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셰익스피어의 거울 - 사랑하고 욕망하고 흔들리는 인간을 비추는 64개의 문장
민유하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셰익스피어의 문장들이 무대 위의 등장인물들이 아닌, 오늘의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사랑한다고 믿는 마음은 때로 상대를 향하기보다 내 안의 허기를 먼저 드러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 정말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 안의 공허함을 채우려고 상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눈은 상대를 보지만, 마음은 자신이 보고 싶은 의미를 입힌다. 사랑이라 믿은 것이 실은 나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려는 욕망이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랴 집착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상대가 내 모든 허기를 채워주지 못할 때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했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불완전한 자화상이었다
욕망에 대해서 읽으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이것을 이루면 행복할 거야"라고 중얼거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도 공허했다. 마치 맥베스 부인의 말처럼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도 만족이 없다면,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고 모든 것을 써버린 셈“이라는 심정 말이다. 욕망은 항상 나 앞에서 손짓한다. 아직 더 있다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독촉한다. 현재의 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나의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속해 있었 다. 지금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잊고 살았다. 욕망이 나를 지배할 때 내게는 현재가 없었다. 오직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미래만 있었을 뿐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질문. 나는 나 자신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을 제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니. 때론 직장 동료나 친구가 나를 더 정확히 본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내 자신을 합리화하고, 좋게 해석하고, 자신의 약점은 감춘다. 하지만 남들의 눈에는 내 거짓과 위장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폴로니어스의 말, "자기 자신에게 거짓되지 마라. 그러면 밤 뒤에 낮이 따르듯, 다른 누 구에게도 거짓될 수 없을 것이다". 역설적이었다. 진실은 내가 먼저 나의 마음을 똑바로 보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욕망하는지,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것에서만 비로소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연결이 시작된다.
기억에 남은 것은 용서에 관한 말이었다. 프로스페로의 "더 드문 행동은 복수보다 덕에 있다". 내 마음속에 간직해온 작은 복수심들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상처, 작은 배신, 무시당한 감정들. 나는 얼마나 오래 그 칼날을 갈며 언젠가의 복수를 꿈꿨던가. 하지만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이 어디선가 이를 갈며 복수의 칼을 칼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 나도 깨달았다. 복수의 사슬은 끊어지지 않 는다. 그것은 오직 누군가가 먼저 그 칼을 강물에 던질 때만 끊어진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 마음에서 복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행위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문장들 앞에 서면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사실은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400년 전 무대 위의 드라마가 아니라, 내 삶의 그림자였다. 거울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문장들이 바로 그런 거울이다. 그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의 진실과 마주한다. 사랑인 줄 알았던 것이 집착이며, 욕망이 현재를 빼앗고 있고, 내가 얼마나 쉽게 거짓을 말해왔는 지를 알게된다. 오래된 문장은 때로 오늘의 나를 가장 조용하게 일깨운다.