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코프는 이 구분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현대 예술의 몇몇 사례에서 문화적 전유라는 복잡한 문제는 지나치게 가볍게 다뤄진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원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기억"이 예술 안에서 어떻게 뒤섞 이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LLM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나 이미지 생성 모델은 방대한 기존 작품을 학습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 작가의 문장 리듬, 붓질의 패턴, 구도의 관습을 통계적으로 흡수한다. 그리고 이를 새롭 게 조합해 결과물을 만든다. 이것은 맨코프가 묘사한 "흡수, 변형, 재방출"의 순환과 닮아 있다. 하지만 차이도 분명하다. 인간 예술가는 대개 왜 그것에 끌렸는지를 자각한다. 베이컨은 벨라스케스를 붙잡고 씨름했고, 워홀은 상품 이미 지를 통해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드러냈다. 그들의 차용에는 삶의 경험, 욕망, 불안, 그리고 시대에 대한 입장이 개입했다. 반면 모델은 사람의 의도나 체험 없이 확률적으로 결과를 내놓는다. 그 결과물이 아무리 세련되어도, 그 안에는 한 인간이 세계와 씨름한 흔적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AI의 결과물을 쉽게 "훔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 원작자의 동의, 그리고 결과물이 원작과 얼마나 닮았는지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LLM 시대에 위대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LLM 시대의 위대한 예술을 무엇을 왜 가져왔는지를 아는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기술은 빌림의 속도와 규모를 바꾸었지만, 빌 림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질문이다. 무엇에 끌렸는가, 그 끌림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바꿀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을 어떻게 정직하게 드러낼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작품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맨코프 의 말처럼 독창성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신화일지도 모른다. 모든 예술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재배치이며, 가장 창의적인 예술가는 가장 열정적으로 훔친 사람이었다. 그러나 훔침이 곧 위대함은 아니다. 위대함은 훔친 것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보는 사람이 자신의 시선을 되묻게 만드는 힘에서 나온다. AI가 무한히 이미지를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그럴듯한 결과"보다 "의미 있는 질문"을 만드는 예술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질문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빌리고, 무엇을 더하며, 어디에 책임을 질 것인가. LLM이 인간의 과거를 학습해 새로운 것처럼 보여 주는 시대에, 위대한 예술은 기술의 화려함 이 아니라 인간이 던지는 정직한 질문과 그 질문을 향한 책임 있는 변형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