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처방합니다 - 삶을 다시 일으키는 미적 경험 너머의 힘
데이지 팬코트 지음, 조현욱 옮김 / 디플롯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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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림을 그리며 마음이 가라앉았다는 경험, 음악이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처방합니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반가움 보다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제목만 보면 예술을 만능 치료제로 그리는 또 하나의 낙관적인 책일 것 같다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책은 내 우려를 비껴갔다. 저자 Daisy Fancourt는 책 곳곳에서 예술이 만병통치약(panacea)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는 예술이 오히려 더 큰 해를 끼친 사례를 직접 제시하고, 예술 치료와 관련해 떠도는 여러 신화를 하나씩 바로잡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과장과 선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이 분야를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고 본다는 점이다. 과장된 주장을 걸러 내야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분할 수 있고, 그래야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 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장된 약속은 결국 실망을 낳고, 실망은 분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의 건강 효과에 대한 엄밀한 과학적 증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장과 신화를 걷어 내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는 신경과학, 역학, 심리학, 면역학, 행동과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 참여가 가져오는 측정 가능한 건강상의 이점을 설명한다. 그가 3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 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도 신뢰를 더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책의 참고문헌이 상징적이다. 주장의 출처를 숨기지 않고 독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예술은 좋다'는 믿음을 '예술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좋은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놓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가 그동안 읽은 많은 책은 연구 결과 중 듣기 좋은 부분만 골라 쓰거나, 개인의 일화에만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그런 방식과 명확히 거리를 둔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예술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를 다룬 대목이다. 저자는 예술 활동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짚는다. 예술가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창작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에 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창작 활동을 멈춘 뒤에야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 사람들이었다.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사실은 이 책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점이 오래 남았다. 창작 경력이 정신 건강을 해졌거나, 질병으로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에게 "예술이 치유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용한 수준을 넘어 잔인한 일이다. 치유라는 단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쓰여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부정당하는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rt Cure>는 예술이 사람을 살린다는 낙관적인 믿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믿음에 과학적 근거와 현실적 한계를 함께 붙여 준다. 책이 예술 치료에 관한 논의에서 그늘과 뉘앙스를 함께 다루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예술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술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인정할 때에야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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