 먼지에서 왔고, 생태계와 인류와 서로에게 이어져 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는 누구도 대신 답해 주지 않는다. 그것이 기투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이 나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내 행동은 연쇄적으로 누군가에게 닿고, 그 누군가는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진다. 연결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선택하지 않은 선물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이어 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우주가 138억 년 동안 이어 온 끈을 내 대에서 느슨하게 만들지, 조금 더 단단하게 엮어 다음 사람에게 건넬지는 결국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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