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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즈니스 트렌드 2027 - 휴머노이드 전성시대, 이제 휴먼의 미래는 없다
이소영.이예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2년 말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대중에게 열린 뒤, 우리는 불과 몇 해 사이에 세 번의 국면을 지나왔다. 2025년이 생성형 AI가 퍼진 해였다면, 2026년은 스스로 과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된 해였다. 책은 2027년의 키워드로 ‘증폭(Amplification)’을 제시한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세상을 움직인 단어가 ‘생산’과 ‘효율’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의 판단과 의도를 얼마나 크게 키워 주느냐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 진단은 나의 체감과도 맞닿아 있다. 처음 챗봇을 쓸 때 나는 AI에게 “무엇을 더 빨리 해 줄 수 있느냐”를 물었다. 요약, 번역, 초안 작성처럼 시간을 아끼는 용도였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일정을 조율하고 자료를 모아 보고서의 뼈대까지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질문이 “이 일을 어떻게 맡길 것인가”로 바뀌었다. 도구는 사용법을 익히면 끝나지만, 동료는 역할과 권한,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책이 말하는 ‘도구에서 직원이 된 AI’는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AI 수익 방정식’이다. 2027년의 기업은 AI에 돈을 쓰기만 하는 기업과 AI로 돈을 버는 기업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갈림길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쓰느냐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지능은 이미 충분히 싸고 똑똑해졌고, 부족한 것은 그 지능이 돈을 벌게 만드는 설계라는 것이다. 무엇을 성과로 정의하고, 어느 업무 라인에 AI를 붙이고,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사람이 확인할 것인가. 모델 성능이 빠르게 평준화되는 지금, 이 말은 설득력이 있다. 같은 모델을 쓰고도 어떤 팀은 회의록 요약에 머물고, 어떤 팀은 영업과 고객 응대의 흐름 전체를 바꾼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업무에 AI를 ‘덧붙이느냐’, 처음부터 AI를 전제로 ‘다시 설계하느냐’에서 나온다. 책이 ‘피라미드를 뒤집는 시간’이라 부르는 흐름, 곧 첫 설계도가 전부를 좌우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의 비즈니스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도입 속도보다 업무를 다시 그리는 용기라고 본다.
산업별 트렌드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이커머스와 엔터테인먼트다. 아마존이 쇼핑 챗봇 루퍼스를 ‘알렉사 포 쇼핑’으로 통합하면서, 조수를 넘어 고객의 대리인으로 역할을 끌어올렸다는 사례가 그렇다. 이 에이전트는 다른 소매점 사이트에서 상품을 찾아 구매까지 대신 마친다. 자사 검색창을 지키는 대신 고객의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클릭하던 시대에는 화면 속 진열과 광고가 경쟁의 무기였다. 그러나 구매를 에이전트가 대행하면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에이전트’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마케팅의 대상이 바뀌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책이 ‘관계 자체가 하나의 시장’이 된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돈을 내는 대상이 정보에서 정서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상에 동행하는 아바타를 ‘프렌덤(frienddom)’이라 이름 붙인 대목에서는 팬덤의 주어가 바뀌는 것을 실감했다. 노인 외로움을 덜어 준 소셜 로봇 사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정보 처리는 곧 누구나 쓰는 기본 기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차별점은 신뢰, 취향, 정서적 연결 같은 ‘관계의 품질’이다. 이 부분은 기업에도 큰 숙제를 안긴다. 관계를 파는 사업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는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운전석 없는 택시가 매주 수십만 명을 태우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공장에 출근하며, 물류창고의 로봇은 사람 수를 따라잡고 있다. 책은 이 ‘전면 무인화’의 속도를 기술 시연이 아니라 세 가지가 정한다고 짚는다. 대당 원가와 정비 비용이라는 단위경제, 사고 한 건의 무게라는 안전, 그리고 어느 자리를 사람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선택이다. 이 세 번째 관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의 둘은 시간이 지나면 기술과 규모의 경제가 풀어 줄 수 있지만, 어떤 일을 사람에게 남길 것인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불 꺼진 공장’에서 ‘불 꺼진 사무실’로 이어지는 흐름이 현실이 된다면, 효율만 따지는 기업과 사람의 자리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전혀 다른 신뢰를 얻을 것이다.
책의 핵심 은유는 ‘워커(worker)가 아니라 워커(walker)로’라는 문장에 담겨 있다. AI가 실행을 맡을수록 사람은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방향과 의도를 가지고 걸어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다소 낭만적인 표현이라고 느꼈지만, 읽을수록 매우 현실적인 요구로 다가왔다. 실행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희소해지는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3부에서 강조하는 원칙, 곧 처음과 끝은 사람이 쥔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쉬워졌다. 어려운 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에 책임질 기준을 세우고, 그 결과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기술 숙련도가 비슷해질수록 한 끗 차이는 문제의식과 질문의 격에서 나올 것이다. ‘AI 팀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해도,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까지 AI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