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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기술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6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득'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나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떠오른다.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제갈량, 루이 하우, 을파소 등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 생각이 절반만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들의 설득은 말을 잘하는 데서 나오지 않았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일관성에서 나왔다.
먼저 제갈량은 확신에 찬 어투와 신상필벌로 사람을 움직였다. 그는 말끝을 흐리지 않았고, 아끼던 마속이 군령을 어기자 눈물을 머금고 벌했으며, 스스로도 직위를 세 등급 낮추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엄격함이 오히려 신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형벌이 엄했는데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기준이 모두에게 공평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설득을 '상대를 내 쪽으로 끌고 오는 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제갈량의 방식은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보이는 일'에 가까웠다. 말이 행동과 어긋나면 아무리 논리가 훌륭해도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격장법으로 황충의 자존심을 건드린 일화도 흥미로웠다. 다만 이것은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자주 쓰면 조종이 된다는 책의 경고에 공감한다. 같은 기술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설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술수가 된다.
루이 하우의 설득은 말이 아니라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면서도 철저한 조사로 전략을 세웠고, 루스벨트가 소아마비로 쓰러졌을 때는 7년을 곁에서 지켰다. 이런 사람의 말은 의심할 이유가 없다. 이 대목에서 '행동은 말보다 강하다'는 문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사람은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지만, 자기를 위해 대가 없이 애쓰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한편 그가 뜻이 꺾이면 루스벨트에게까지 욕을 퍼부었다는 대목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직설이 충언이 되려면 그 전에 쌓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미 믿음이 있는 관계에서의 직언과, 신뢰 없이 던지는 독설은 전혀 다르다. 그러니 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그 바탕에 있던 진정성을 배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을파소는 예의와 과단성으로 설득했다. 고국천왕이 내린 관직이 마음에 차지 않았을 때, 그는 불만을 말하는 대신 더 현명한 사람을 쓰라고 에둘러 말했고, 왕은 그 뜻을 알아채고 국상 자리를 맡겼다. 직접 요구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이다. 이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뜻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설득인지 보여준다. 또 그는 진대법처럼 백성에게 실제로 이로운 정책을 과단성 있게 밀어붙였다. 이리저리 재다 때를 놓치는 사람보다, 신중히 생각하되 결정하면 곧장 실행하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는 말은 나에게도 뼈아프다. 나는 결정을 미루다 기회를 놓친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했다. 유비가 한 왕실의 재건을 바란다는 것을, 루스벨트가 믿고 맡길 참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고국천왕이 어지러운 정국을 바로잡을 인물을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이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 제갈량은 자신에게도 벌을 주었고, 루이 하우는 끝까지 곁을 지켰고, 을파소는 정책으로 말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상대를 이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했다. 데일 카네기가 말한 '상대의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선 말하기 전에 상대가 무엇을 걱정하고 원하는지 생각해 보려 한다. 내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상대의 관심사와 닿아 있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자신 있게 말하되 과신하지 않으려 한다. 확신은 신뢰를 주지만 지나친 확신은 오만으로 보이고 다른 해법을 막는다는 지적을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약속을 지키려 한다. 작은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사람의 말에는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려고 애쓰기 전에,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설득의 첫걸음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