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된 것은 습관과 태도에 관한 문장들이었다. "사람의 겉모습은 매일의 습관으로 변하고, 그 사람이 이루는 삶의 결은 그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말과 "땅의 기운이 어떠니, 올해 운수가 어떠니 하며 삶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거짓이다"라는 단호한 문장. 명절이면 어른들은 으레 신년 운세니, 올해는 어떻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눈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에 은근히 마음을 기대곤 했다. 좋은 말이 나오면 안심하고, 나쁜 말이 나오면 괜히 위축되곤 했으니까. 그런데 다산은 이백여 년 전에 이미 그런 운명론을 "거짓"이라 잘라 말했다. 삶을 만드는 것은 별자리도 사주도 아니라 오늘 하루 반복한 작은 습관이라는 것. 이 말은 묘하게 안도감을 준다. 내 삶이 어떤 정해진 그릇에 담겨 있는 게 아니라, 매일의 선택들로 계속해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 되니까.
배움에 관한 구절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가문이 몰락한 상황에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책을 읽는 것밖에 없다"는 문장. 다산은 유배지에서, 벼슬도 가족도 없는 남쪽 끝에서 이 말을 썼다고 한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이 결국 읽고 쓰는 일이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나에게도 어떤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나는 다산만큼 큰 것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크고 작은 상실 앞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밤들이 있었다. 그런 밤에는 텔레비전을 켜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 펼치고 한 줄이라도 읽고 쓰는 편이 결국 나를 덜 흔들리게 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읽기는 다산에게 삶의 길을 찾는 일이었다고 하는데, 나에게도 그런 의미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